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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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18   |  발행일 2015-04-18 제23면   |  수정 2015-04-18
[토요단상] 사드
노병수 (대구 동구문화재단 대표)

‘세월호’ 1주기에다 ‘성완종’ 리스트까지 겹쳐 가려진 현안이 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언젠가는 한반도 정국을 다시 끓어오르게 만들 ‘뜨거운 감자’가 바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시스템)’다. 하지만 ‘사드’의 뜻조차 모르는 민초들은 이 문제가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의아하기만 하다. 군사전문가가 아닌지라 상식 차원에서 정리부터 해보자.

‘사드’는 북한에서 날아올 핵미사일을 40㎞ 이상의 고고도에서 요격하는 미사일이다. ‘패트리엇(PAC-3)’급 저고도 방공망의 한계를 보완해준다. 복층 방어망이 저고도에서만 요격하는 단층 방어망보다 더 효과적이라는데 이론은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이 핵을 장착할 가능성이 높은 노동미사일 격추에 ‘사드’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간단하다. 주권국가로서 안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알아서 배치를 하면 그만이다. 아니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허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면 무임승차도 가능하다. 그러나 청와대는 ‘사드’ 배치에 관해 “미국 측의 ‘요청’도 없었고, ‘협의’도 없었고, ‘결정’도 없었다”고 발뺌을 한다. 이른바 ‘3NO’가 그것이다. 이유가 뭘까.

옛날에는 핵은 오직 핵으로만 대응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핵의 그림자를 줄일 수 있다. 10%도 안 되던 ‘패트리엇’ 미사일의 요격성공률은 80%까지 올랐다. ‘사드’까지 더하면 금상첨화다. 그런데 왜 미국은 한사코 ‘사드’를 강요하고, 중국은 죽자고 ‘사드’를 거부하며, 한국은 애써 그 논쟁에서 피해가려고 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작가 김진명의 근작소설 ‘사드(THAAD)’가 재미있는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김진명은 이 소설에서 미국과 중국의 피할 수 없는 엄청난 승부가 바로 ‘사드’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자고 나면 엄청난 적자가 쌓이는 미국과 그 반대인 중국, 그래도 아직은 중국의 열배가 넘는 군사력을 지닌 미국을 생각하면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던 폴 크루그먼이 뱉었던 “미국은 전쟁을 필요로 하는 나라다”라는 말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의 승리를 전제로 중국이 보유한 2조달러에 가까운 막대한 미국 국채는 모두 휴지가 된다. 그와 맞먹는 액수의 중국 내 달러도 마찬가지다. 거기에다 전쟁 배상금은 부르는 게 값이다. 그러니 과거 ‘브레튼우즈 체제’ 이상으로 미국과 달러의 폭발적인 승리가 이루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미국이 명분 없는 전쟁을 할 수 있을까? 걱정 마시라. 북한을 희생양으로 만들면 된다. 그러면 미국의 안전은 누가 담보를 하나? 미국의 미사일방어시스템(MD)은 결코 완벽하지 않다. 김진명은 바로 그것을 ‘사드’가 해결해 준다고 주장한다. ‘사드’는 중국의 ‘ICBM’을 근거리에서 감시해주고, 시스템을 변형하면 요격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현재 ‘사드’ 배치를 놓고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행보는 고스란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이다. 우선 ‘사드’가 중국에 위협이 된다는 자체가 그리 근거가 있는 얘기가 아니다. ‘사드’가 중국 미사일에 대한 ‘감시’도 힘들지만 ‘요격’은 천부당만부당한 얘기다. 하지만 한국을 놓고 두 강대국의 ‘밀당’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안보’의 미국과 ‘경제’의 중국을 놓고, 갈등을 질질 끌고 가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줄타기에는 이골이 난 우리 민족이지만 이번엔 답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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