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생컨설턴트…주역 토대로 삶의 바른길 손님과 함께 고민합니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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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24   |  발행일 2015-04-24 제34면   |  수정 2015-04-24
15세부터 39년 역술인생 죽평 이경묵

아버지는 8남매 중 큰형과 막내였던 날 눈여겨보고 가업을 이어줄 심산이었다. 큰형도 잠시 가업을 잇다가 경찰이 되었다. 결국 혼자 남았다. 아버지는 역술을 구체적으로 가르쳐주지 않았다. 나는 자연스럽게 아버지 곁에 앉아 어깨너머로 공부를 하게 됐다. 큰형과 나는 손님의 생년월일을 토대로 주역의 축을 이루는 태극, 음양 4상, 8괘, 64괘, 384효를 토대로 아버지가 운세를 잘 풀이할 수 있도록 개인별 운세 카드를 작성해 갖다드렸다.

15세부터 손님을 받았다. 중학생 역술인이 태어난 셈이다. 아버지는 이런저런 장학 사업 때문에 진득하게 방에 앉아 있지 못했다. 대처로 출타하면 아버지 자리는 내 차지였다. 어머니의 센스는 프로급이었다. 아버지를 찾으면 “얘가 자기 아버지보다 더 잘 본다”면서 은근히 바람을 넣었다.

아버지는 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걸 몸소 가르쳤다. 아버지는 내게 돈을 빌려주고 자기에게 정해진 복채를 주도록 연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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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의 인생 도우미 역할을 자청하는 이경묵은 마음이 무거우면 차 사랑방 한편에 있는 포대화상의 웃음을 벤치마킹한다.

아버지 곁에서 어깨너머로 공부해
중학생 때부터 손님을 받았다
역술은 직업이 되어선 곤란
누가 배우려고 하면 만류한다
돈벌이 수단이 되면
자기이익 때문에 무리수 두게 돼
정말 용한 역술인이 누구냐고?
최소 3군데 이상 가본 뒤 판단하라
운명을 잘 타고난 사람은
아홉수도 가볍게 지나가
손없는 날, 이사 날짜와는 무관


◆ 부산 용두산 밑에서 철학관을 차리다

1984년 독립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좁은 대구에서 철학관을 개업하려고 하니 기라성 같은 선배의 얼굴이 떠올랐다. 안면이 받혀 할 수 없이 부산으로 내려갔다. 용두산 공원 아래 한 골목에서 송암철학관을 오픈했다.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도 있었다. 공부하면서 손님을 무작정 기다려야만 했다. 기다림에서 뭔가를 배웠다.

부산에서 6년 머물렀다. 시행착오의 나날이었다. 손님도 또 다른 교재였다. 3~4초 만에 보이는 운세도 있었고 1년을 줄곧 지켜봐야 될 운세도 있었다.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았다. 이미 대구에서 축적한 실력이 있었기에 이내 입소문은 났다. 어떤 요정에서는 단체로 운세를 보기도 했다. ‘한 가지 소원 잘 들어주는 부적 잘 만들어주는 철학관’으로 유명했다. 어떤 경우에는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가를 테스트하기 위해 일부러 죽은 자의 생년월일을 갖고 오기도 했다.

난 솔직히 세속에 욕심이 많았다. 하지만 역술상 그 욕심은 채워질 수 없었다. 그래도 기웃거렸다. 아버지는 늘 혼잣말로 ‘야 이놈아, 너 먹을 걸 갖고 있는데 왜 다른 밥그릇을 기웃거려’라며 혀를 찼다. 아무튼 난 부산에서 성공을 했다. 돈을 사용할 겨를이 없었다.

누가 역술을 배우려고 하면 난 배우지 말라고 충고한다. 역술은 결코 직업이 되어선 안된다고 믿었다. 역술인으로 타고나야 모두가 화평해진다. 돈벌이의 수단이 되면 자기 이익 때문에 ‘무리수’를 두게 된다. 남의 인생을 망칠 수 있다. 가끔 형사, 노름꾼, 밀수범 등도 찾아온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부적을 찾기도 한다. 이들 대다수는 흥미롭게도 돈을 많이 벌 수 없는 운세를 갖고 있다.

결혼 때문에 대구로 왔다. 범어네거리, 삼일호텔 근처 등을 거쳐 삼각지로터리 근처로 온다. 아버지는 내게 재산보다 감사패와 표창장만 물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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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인생 컨설턴트

풍수지리, 관상, 부적, 천문(天文), 역(易) 등을 포함한 한국의 ‘점복(占卜)문화’는 조선조에서 가장 꽃을 피운다. 과거시험에서도 잡학과에 명과학(命課學)을 두고 운세 전문 공무원을 선발했다. ‘관허 점술가’가 태어난 셈. 이들은 길흉사 등 각종 통과의례 순간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개입했다. 하지만 광복과 함께 관허였던 점복문화는 졸지에 양지에서 음지로 추락한다. 70년대까지만 해도 허름한 철학관에서 남의 사주팔자나 봐주면 ‘실패한 인생’으로 폄훼한 것도 사실이다. 똑똑하고 나름대로 반듯한 집안의 자제는 대다수 제도권에서 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80년대 초 한국에 동양철학과 정신과학 특수가 일어난다. 도올 김용옥 박사가 동양학 붐을 일으켰고 소설가 김정빈이 ‘단(丹)’이란 소설을 통해 단전호흡 붐을 일으킨다. 국선도와 단학선원, 심지어 인도의 하타요가까지 전국을 파고들었다. 생활역술가가 우후죽순 돋아난다.

