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미리낸 돈으로 쿠폰 발행 “배고픈 이웃에 햄버거 한턱쏴요”

  • 천윤자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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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15   |  발행일 2015-04-15 제14면   |  수정 2015-04-15
가게 주인 권영기씨 나눔실천
폐지줍는 노인·돈없는 학생 등 쿠폰 사용 후 다시 베풀기도…이달엔 장애인 위해 행사 열어
손님이 미리낸 돈으로 쿠폰 발행 “배고픈 이웃에 햄버거 한턱쏴요”
대구 수성구 매호동에서 햄버거를 판매하는 ‘미리내 가게’의 주인 권영기씨가 ‘미리내 쿠폰’과 쿠폰을 사용한 사람들이 쓴 감사편지를 소개하고 있다.

대구시 수성구 매호동에 위치한 한 수제 햄버거 가게는 고유의 상호와는 다른 ‘미리내 가게’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가게 주인 권영기씨가 나눔실천운동의 일환으로, 누군가가 돈을 미리 내놓으면 쿠폰을 발행해 필요한 사람이 햄버거를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미리내’는 ‘은하수’가 아니라 ‘미리 낸다’는 의미인 셈이다.

가게 한쪽 벽에는 누군가가 미리 내고 간 쿠폰 스티커가 여러 장 붙어있다. ‘폐지 줍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시간은 많지만 돈은 부족한 학생들에게’ ‘철우에게’ ‘장애우들에게’ 등 특정인을 지정하여 미리 낸 것도 있지만, 그냥 필요한 사람이 사용하라는 스티커도 많다.

금액은 몇 백원부터 1천원, 5천원, 1만원 등 다양하다. 가끔은 권씨가 직접 특정 품목의 값을 미리 내 싸게 팔기도 한다.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와서 배가 고팠지만 돈이 부족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미리 낸 돈으로 햄버거를 배불리 먹었다’며 쿠폰을 이용한 사람들의 감사 편지도 여러 장 붙어있다.

‘자폐아의 날’인 지난 2일, 이 가게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자폐아와 장애우를 편견 없이 바라보고, 함께 도우며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캠페인을 벌인 것.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에도 같은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권씨는 4월 한 달간 미리 낸 돈은 모두 장애인을 위해 사용하도록 홍보하고 있다.

메뉴 이름도 재미있다. ‘사랑한데이 콩버거’ ‘재밌데이 두부버거’ ‘슬프데이 신나버거’ ‘함께한데이 블픽버거’ ‘행복하데이 한우버거’….

가게를 자주 이용한다는 서정욱씨는 “이곳에서 파는 햄버거는 가격은 좀 비싸지만 패스트푸드라기보다는 가게 주인이 정성으로 만든 웰빙식품이다. 용돈이 부족한 아이들이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끔 미리 내고 간다”고 말했다.

권씨는 “이런저런 이유로 쿠폰을 사용한 사람이 다음에 찾아와서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 미리 내고 가는 경우가 많다”며 “나누는 마음은 어렵거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니더라. 이곳이 마음으로 만들어 가는, 사랑과 감동이 넘치는 공간이기를 늘 기도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천윤자 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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