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물포럼 .1] 물산업 판을 키워라

  • 진식 최수경 이현덕
  • |
  • 입력 2015-04-18   |  발행일 2015-04-18 제3면   |  수정 2015-04-20
“국내외 굴지의 물기업 유치…뛰어난 기술력으로 해외 공략을”
20150418
17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15 대구·경북 세계물포럼 폐회식에서 김관용 경북도지사(맨오른쪽)와 권영진 대구시장(맨왼쪽), 대구경북 워터 프라이즈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50418
17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15 대구·경북 세계물포럼 폐회식에서 베네디토 브라가 세계물위원회 회장이 폐회사를 하고 있다.

대구와 경주에서 열린 제7차 세계물포럼이 17일 성황리에 폐막하면서 포스트 물포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지자체 차원에서 진행된 이른바 ‘블루골드(물) 외교’를 통해 한껏 드높아진 대구·경북의 국제적 위상을 활용한 후속 사업에 시동을 걸 때가 된 것이다. 다국적 물기업의 투자유치 성사, 비즈니스 관광 활성화가 그 중심에 있다. 한마디로 물포럼의 성공적 개최를 계기로 판을 키워보자는 것. 국내는 물론 세계 물산업시장의 수도로 도약하기 위한 길이다. 이를 위해 꼭 실천해야 할 시대적 과제의 면면을 기획시리즈로 집중 조명해 본다.


대구·경북 각각의 행사 통합
대한민국 물주간으로 추진

포럼 개최지들과는 파트너십
높아진 위상 적극 활용해야


◆ 물산업 판 키우기 위한 담금질

대구시는 물산업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기 위해 조직부터 정비하기로 했다. 물포럼 폐막 직후 곧바로 부이사관(3급) 또는 서기관(4급)을 단장으로 한 ‘물중심도시 추진단’을 구성하기로 한 것. 향후 대구 물 관련 현안사업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물중심도시 추진단은 박근혜 대통령이 개회식 때 언급한 물 관련 어젠다 이행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는 대구·경북 상생협력사업과도 맞물려 있다. 대구·경북 물주간행사 통합과 역대 물포럼 개최지와의 ‘월드 워터 파트너십’ 구축을 박 대통령이 주문한 것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기존 물산업전과 낙동강 물주간행사를 통합,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국제물주간’ 행사를 열기로 했다. 비슷한 행사를 나눠 추진하기보다는 통합 후 규모를 확대시켜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스웨덴 스톡홀름과 싱가포르의 물주간 행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발족한 코리아 워터 파트너십을 월드 워터 파트너십으로 확대시키는 것도 대구·경북의 몫이다. 박 대통령은 역대 개최지인 마라케시(모로코), 헤이그(네덜란드), 교토·시가·오사카(일본), 멕시코시티(멕시코), 이스탄불(터키), 마르세유(프랑스) 등 6개 물포럼 개최도시와의 파트너십을 특별 주문했다. 이에 마르세유(6차)와 차기 개최지 브라질리아와의 파트너십 구축에부터 먼저 시동을 걸 계획이다. 이스탄불, 교토 등 나머지 도시와도 순차적으로 협력의 끈을 이어갈 계획이다.

물중심도시 추진단의 또 다른 과제는 대구국가산업단지(달성군 구지면) 내 굵직한 국내외 물 관련 기업을 유치하는 일이다. 이번 물포럼에서 물꼬는 이미 터놓았다.

물관리분야의 세계 1·2위인 프랑스 베올리아 그룹과 수에즈 환경그룹를 비롯해 덴마크 DHI사의 CEO를 권영진 대구시장이 직접 만나 연구개발센터 건립 등 투자유치를 적극적으로 요청했고, 긍정적 답변을 받아냈다. 이른 시일 내 이들 업체와의 실무협의를 통해 실제 투자유치로 이어지도록 하는 일만 남았다.

아울러 국내 물 관련 공공기관 유치에도 귀를 기울이겠다는 게 대구시의 구상이다. 박기환 대구시 환경정책과장은 “한국상하수도협회, 한국환경공단, 한국환경기술연구원, 코트라 등도 유치 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했다.

