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영의 포토 바이킹 .8] 산·내·들 라이딩…금호강·옻골재·신평들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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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17   |  발행일 2015-04-17 제40면   |  수정 2015-04-17
‘십일홍’을 찾아가는 산내들 라이딩…봄바람·꽃물결에 가슴이 부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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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암봉과 요령봉으로 갈라지는 옻골재에서 옻골마을로 내려오는 평지 산길 초입. 자연에 동화된 모습으로 쑥을 캐는 아주머니들은 꽃보다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자전거 탈 때 밥보다 먼저 챙기는 게 물이다. 자전거 길에서 느끼는 대구의 물인심은 짜다. 목 마른 자에게 물을! 자전거 달리는 곳에 우물을 파라. 그것이 시민들과 함께하는 느낌표 물프로젝트다. 물프로젝트는 강의 꿈이 아닐진대! 국제육상도시를 개최하고도 약속한 성과를 못 이룬 대구·경북은 지금 한 몸 되어 물을 기름 삼고자 하는 산수도시(産水都市)에 올인해 있다. 자전거랑 물 한 모금 주지 않는 물의 꿈을 연결해 보기 위해 환기시켜 본 언제나 목 마른 자의 말이니 새겨 들어주면 고맙겠다.

봉이 김선달 같은 물장사의 꿈을 담은 물포럼 행사가 세계 정상들을 초청해 열리고 있다. 물포럼 축하 문화행사는 많이 보았는데, 물포럼 잔치축하 칠성야시장이 열린 걸 보고 놀랐다. 전통시장진흥회 주최로 세계 물포럼 기간 대구를 찾은 방문객을 위해 칠성야시장을 개장한 것이었다. 여행 ‘빠꼬미’인 외국인들이 뽕짝뽕짝 트로트 가락에 얼마나 환호할지 모르나, 우연찮게 물포럼 사업비가 칠성시장까지 스며든 걸 확인하는 자리여서 흐뭇했다.

칠성시장에서 동대구시장을 거쳐 집으로 가는 길, 칠성교 위에 자전거길이 생긴 걸 보고 역주행하고 가니 즐거웠다. 언제 생겼는지 모르게 문화관광 색칠을 한 자전거도로가 인도 옆에 노점상처럼 자리를 잡고 있는 게 아닌가. 보행자 뒤를 슬금슬금 따라다녔던 혼잡통행보도인 칠성교를 건너는데 감동 먹었다. 자동차 신호 받지 않고 집으로 가는 노선을 갖고 있어야 자전거 완전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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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천을 찾아가는 공항교 북동쪽 금호강자전거길 끝 구간에 핀 개나리꽃. 자전거 행렬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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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여 라이딩에 허기진 라이더들이 옻골마을과 용계동을 잇는 신평동 들녘을 가로질러 도다리쑥국을 먹으러 가고 있는 중. 벚꽃라이딩의 엔딩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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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나무가 많아 옻골이다. 경주최씨 종가 옻골마을에서 옻골재 등산로로 가는 산길엔 해마다 봄이면 벚나무가 하얗게 꽃을 피워 벚꽃라이딩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만촌자전거 경기장에서 출발
화랑교~동촌 강둑길~지저동 강둑 벚꽃터널~
불로천~측백수림 도동길~사과꽃 평광동~
문암산 능선 갈미재~천왕재~돼지코~평광못~
담낭리 숲길~옻골재~최씨종가~해안초등~
신평동 연밭 들녘∼용계동 지하철역
30㎞ 코스 3시간 가량 걸려


우리 총리의 검찰 조사를 두고 논란 중일 때,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연으로 나오는 팀 로빈스의 마스크를 가진 네덜란드 총리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접견하러 헤이그의 핵 정상회담장으로 자전거 타고 가는 2014년 3월의 사진을 보았다. 멋진 외교력으로 표현된 자전거는 아름다운 충격이었다.

