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진영논리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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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18   |  발행일 2015-04-18 제23면   |  수정 2015-04-18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일약 뉴스메이커로 부상했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데뷔 무대를 통해서였다. 그는 이날 “그동안 우리 정치는 여와 야, 보수와 진보, 양쪽 모두 진영의 논리에 빠져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았고, 이는 국민의 눈에 어처구니 없는 정쟁으로 비쳐졌다”고 진영논리의 극복을 주창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우리나라 보수의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 명연설이었다”고 평가했다. 서울대 조국 교수는 트위터에 “새누리당은 ‘두 개의 혀’를 가지고 있다”며 범진보진영이 배워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진영논리는 한국의 정치와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의 갈등지수가 OECD 27개 국가 가운데 종교갈등이 심한 터키에 이어 둘째로 높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연유한다. 오죽했으면 학자들이 진영논리 타파를 위한 모임 ‘진영을 넘어’를 만들었겠나.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농성장 옆에서 몇몇 젊은이들이 연출한 ‘광화문 폭식투쟁’은 우리 사회의 극단적 진영논리를 풍자한 블랙 코미디가 아닐 것인가. 그게 아니라 제 정신에서 나온 행위라면, 대한민국이 과연 진보하는 게 맞는 것인지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어른들도 마찬가지. 상대의 말에는 귀를 막은 채 제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 하는 토론자를 보면, 확 패버리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다. 경청과 배려없는 토론은 아니 한만 못하다. 지금까지 정치권의 보혁갈등은 국민의 정치에 대한 혐오와 염증을 촉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그 결과 누적된, 국민의 정치 피로감은 양 극단에 있는 정치인들이 기생하는 토양이자 자양분이었다.

순자(荀子)는 “한 가지 주장을 가지려면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있어야 하고 주장하려면 이치를 갖추어야 한다(持之有故 言之成理)”고 설파했다. 사람과 집단을 보지 말고 주장에 주목하라는 권고의 말씀이다. 유 대표가 던진 통합과 치유의 정치 역설이 찻잔속의 태풍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야당뿐 아니라 각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그의 신(新)보수 논리가 대한민국 개혁의 화두로 삼기에 조금도 모자라지 않다.

조정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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