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현 원장의 약초 산책-지실] 팔려갔다 목맨 처녀가 묻힌 자리서 가시 돋은 나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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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21 08:05  |  수정 2015-04-21 08:05  |  발행일 2015-04-21 제22면
[박종현 원장의 약초 산책-지실] 팔려갔다 목맨 처녀가 묻힌 자리서 가시 돋은 나무가…


지실(枳實)은 탱자나무 열매를 반으로 잘라 건조한 것이다. 지실은 다른 열매와 달리 익지 않을수록 그리고 크기가 작을수록 대접받는다. 열매가 미숙할수록 약효가 좋기 때문이다. 작으면 따기도 힘들다. 열매가 열리자마자 채취한 것을 애지실이라 한다. 한편 지실은 오래 묵힐수록 약효가 좋은 육진(六陳)약 중 하나다. 쉽게 말해 유통기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열매가 좀 더 크면 지각(枳殼)이라 하는데 껍질을 썰어 약으로 쓴다. 지각은 지실에 비해 약효가 약하면서 완만하다.

요즘 탱자나무는 농촌에서도 보기 힘든 귀한 몸이다. 유년 시절 탱자나무 울타리 사이로 난 과수원 길을 걸어 등교했다. 봄이면 하얀 꽃이 흩날리고 파란 열매가 노랗게 익어가는 것을 보며 자랐다. 분위기는 좋았지만 탱자나무 하면 생각나는 것은 크고도 뾰족한 가시다. 무섭게 생긴 가시는 나쁜 기운과 침입자를 막아주기에 울타리로 안성맞춤이다.

옛날 자식 많은 과부가 살았는데 입에 풀칠하기가 어려웠다. 견디다 못해 15세의 큰딸을 산 너머 부자 노인에게 쌀을 받고 팔았다. 첫날밤을 치른 처녀는 다음날 아침 감나무에 목을 매어 죽었다. 처녀를 매장한 자리에서 연초록 싹이 돋았다. 싹은 자라면서 자기 몸을 범하지 못하게 하려는 듯 온몸에 가시가 돋았다. 가시만큼이나 섬뜩한 사연을 지닌 탱자나무다.

지실의 성질은 조금 차서 음(陰)에 속하고 아래로 하강시키는 작용을 한다. 가슴이 답답하게 차오르거나 소화가 안 되는 것을 내려가게 한다. 대변이 막힌 것도 소통시킨다. 하강작용 때문에 임산부는 신중히 사용한다. 지실은 항알러지 작용이 있어 피부가 가려운 아토피 질환이나 여드름에 응용이 가능하다. 항염증 및 항쇼크 효능도 있어 나쁜 기운이 우리 몸을 범하지 못하게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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