경북도는 이번 물포럼을 통해 물 산업의 세계 진출 토대를 마련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에티오피아에는 전체 7만5천개 마을 9만8천여명의 식수난 해소를 위한 상수도관 개설 등 물 부족 해소에 관한 방안을 마련한다. 지난 14일 물라투 테쇼메 에티오피아 대통령이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만나 협조를 요청한 데 따른 조치다. 나이지리아에는 지하수 개발 전(全) 과정을 진행할 물 기업을 소개해 줄 계획이다. 나이지리아 재경부 관계자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다시 경북도를 방문하기로 했다. 핀란드 상공회의소는 이번에 물 정화시설, 해수 담수화 시설, 지하수 병입 제조 기술에 큰 관심을 보였다. 경북도는 구체적인 후속 방안을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

경북도는 그동안 추진해온 북부·중부·동해안 3대 권역별 물 산업 육성전략을 구체화해 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에 물 산업을 장착한다는 복안도 세웠다.

지금까지 새마을운동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물 부족 국가에 대한 원조에 치중했던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앞으론 경제적 실익까지 챙길 수 있는 아이템 발굴에 나선다. 경북도는 이번 물포럼에서 물 기업들의 해외상담 내용을 모니터링한 결과, 에티오피아와 베트남, 르완다, 중국, 핀란드 등의 물 관리 관료나 관련 기관 관계자들이 예상외로 각별한 관심을 보인 것을 확인했다. 이들은 △빗물 재이용시설 △수처리 시설 △상하수도 기술장비 △지하수 취수 및 병입 가공기술 등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문의했다고 한다. 도는 여기서 물 산업의 해외진출 모델을 구상하고 후속대책을 마련하는 TF를 가동할 계획이다.


새마을운동과 함께 세계 진출
상수도관사업시장 등 ‘노크’

지역 비즈니스 관광지 도약
산업투어 개척에도 관심을


◆ 블루골드 외교성과 십분 활용

이번 물포럼은 지자체의 외교도 세계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단순 만남에만 의미를 두지 않고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만드는 일이 중요해졌다. 권 시장은 콧대 높기로 소문난 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아부다비 왕세제 실장과 만나 투자요청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도 아부다비 방문 초청을 이끌어냈다. 대구시는 하메드 왕세제 실장이 권 시장에게 어느 정도 호의를 갖고 있어, 올 8월 아부다비 방문 때에는 투자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 있다.

우리 아트만 이스라엘 대사의 초청도 받았다. 대구시는 물포럼 기간에 이스라엘 물산업클러스터추진단(NewTech)과의 협력의향서를 체결한 바 있다. 권 시장이 직접 현지를 방문할 예정이다. 권 시장은 모두 5개국으로부터 초청받아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하지만 권 시장은 이 중 물산업 선진국인 이스라엘과 ‘기회의 땅’으로 알려진 UAE만 방문한다. 지자체 외교로 국제적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그 속에서도 최대한 실리를 챙기겠다는 의중이 깔려 있다.

경북도는 이번 블루골드 외교와 관련해 ‘3+3 전략’을 짜고 공략대상을 △정상급 국빈 △국제기구 수장 △글로벌 기업 CEO로 잡았다. 이어 △새마을운동 세계화 △실크로드 프로젝트 홍보 △물 기업 유치 및 수출이란 콘텐츠로 이들을 적극 응대했다.

이에 힘입어 수자원 개발, 수처리 플랜트 수출, 새마을운동 보급, 문화교류 등 다각적인 성과를 낸 만큼, 앞으로 경북도 차원의 지자체 외교에 더 큰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 비즈니스 관광에 눈뜬다

물포럼은 비즈니스 관광의 가능성도 새삼 확인시켰다.

대구시는 최근 도심 역사자원과 경북의 전통자원과의 관광 시너지효과를 위해 올 상반기에 경주, 안동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덧붙여 이번 물포럼 때 반응이 좋았던 서문·칠성시장의 야(夜)시장 및 모노레일 투어활성화도 꾀할 예정이다. 특히 대구시는 이번 물포럼 참가자의 기본정보와 설문조사 결과를 관광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대구의 문화행사, 주요 관광프로그램을 e메일로 실시간 알리기 위해서다.

경북도는 기존 일반인 관광에서 나아가 산업투어를 개척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경북도는 물포럼 기간 산업시찰코스로 포항 하수재이용시설, 경주 하수처리장 특허공법, 고령스마트 물관리시스템을 포함시켰다.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공업용수로 바꿔 공급하는 포항의 하수재이용시설은 공업용수 공급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을 둘러본 참가자들은 포스코 등 포항철강공단에 공업용수를 공급하면서 연간 30억원을 절약하고 있다는 설명을 듣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들 시설은 앞으로 비즈니스 관광을 활성화하는 중요한 모티브가 될 것으로 경북도는 판단하고 있다.

글=진식기자 jins@yeongnam.com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사진=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