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시리즈 통·나·무]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7호 아너소사이어티 이재수 한의원 원장

  • 최미애 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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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25   |  발행일 2015-04-25 제4면   |  수정 2015-04-25
“대학때부터 진료 봉사·기부…침술로 번 돈, 더 가치 있는 곳 쓰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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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7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인 이재수 원장이 지난 16일 인터뷰에 앞서 대구 수성구 수성4가동에서 운영 중인 자신의 한의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처음에 기부 반대하던 아내도
이젠 나눔문화 관심 갖고 동참
유산기부자 클럽 가입도 계획

형편 어려워져 택한 전공이지만
방학때마다 이웃위해 무료 진료
한의사랑나눔회로 활동 이어와

전세 살며 엄격하고 검소한 생활
도움필요한 곳 사회 환원은 의무
대구 기부 문화 활성화 됐으면


“기부가 도미노처럼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7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이재수한의원 이재수 원장(53)은 ‘나눔 전도사’다. 그가 활동하는 모임, 단체에는 늘 기부, 봉사 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8년 동안 수성구한의사회 회장을 맡으면서 회원 1인당 2만원 정도를 모아 매년 성금 3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고, 현재 맡고 있는 수성4가 청소년지도협의회장을 하면서도 협의회 이름으로 장학금을 내놓았다. 이외에 개인적으로는 2006년부터 매월 50만원씩 기부를 해오다, 2012년 12월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부해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된 것.

그는 1억원 기부를 결심하고 가장 먼저 집안 살림을 맡고 있는 아내에게 말했다. 처음에는 아내가 기부를 반대했다.

이 원장은 “아내는 가까운 가족, 친척 중에도 돌봐야 할 분들이 있는데, 기부를 통해 나누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대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내도 기부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자녀가 없는 이들 부부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유산 기부자 모임인 레거시 클럽 가입도 염두에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의 나눔은 주변 지인들도 움직이게 했다. 이 원장의 기부, 봉사활동을 지켜본 한 후배도 그를 따라 후원단체를 통해 기부를 했다는 것.

이 원장은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가입 전부터 기부를 적극 추천했다. 특히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하고 나니 내 의견에 설득력이 생겨서 주변 지인들이 더 관심을 가진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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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이 여러 직업 중에 한의사를 택하게 된 것은 사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할 때쯤 아버지가 정년퇴직을 하면서 집안형편이 어려워졌다. 6남매를 둔 이 원장의 부모님은 비싼 학비 걱정에 그가 당시 2년제였던 교육대학교에 입학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부모를 설득해, 결국 본인이 원하는 한의학을 전공하게 됐다. 대신 이 원장은 학교 입학 후 악바리처럼 공부했다. 그 결과 학교를 다니는 6년 동안 전체 학비의 3분의 2는 장학금을 받아 충당할 수 있었다. 공부만 했던 건 아니었다. 교내 불교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방학 때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무료 진료 봉사도 했다. 대학 졸업 후 이 원장은 1988년 대봉교 인근의 허름한 25평(82.5㎡) 건물에 한의원을 개업했다. 수성4가동에 위치한 지금의 한의원에선 1995년부터 진료를 시작했다. 한의원이 자리잡은 후부터는 봉사모임인 ‘한의사랑나눔회’ 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학생시절 했던 무료 진료 봉사활동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는 27년간 환자들에게 침을 놓고, 약을 지어주어 얻게 된 수입을 사회에 나눠준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한의사라는 직업 특성상 기부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침술로 환자를 치료하다보니 남의 피고름을 받아 돈을 벌기 때문에 돈의 가치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은 그의 한의원 원장실, 진료실 책장에 빼곡히 진열된 감사패에선 나눔에 대한 관심이 느껴졌다. 특히 1997년부터 지난달까지 매주 목요일 봉사를 나갔던 월성종합사회복지관으로부터 받은 감사패는 인상적이었다. 그는 1997년부터 2012년까지 복지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총 1천시간의 진료봉사를 했다. 이외에도 영남대 레슬링부 학생 등 운동을 하는 학생들을 위해 무료 진료를 해주기도 했다.

반면 이 원장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검소한 생활을 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한의사로 일하면서 계속 전셋집에 살고 있고, 지금 운영 중인 한의원도 세 들어 있다. 지난해에는 아름다운 납세자로 기획재정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봉사와 기부를 꾸준히 해 온 이 원장은 사회로 부터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그는 “나눔은 남들보다 좀 더 갖고 있는 사람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세금을 내는 것처럼 가진 사람의 의무이자 권리”라며 “앞으로도 특정 대상, 분야를 지정해서 기부하기보다는 정말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나눔을 실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 지역의 기부문화가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서 종종 지인들에게 회원 가입을 권유하면 기부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지만 선뜻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 원장은 “대구는 세월호 참사 때도 많은 사람들이 기부를 했고, 나름대로 기부 문화가 활발해, 베풀 수 있는 잠재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역사적으로는 국채보상운동을 시작한 곳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나눔에 대한 열의와 애착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 시민들의 잠재된 기부정신, 기부 DNA가 4월에 벚꽃이 만개하듯이 깨어나 우리 사회가 밝아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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