자전거가 교통수송분담률 43%를 차지하는 자전거선진국 네덜란드는 교통표지판에 자전거그림을 새겨 넣은 자전거신호등을 가동하고 있단다.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는 말이 실감나는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은 자전거도시를 목표로 조성되기까지는 30여년 정도가 걸렸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 1만명 정도가 자전거를 타고 시청으로 몰려가 자전거를 탈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액션파이팅, 자전거도로를 구축하고 신호체계를 개선하고 대중교통체계까지 바꾸는 정책참여 과정을 거쳤다.

세계 제일의 환경도시로 인정받는 독일 남부의 프라이부르크 시도 1970년대 원자력발전소 건설반대운동을 계기로 태양광 등 친환경에너지에 관심을 기울여 자전거 선진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자전거 교통분담률 3% 도시 대구에 시급한 것은 액션파이팅과 일상적인 자전거정책포럼 활동일 것이다.

자전거인은 인구 140만의 자전거수도 암스테르담을 대구의 롤모델 삼길 바라며, 등산객의 발길과 두 바퀴 자전거의 땀으로 갈고닦은 대구의 산과 내와 들을 만나는 대표적 팔공환성지맥에 위치한 ‘산내들 여행길’을 안내한다.

자전거 바람을 불어넣는 봄. 이번 주말에는 어디로 달릴까를 놓고 선택지가 넓어진 자전거카페엔 십일홍을 찾아가는 꽃라이딩이 창궐했다. 밤에 핀 벚꽃, 자고 나면 후두둑 땅꽃 핀다. 밤과 아침 사이에 옛날이 존재한다. 꽃놀이에는 시와 때가 중요하다. 꽃풍경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나비처럼 꽃을 찾아 날아들어야 한다.

“꽃이 피어 봄인가 봄이 와서 꽃인가 봄바람에 꽃 물결 설레는 이 가슴~”

팔공산 자락으로 향하는 주말 자전거는 언제나 만촌자전거 경기장에서 떠난다. 라이딩 구간은 팔공환성지맥에 속하는 길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공사비 한 푼 들이지 않고 발품 팔아 이어 붙여 산과 내와 들을 테마로 구성해낸 환상길로, 만촌자전거 경기장~화랑교~동촌 강둑길~지저동 강둑 벚꽃터널~불로천~측백수림 도동길~사과꽃 평광동~문암산 능선 갈미재~천왕재~돼지코~평광못~담낭리 숲길~옻골재~최씨종가~해안초등~신평동 연밭 들녘을 찍고 용계동 지하철역을 끝으로 멈춰섰다. 3시간가량이 소요되는 라이딩 거리 30㎞ 코스였다. MTB족이 즐겨 찾는 한국종합수산 식당에서 도다리쑥국을 단체로 먹으며 오감만족 여행의 느낌표를 찍고, 방촌 강변 아파트 숲을 지나 둑길로 올라 해맞이다리 근처에서 집으로 흩어졌다.

4월4일 ‘포토즐(포토바이킹 하는 토요일이 즐거워!)’. 필 때 폈다 질 때 지는 짧고 굵은 삶을 살다 가는 꽃마음을 찾아가는 벚꽃놀이 라이딩은 도다리쑥국 맛으로 남았다.

만촌경기장에서 출발한 라이더들은 화랑교를 건너 금호강 시비가 서 있는 둑방길에 핀 벚꽃나무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곧장 금호강자전거길로 진입했다. 꽃들이 바람에 춤을 추는 날 자전거는 강변과 강둑을 수시로 오르락내리락했다. 동촌 강변 둑방길 위에서는 늙은 화랑의 모습을 하고 속도감 있게 달리는 바이커들을 볼 수 있었다.

봄날의 꽃라이딩은 뭐니뭐니해도 벚꽃라이딩이 백미다. 대구에도 진해 부럽지 않은 벚꽃명소가 생겨났다. 동서남북 어디나 벚꽃천지다. 수성못이 잘 차려 입고 나온 사람들이 폼 잡고 걸으며 즐기는 벚꽃 명소라면, 지저동 둑방길의 벚꽃터널은 팔공산과 금호강을 달리는 자전거가 지나가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자전거를 벚꽃 춤 추게 하는 꽃길이었다. 군락을 이뤄 장관을 만들어내는 벚꽃터널은 꽃 피우지 못하는 서민의 아득한 꿈으로 피었다 진다. “남의 눈에 꽃이 되고 잎이 되게 해달라”던 엄마의 기도가 연상되었다.

