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남의 차마고도 기행 .23] 의안조향73특후전차는 찻잎 향은 거의 없지만 뜨거운 물을 부으면 향이 서서히 나온다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5-04-17   |  발행일 2015-04-17 제35면   |  수정 2015-06-19
20150417
의안조향73특후전차의 포장지와 찻잎.
20150417

윈난성 지역에는 맹해다창·곤명다창·하관다창 외에도 경곡다창(景谷茶廠)에서 제조한 보이차를 볼 수 있다.

경곡다창의 상표를 붙인 대표적인 보이차가 의안조향73특후전차(義安棗香73特厚塼茶)이다. 이 차는 ‘73후전차’가 시장에 출시되었던 1973년경에 홍콩의 ‘의안다장(義安茶莊)’에서 대량으로 구입하여 독자적인 포장지를 사용하여 다시 포장한 것이다. 포장지는 기본적으로 ‘73후전차’의 디자인을 계승하고 있지만 녹색의 띠가 있고, 거기에 “홍콩의안다장자장수순활호다미”라고 쓰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간단하게 번역하면 ‘홍콩의 의안다장이 보존 판매하는 매끄럽고 순수한 좋은 맛의 차’라고 하는 의미이다. 의안다장을 창업한 요계(姚計)씨는 1950년대 중반에 친구인 이윤(李潤)과 함께 련융성(聯興隆)이라는 다장을 창업하고, 처음에는 ‘육보립장차’를 생산하여 싱가포르·말레이시아에 수출을 시작했으며, 그 후에는 윈난의 보이차를 구매하여 가공판매를 시작했다. 1960년대 초기에 요계는 독자적으로 ‘의안다장’을 창업하고, 홍콩의 다상들로부터 찻잎을 구매해 소매점 형태로 판매하였다. 1970년대 초기에는 윈난의 찻잎 공급이 부족하게 되자 베트남차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중순부터 광교회(광동 교역회(交易會)라고 하는 전시회)에 출전하고 있던 윈난성에서 생산되는 메이커의 보이차를 구매하였지만, 도매는 하지 않고 자기 소유의 점포에서만 소매 판매하고, 대부분의 보이차는 창고에서 저장 숙성을 시켰다. 1990년대에 몇 백 톤의 보이차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홍콩을 비롯하여 세계의 보이차 애호가들이 구매를 시작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요계씨는 보이차를 구매할 때, 5~6급의 큰 찻잎으로 만든 것을 선택했다. 새싹은 맛이 좋은 녹차를 만들 수 있지만, 맛이 좋은 보이차를 만들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의안조향73특후전차는 조금 두터운 타입의 착판(窄版)이라고 불린다. 보통 두께는 4~4.2㎝ 정도 된다. 이 차를 조금 부셔보면 찻잎의 틈새에 공간이 조금씩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큰 찻잎에 흰색, 적갈색, 거뭇한 색의 찻잎이 혼재하고 있다. 찻잎은 숙성이 되어 원형을 알 수는 없지만, 찻잎의 심이나 줄기는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이 차는 오래된 차이기 때문에 찻잎의 향은 거의 없지만, 뜨거운 물을 부으면 향이 서서히 나온다. 그 향은 대추향(棗香)과 침향이 서로 섞여 있다 할 것이다. 차를 우려 입에 넣으면, 미소가 흘러넘칠 정도로 맛있는 차이다. 처음 한 모금 마셨을 때는 침향의 여운이 감돌지만, 나중에는 대추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향에 친숙해졌을 무렵에는 감로처럼 차의 단맛을 느낀다. 다시 쓴 맛도 떫은맛도 느낄 수 없는 투명한 맛으로 삼키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할 정도이다. 철학박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