역술은 사주명리와 좀 다르다.

역술은 주역, 사주명리는 음양오행 상생상극론에 기초한다. 난 주역을 토대로 삶의 정도에 대해 손님과 함께 고민해보는 ‘인생 컨설턴트’.

정말 손님은 다양하다. 노숙자부터 재벌 회장까지 있다. 많이 배운 사람과 적게 배운 사람, 많이 가진 사람과 적게 가진 사람에겐 각기 다른 상담술이 필요하다.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지 못하고 그냥 책 속에서 익힌 얘기만 앵무새처럼 하면 쭉정이 상담이 된다. 역술을 더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풀이하려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알고 있어야만 했다. 일단 신문을 정독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직업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해보기까지 했다.

초창기 10년은 손님에게 맞는 눈높이 답만 알려주었다. 그다음 10년은 그 답에 설명을 달아주었다. 그다음 10년은 그 답이 왜 나오고 또 그 답을 어떻게 실천하고 응용할지를 설명해준다. 자연 손님의 얘기를 더 많이 듣는다. 아이가 오면 역술상 아이의 평생 운세부터 알려주고 그걸 토대로 맞는 학과도 알려주고 어느 직장을 가면 좋은가를 토론식으로 상담한다.

역술이 태동했던 시절의 직업과 지금 직업 상황은 너무나 다르다. 집 구조는 물론 가족구성도 달라졌다. 달라짐 속에서도 달라지지 않은 부분이 뭔가를 연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달라진 세상에 달라진 ‘역술담론’이 절실했다.


◆ 나는 역술을 이렇게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정말 용한 역술인은 누군가’ 하고 많이 궁금해한다. 그럴 때마다 난 이런 말을 해준다.

‘절대 한 군데만 믿지 마라. 최소 3군데 이상 가본 뒤 판단하라.’

재미 삼아 역술을 보는 이에겐 얘기를 길게 해주지 않는다. 대다수 절박한 심정에서 온다. 절실한 자에겐 이 역술이 생명수와 같지만 절실하지 않은 이에겐 무용지물일 수도 있다. 역술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사람의 욕심과 인식의 높이에 따라 ‘모든 걸 알려주는 역술이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역술’일 수도 있는 것이다.

모두 업보와 욕심을 갖고 있다. 역술은 업보를 치유해줄 수 있는 힘이 있다. 업보를 내려놓게 역술인이 컨설팅 해준다. 역술을 얘기한다고 하지만 결국 역술만 얘기하는 게 아니고 인생을 얘기하는 것이다. 열두 달 모두 좋은 운세는 없다. 보통 1년 중 두 달은 불리하다. 더 안 좋으면 3~4개월, 많이 안 좋으면 6개월이 안 좋다. 업보 때문에 안 좋은 것보다 욕심 때문에 안 좋은 게 더 치유하기 힘들다. 맹목적 욕심을 가진 자, 역술인에겐 참으로 힘든 존재다.

역술을 덜 배우면 좋은 걸 나쁘게, 나쁜 걸 좋게 해석할 수 있다. 물론 받아들이는 자가 잘 받아들이면 운세는 더욱 좋게 흘러간다.


▶‘아홉수’라는 것의 비밀

아홉수를 많은 사람들이 불리한 수로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단지 나이의 숫자 중 뒷자리가 ‘9’란 수를 만나 아홉수가 되는 것이 아니란 점을 밝히고 싶다. 9수의 의미는 주역의 8괘상의 되돌아오는 흉수를 만나는 것에서 나온다는 의미다. 어느 누구라도 9년의 회전에 다시 만나는 수가 되므로(27세에 온다면 다음은 36세, 45세, 54세인 것처럼) 회전의 축을 8년으로 보고 그다음에 오는 시기를 아홉수라 하는 것이 정확하다.

이 아홉수를 만나면 자신의 능력보다 조심스럽게 진행해 나가야 할 때며, 사람의 주기적 운세로 볼 때 불리하게 작용하지만 무조건적은 아니라는 것 또한 밝혀 두고 싶다. 본질의 운명을 잘 타고나는 사람의 경우와 후천적 운을 노력으로 극복하는 사람의 운기는 아홉수를 만나도 그리 어렵게 지나가는 것이 아니고 가볍게 불리한 운기로 지나칠 수 있지만, 타고난 운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사람들이 만나는 아홉수에는 혹독한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이사날 그리고 방향

아직도 이사하려는 사람들은 달력에서 음력 9일과 10일을 뽑는다. ‘손 없는 날’이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집안에서 수리를 하거나 손볼 일이 있을 때 방위상 손이 있는 것을 피하는 방법으로 1, 2일 동쪽, 3, 4일은 남쪽, 5, 6일은 서쪽, 7, 8일은 북쪽, 9, 10일은 중방에 손이 들어온다’ 하여 옛 어른들이 그 날짜를 피해 수리 또는 손볼 일을 찾은 것이다. 사실은 이사 날짜와는 무관한 것이다. 그리고 이사 방위는 그해에 가지고 있는 천간·지지의 기운이 이사하고자 하는 사람과의 방위가 좋은 곳, 그저 그런 곳, 나쁜 곳, 절대 안되는 곳으로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방위를 구분할 필요성은 있지만 이사하는 본인이나 가족 중에 좋은 기운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모든 것을 무시하고 이사를 해도 전혀 상관없을 수도 있다. 또 운이 좋은 사람은 방향을 정하지 않고 다녀도 지나고 나서 상담을 해보면 좋은 방위로 이사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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