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다시 한번’…4번의 정치적 고비 때마다 손잡았다

  • 최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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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18   |  발행일 2015-04-18 제5면   |  수정 2015-04-18 09:16
朴 대통령-김무성 대표 ‘애증의 10년’
2005년 한나라당 시절 사무총장 발탁 첫 인연
세종시 수정안 갈등…공천 탈락으로 ‘거리감’

‘미워도 다시 한 번’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관계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계기로 재조명되고 있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10년에 걸쳐 ‘애증의 역사’를 써왔다. 2005년부터 다가섰다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특히 이번 사태를 포함해 결정적인 4번의 정치적 고비에서는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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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굴곡진 인연은 2005년 ‘차떼기 대선 자금’ 파동으로 위기에 처했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로 추대된 박 대통령이 김 대표를 사무총장으로 발탁하면서 시작됐다. 두 사람은 이전까지 별다른 개인적 인연이 없었지만, 박 대통령은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며 김 대표를 사무총장으로 임명하면서 당 조직과 금고 열쇠를 건넸다. 이후 김 대표는 상당기간 친박(親朴)계의 좌장이자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활동했다.

두 사람 사이 첫 번째 위기는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찾아왔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을 앞둔 2006년 하반기, 김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당협위원장을 우군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일찌감치 선거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캠프에서 손을 뗐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에 역전된 지지율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자 캠프 총괄로 다시 복귀했다. 결과적으로 경선에서는 패배했지만, 당원·대의원 표에서는 승리를 거뒀다.

두 번째 위기는 친이(親李)계가 주도한 2008년 총선 공천에서 김 대표가 ‘찍어내기’를 당했을 때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친이계가 친박계 ‘살생부’를 들고 박 대통령을 찾아왔을 때 ‘살생부’에 들어간 김 대표를 박 대통령이 묵인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자신이 주도했던 ‘친박 무소속 연대’ 후보도 11명이나 당선됐다. 이들은 그해 7월 모두 복당해 당내 친박 세력 확장에 힘을 보탰다.

두 사람은 2010년 세종시 수정안 처리를 놓고 정치적으로 사실상 결별했다. 김 대표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 측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세종시 수정안을 내놓았지만, 박 대통령은 세종시 원안을 고집했다.

세 번째 위기는 2012년 친박계가 공천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19대 총선에서 김 대표가 공천에 탈락했을 때다. 김 대표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고심 끝에 ‘불출마 백의종군’을 선택해 당내 분열을 막고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후 김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의 총괄선거대책본부장으로 귀환했다. 캠프 전체에 금주령을 내리고 야전침대에서 생활하며 분투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생시킨 뒤 김 대표는 2013년 4·24 재보선에서 부산 영도에 출마해 국회로 돌아왔다.

네 번째 위기는 작금의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다. 지난 16일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전격적으로 단독 회동을 가졌다. ‘리스트’에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대거 연루된 탓에 국정이 최대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집권 이후 처음으로 김 대표와 독대했다.

대통령이 외교 일정 등으로 외국에 머물 때 총리를 불러 이런저런 지시와 당부를 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행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이날 이완구 총리 대신 김 대표와 만나 국정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이 총리가 아닌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물론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전대미문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성완종 파문’을 계기로 다시 손을 확실히 잡았지만, 상황 전개 여하에 따라서나 임기말로 가면서 또다시 거리를 두는 갈등관계로 옮겨갈 가능성은 상존한다.

최종무기자 ykjmf@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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