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풍당당(老風堂堂) 경북 이젠 百歲 장수시대] <2> 경북형 노인시설 만들기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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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25   |  발행일 2015-04-25 제3면   |  수정 2015-05-12
내집처럼 편안하게…요양시설 ‘건강·안전·인권’ 3박자 갖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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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가 노인시설에서의 설치 의무화 법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는 배연창의 모습. 배연창은 화재를 스스로 감지해 자동으로 열려 연기와 유독가스 배출에 도움이 되는 창문이다.<경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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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경북도 노인효복지과는 노인시설 안전장치를 살펴보기 위해 일본 히메지시를 방문했다. 히메지시의 한 노인시설에 설치된 나선형 미끄럼틀의 모습. 이같은 미끄럼틀이 올해부터 경북도내 노인시설에 설치돼, 사고발생시 대피시간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지난 한해,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참사공화국’이었다. 그중에서도 치매노인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사건’은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 당시 화재가 난 요양병원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아예 설치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노인시설(요양원) 안전에 대한 불신감이 한껏 고조됐다. 정부는 비난 여론을 의식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노인시설에 대한 안전점검 수준을 한층 강화했으며, 현재 요양시설 내부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00세 장수시대를 맞은 경북 또한 노인시설의 안전한 환경조성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경북도는 건강은 물론, 안전과 인권까지 생각하는 ‘경북형 노인시설 만들기’를 목표로, 지역 노인들의 황혼길을 탄탄히 다져나가고 있다.

23개 시·군 341곳으로 급증세
他 지역 요양병원 화재 등 경종
안전시설 의무화…설치비 지원
나선형 미끄럼틀 등 사고 예방
사생활 보호 등 人權에도 최선

◆노인시설, 이제는 안전지대여야

경북도는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노인시설 안전 확보에 나서고 있다.

23일 경북도에 따르면, 2008년 도내 23개 시·군 통틀어 220곳이었던 노인시설은 2011년 277곳, 그리고 최근엔 341곳으로 시설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현재, 시설거주 노인은 9천400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설거주 노인의 안전을 위해 경북도는 시설에 자동 개폐장치인 배연창과 선진국형 긴급피난 설비인 나선형 미끄럼틀 설치를 지원하기로 했다. 시설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재(人災)가 화재인 점과 화재발생시 인명피해의 주원인인 질식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나선형 미끄럼틀은 거동이 힘든 노인들의 대피시간을 크게 줄여줄 조형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볼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 배연창은 화재를 스스로 감지해 자동으로 개방되는 창문으로, 연기와 유독가스 등을 배출, 질식사고 예방에 도움을 주는 장치다. 경북도는 우선 도내 10개 노인시설로부터 공모를 받아 배연창과 미끄럼틀 설치비 전액(5천만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단, 최근 3년간 행정처분을 받은 노인시설은 지원대상에서 제외한다.

뿐만 아니라 경북도는 현재 배연창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 마련을 위해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다. 배연창은 현행 건축법상 6층 이상 건물일 경우에만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6층 이상인 노인시설은 손에 꼽을 수준이기 때문이다.

최우진 경북도 노인시설담당은 “노인 시설에서의 안전문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안전시설 설치 지원과 의무화를 위한 법안마련 노력을 병행해, 안전한 노인시설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인시설 안전 “인권존중으로부터”

노인복지 분야 일선에서는 최근 ‘노인시설 안전은 인권존중으로부터’라는 공식이 통용되고 있다.

복지시설에서의 이동편의와 접근성, 사생활 보호 등의 인권문제도 안전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다. 시설운영·종사자가 인권을 무시하고 저지르는 노인학대행위도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다.

노인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보건복지부 ‘시설생활 노인 권리선언’에 따르면, 노인시설 생활 노인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후손의 양육과 국가 및 나라의 발전에 기여해온 사람이다. 후손들로부터 마땅히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

경북의 시설 거주 노인들도 마찬가지. 그들은 오늘의 경북을 일군 ‘역전의 용사’들로, 충분히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어른’들이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올초부터 ‘노인인권 보호 및 학대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회복지담당공무원과 시설운영·종사자, 소방관, 경찰관들을 한데 모아놓고 노인인권과 안전문제가 별개가 아니라는 점을 교육하는 데 목적을 뒀다.

박의식 경북도 복지건강국장은 “지난 7일과 17일 두차례에 걸쳐 교육을 실시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노인 시설 안전과 인권의 중요성을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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