자전거가 행락객 보호를 위해 속도를 떨어뜨리고 가도 2㎞에 이르는 벚꽃터널은 이내 끝났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 지저동 벚꽃터널은 ‘버스커’족이 되어 ‘벚꽃엔딩’을 흥얼거린 시간과 맞먹을 시간여행으로 기억해주련다.

봄이 오면 이 땅을 화려강산으로 수놓아주는 벚꽃은 만개할 때보다 질 때가 더욱 아름답고, 바람에 몸을 맡기고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아내며 화려한 뒷걸음질을 친다고 했다. 질 때가 아름다운 꽃을 닮은 위대한 서민들이 주변사람 의식하지 않고 ‘추리닝’을 입고 걸어다니는 벚꽃명소가 되기를.

다시 공항교 아래 자전거길로 내려가면 불로천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새의 자식인지 모기의 자식인지 모를 개나리가 마지막 투혼을 샛노랗게 불사르고 있는 것 같았다. 동구 도동에서 금호강으로 흘러드는 불로천(3.5㎞)에는 산책로와 자전거 길을 설치해 놓았다. 자전거와 관련 없는 분들이 ‘전지적 업자 시점’으로 갈고닦았지만, 도로와 둔치길의 연결선이 끊기는 곳이 많아 추가로 보강공사를 해야 레저관광용 공간 조성에 부합할 것으로 보였다.

경유지인 도동 측백수림을 거쳐 사과꽃 평광동으로 가기 위해 겉으로는 소리 내지 않지만, 속으로는 투덜거리며 ‘들바’를 해 불로천변 도로로 올랐다. 이 길에 비록 신분은 6두품잡골이었으나, 이 땅 최초의 지식인으로 추앙받는 문창공 최치원 선생의 문향을 느낄 수 있는 문창공 영당이 있다. 도동과 둔산동 일대는 대구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경주최씨 집성촌이며 종족집단의 경관을 가진 명소이기도 하다.

평광동에서 문암산(431) 능선에는 갈미재(290)~천왕재~돼지코로 이어지는 대구의 명품 XC(오프로드)코스가 숨어 있다. 싱글을 길게 탈수 있고 업다운이 많으며 마사토 길이라서 비온 뒤에도 바로 탈 수 있는 곳이다. 다섯 번 이상의 정성을 들여야 몸에 익숙해질 만만찮은 XC 초중급 코스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으로 고생한 보람을 느끼며 다운힐하면 된다.

평광못과 담낭리 숲길을 지나면 옻골재로 진입하는 감춰진 길을 찾아야 한다. 일명 평광동 서리길이라 ‘야부리’가 더해진 옻골재는 평광동 사람들이 옻골 마을을 거쳐 해안 쪽으로 다니던 통로였으나 도로가 생기면서 기능을 상실했다가, 등산로와 자전거길로 재활용되고 있었다. 옻골재에서 하강해서 경주최씨 종가마을로 향하는 야산 길에도 새하얀 벚꽃들이 하늘높이 자라 있었다.

(문암)산은 자전거더러 내(불로천)는 늙지 않는 젊음이 되라 하고 들은 연꽃이 되라 했다. 이 구간서도 그림 같은 몇 장면을 담아오는 데 성공했다. 하늘의 바람이 반영된 산내들에 아름다운 풍경이 조물주의 조화신공이 왜 없겠는가. 그걸 발견하는 그 비밀을 찾아내는 즐거움이 있는 포토바이킹, 스치며 지나가는 찰나에 순간포착하지 못하는 다음은 없다.

일요일 하루를 봐주지 않는 미운비가 내렸다. 몸서리나게 아픈 봄. 1년이 지났어도 아직도 우리는 세월호 속에 산다. 낙화유수한 세상에나.

인물 갤러리 ‘이끔빛’ 대표 newspd@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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