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의 물’ 담았다가 ‘자연 에너지’로 흘려 보내다

  • 배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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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16   |  발행일 2015-04-16 제13면   |  수정 2015-04-16
삶을 풍요롭게 하는 청송 성덕다목적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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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의 하천이 다른 고장으로 물을 흘려보내주는 ‘물의 시원(始原)’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가운데, 원시의 물을 담은 성덕다목적댐이 홍수나 가뭄 등 자연재해 예방은 물론 지역 경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청송성덕댐 전경.  <청송성덕댐건설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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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진은 청송 성덕댐 인근 주민을 위한 K-water 지원 복지시설. <청송성덕댐건설단 제공>

백두대간 낙동정맥을 따라 수려한 산세를 뽐내는 청송의 주왕산, 면봉산, 보현산은 줄기차게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청송의 물은 전기 생산은 물론 다양한 자연의 에너지를 만들어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돕는다. 청송의 하천은 다른 고장으로 물을 흘려보내는 ‘물의 시원(始原)’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표 하천으로는 용전천, 보현천, 길안천 등이 있다. 용전천은 영양의 반변천과 합류해 임하댐으로 흘러든다. 보현산맥에서 발원한 보현천은 현서면과 안덕면을 지나 길안천과 합류해 안동으로 흘러간다. 물길이 주는 원시의 에너지다.

주왕산국립공원의 물 역시 등산객들의 눈과 귀, 마음을 즐겁게 한다. 폭포가 주는 감동의 에너지다. 억겁의 세월을 견디며 제 몸을 깎아낸 폭포의 바위들이 우아하면서도 장엄한 풍광을 자아낸다. 부동면의 얼음골 70m 빙벽은 인내와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 주산지는 고요와 원시의 신비로운 기운을 머금고 있다. 청송의 강길은 치유의 에너지다.

안동 낙동강까지 흘러가는 길안천은 걷기 편하고 좋은 강길을 내주고 있다. 길이 물을 따라 이어진다. 휘돌아 가면서 방호정∼신성계곡∼백석탄∼천지갑산 등 비경을 선보이며 흘러가고 있다. 청송을 시작으로 영양∼봉화∼영월까지 이어주는 외씨버선길도 용전천, 반변천에서 강길을 만난다.

청송에는 달기약수가 유명하다. 탄산수여서 고혈압, 당뇨, 위장병, 피부병에 좋다. 약수는 건강의 에너지인 셈이다. 청송읍 소재지에서 3㎞가량 떨어진 부곡리에 청송의 명물 달기약수탕이 있다. 주변 500m 이내의 암반 10여군데서 사시사철 약수가 솟아나며 이는 엄동설한에도 얼지 않는다.

청송은 수력의 에너지도 넘친다. 임하댐 물은 수력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해 내고 물을 산업도시인 포항 등에 보내 철강산업 등 발전에 기여한다. 길안천 상류에 짓고 있는 성덕댐도 전기생산과 각종 용수를 공급할 예정이다. 청송에는 양수발전소가 있어 전력수요가 적은 심야전력을 이용해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올린 뒤 저장해 전력수요가 많은 낮 시간과 여름철 피크시간대에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청송의 물은 영덕 달산댐의 수원이 될 것이다.

청송에는 군립청송야송미술관과 청량대운도전시관이 있다. 산수화의 대가로 평가받는 야송(野松) 이원좌(李元佐)의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 화가가 만든 예술의 에너지인 것이다.

야송은 청송의 아름자운 자연이 좋아 귀향을 선택한 예술가로, 청송의 산과 물을 화폭에 담고 있다. 물이 가져다 주는 에너지는 다양하다. 물에 힘에 의하여 전기를 만들고 산업을 움직이는 물길을 내는 물리적인 분야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치유, 예술, 감동, 원시, 건강 등 그 범위와 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청송의 물이 그렇다. 그래서 청송은 자연을 노래하고 있다.

369에 담긴 성덕댐의 의미
국내 댐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
농업 저수지 재개발 3개里 관할
전기생산·재해예방 등 6가지 일
물 가두고 나눠쓰고…9가지의 德

성덕댐이 가져온 작은기적
정비 비용 안덕면 발전에 쓰기로
영농조합 설립해 복지타운 건립
원룸임대 등 ‘수익사업’도 병행
쇠락한 농촌을 활기차게 만들어


◆청송 성덕댐 정상 해발 369m에 담긴 의미

성덕댐 정상 해발높이는 369m 정도다. 정확하게 368.5m이다. 우리나라 다목적댐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댐이다. 성덕댐 높이인 ‘369’라는 숫자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숫자 3은 농업용 저수지를 다목적댐으로 재개발하면서 청송군 현서면 무계리와 수락리, 안덕면 성재리가 사업구역에 들어 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6이라는 숫자는 성덕다목적댐이 하는 일을 말해준다.

