[대구한의대 한방병원의 질병이야기] 산후조리 소홀 후폭풍…관절통 동반 ‘산후풍’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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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3-31 08:07  |  수정 2015-03-31 08:07  |  발행일 2015-03-31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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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은 뱃속에서 자라던 아이를 만나는 기쁨의 순간이자, 엄마와 아이에겐 정신·신체적 급격한 변화를 겪는 순간이다.

출산을 위해 산모의 백골(百骨)은 모두 열리게 되며, 출산 중 과도한 출혈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출산 후 조리를 중요하게 여겨 삼칠일 또는 백일이라는 조리기간을 정해놓았다. 삼칠일 동안은 면역력이 약한 아이와 출산 과정에서 손상된 산모의 생식기에 감염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백일이 되면 건강하게 자란 아기와 회복이 잘 된 산모를 축하하기 위해 잔치를 벌인다. 그러나 이 시기 산모의 이완됐던 골격, 근육, 인대 등 전신의 몸 상태와 기혈의 상태가 정상적으로 완전히 회복되는 시기를 의미한다. 이 시기 산모는 무리한 가사노동이나 운동, 찬물·찬바람과 같은 차가운 기운에의 노출, 관절의 무리한 사용을 절대적으로 조심해야 한다.


저림·식은땀·수족냉증도 동반
과도하게 땀내면 오히려 몸 약화
찬 기운 노출 너무 꺼리면 안돼

손상된 몸에 맞는 한약 효과적
통증 사라져도 정기 진찰 필수


출산 후 조리가 충분하지 않아서 전신 관절통과 저림, 식은 땀, 수족냉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산후풍(産後風)’이라고 한다. 여성들이 산후에 허리가 뻐근하게 아프고, 손목과 발목이 시큰시큰 거리며, 무릎이 시리는 증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산후풍을 유발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출산 직후 최소한의 회복만으로 직업전선에 뛰어들고, 다시 지친 몸으로 가사에 시달리는 것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또 산후조리에 대한 잘못된 상식도 한몫을 한다. 산후에는 찬 기운에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리게 된다. 그러한 이유로 극도로 몸을 따뜻하게 해 땀을 내면 오히려 인체의 기운을 탈진시켜 허약한 몸을 더욱 허약하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옛날 한옥은 목욕 시설과 화장실 등이 외부에 노출되어 찬바람의 통제가 어려웠던 만큼 풍한(風寒)의 사기에 쉽게 이환됐다. 그러한 경우 약간의 땀을 내어 치료를 했다. 하지만 지금의 환경과는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제 한의학에서도 산모의 치료법으로 과도하게 땀을 내는 것을 금하고 있다.

산후풍의 원인은 출산 그 자체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일반적인 운동기 질환과는 그 증상과 치료, 관리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대체적으로 산후의 근육과 관절의 통증은 출산으로 인한 기혈의 허손을 동반하므로 국소적인 운동기 질환의 손상과 달리 전신적인 다발 증상을 나타난다. 또 육아와 조기 활동 그리고 부적절한 산후 조리의 결과로 허약해진 근골이 회복되기도 전에 심한 손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산후풍의 증상은 비록 그 부위와 주소증이 유사할지라도 일반적인 운동기 질환들보다는 훨씬 심각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며 그 치료와 관리도 훨씬 장기적인 대책을 요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산후의 일반적인 건강관리를 충분히, 올바르게 하는 것이다. 산후의 이완되고 손상된 근육과 관절을 조속히 회복하기 위해 분만 회복을 돕는 한약을 바로 복용하는 것이 좋다. 점차적인 영양 섭취와 단계적인 운동으로 관절을 무리하게 움직이지 말고 찬물과 찬기운의 외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되 과도하게 땀이 나지 않을 정도로 보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미 산후의 허손과 무리한 노동 등으로 산후풍 증상이 발생했다면 손상된 근골을 복구하고 막힌 기혈을 소통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한약 치료와 침구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35세 이상의 고령 산모는 20대 산모에 비해 자궁과 근골의 회복속도가 늦어서 산후풍에 걸릴 가능성이 높으므로 일반적인 산후조리보다 훨씬 주의해야 한다. 조리기간도 충분히 가지면서 직장에 복귀하게 되더라도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

출산 후 오래도록 남아있는 산후풍의 증상 중에서 손발이 차고 저리며 아랫배가 유달리 차가운 증상들은 체열진단의 영상을 통해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치료를 끝낸 다음 다시 체열의 변화를 통해 증상의 개선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자각적인 회복이다. 만약 산후풍의 환자가 어떠한 고통도 느끼지 않는다면 기본적인 치료는 완료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후유증이 생기지 않게 통증이 사라진 후 일정 기간 동안에도 약물 복용과 함께 정기적인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한의학적인 산후관리는 전통적인 산후회복법의 지혜를 그대로 계승 발전한 것이다. 무턱대고 유행에 따라가는 식으론 건강과 몸매를 모두 잃을 수 있으므로 올바른 산후관리를 통한 산후풍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말=한방여성의학과 장세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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