높이 1천100m 보현산, 면봉산 자락에서 시작한 길안천은 청송, 안동을 거쳐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구불 구불 느리게 흘러간다. 75㎞의 길안천이 흐르는 강가는 기암절벽과 무성한 수목이 어우러진 풍경을 만들어 낸다. 성덕댐은 홍수를 막아주고, 가뭄을 줄여주고, 하천생태를 유지하고, 농업용수와 생활·공업용수를 보내주고, 수력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물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을 창출할 것이다. 즉 홍수방지, 가뭄방지, 용수공급, 하천유지, 전기생산, 경관창출 등 여섯 가지 하는 일이 숫자 6의 의미다.

성덕댐은 버려지는 물을 가두고 물이 필요할 때 나누어 쓰는 물그릇이다. 한자로 담을 성(盛)에 덕 덕(德)이 합쳐져‘盛德’으로 표현한다.

물에 대한 최고의 명언은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이다. 물은 아홉 가지 덕을 담고 있다.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處衆人之所惡/故幾於道

居善地/心善淵/與善仁/言善信/正善治/事善能/動善時

夫唯不爭故無尤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되 다투지 않네/사람들이 많은 곳에 머물지 않네/그래서 도에 가깝다 하네

머물 때는 좋은 땅을 고르고/마음을 쓸 때는 그윽하고/사람을 대할 때는 어짊으로 하고/말을 할 때는 믿음으로 하고/바로잡을 때는 다스림으로 하고/일을 할 때는 능력으로 하고/움직일 때는 때를 살핀다네

모름지기 남과 다투지 않네 그럼으로써 허물이 없다 하네


보현산, 면봉산 자락의 무계, 수락, 갈천 계곡으로부터 흘러 내려오는 원시의 물을 담은 성덕댐호수는 댐이 지어지는 과정, 댐의 다양한 기능, 물의 가르침 등 물과 댐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성덕댐이 가져온 작은 기적

성덕댐건설이 시작된 것은 2006년부터다. 처음부터 주민들이 다 찬성한 것은 아니었다. 1990년대 영천댐도수로건설에 따른 지하수고갈 등 물 문제로 K-water와 소원한 상태에서 시작했다. 댐 건설 여부와 정비사업 등을 두고 댐 반대측과 찬성측 간 가열차고 기나긴 논쟁을 거치면서 댐 찬성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 과정에서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 생겼다. 정비사업비를 마을별로 배분하여 쓰는 것이 아니라 면 발전을 위하여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 실행한 곳이 생겼다.

청송군 안덕면이다. 명칭도 성덕댐에서 따와 성덕영농조합법인으로 정하고 2010년 설립하였다. 가장 시급한 사업으로 노인병원 유치와 영화상영 등을 위한 문화회관 공간을 가진 안덕면종합복지타운을 2013년에 건립했다. 농협은행 유치, 원룸 임대 등 지속가능한 수익사업을 겸하고 있다.

안덕뿐 아니라 현서, 현동 등 3개 면의 노인세대가 대구, 안동, 영천 등 외지에 가는 대신 준종합병원 수준의 의료원에서 진찰, 치료를 받고 매월 2회 이상 가족영화를 관람하며 편리하고 안전하게 은행을 이용하고 있다.

쇠락해가는 농촌모습이 사라지고 활기차게 탈바꿈하는 것을 체험한 주민들은 성덕영농조합법인의 결정과 추진력을 칭찬하고 있다. 성덕댐이 청송 남부의 랜드마크가 되어 청송의 자랑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덕댐 관계자들도 지역민의 미래지향적 활동에 감사하면서 향후 주변지역사업과 연계하여 보다 많은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정책과 프로그램 개발에 주민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성덕영농조합법인은 성덕댐 상류부터 청송 길안천까지를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 노인복지 서비스 확대와 관광·휴양 자원 발굴 등 주민 소득 향상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사업을 적극 펼칠 방침이다.

청송=배운철기자 baeuc@yeongnam.com
▨도움말=윤원기 청송성덕댐건설단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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