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春鬪’ 범어네거리서 격렬한 대치

  • 서정혁,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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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25 07:36  |  수정 2015-04-27 14:10  |  발행일 2015-04-25 제6면
전국 동시 총파업결의 거리행진
1시간여 점거로 도심 곳곳 마비
인근 시도의회의장協 회의 차질
최루액 살포·차량 파손 등 피해
경찰 ‘불법’규정…검거반 편성
20150425
24일 오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대구시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도로를 점거해 시위를 벌이자 주변 도로가 극심한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24일 오후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 결의대회에 나선 노동자들이 대구의 범어네거리를 점거,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으며 이로 인해 이 일대가 1시간여 동안 큰 혼잡을 빚었다. 대구 경찰은 집회 현장에서 처음으로 물대포를 쏘며 강경대응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소속 조합원 2천300여명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중구 반월당, 수성교 둔치, 대구상공회의소 등 5곳에서 각각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현 정권의 친(親)재벌 정책은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노동자, 민중의 삶을 도탄에 빠뜨리고 있다”며 공적연금 개악 반대, 최저임금 인상,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촉구했다.

이후 이들은 각각 집회 장소에서 2~3㎞ 구간에 걸쳐 거리행진을 벌인 데 이어 오후 3시20분 쯤 사전신고 된 새누리당 대구시당 방향의 진행이 막히자 수성구 범어네거리에 집결, 도로 점거에 나섰다. 범어네거리 왕복 10차로가 차단되면서 달구벌대로와 동대구로 일대는 1시간여 동안 완전히 마비됐다. 대구의 중심도로가 막히면서 범어네거리로 이어지는 네 방향 도로는 모두 주차장으로 변했다. 민주노총이 수성구 범어네거리를 점거해 시위를 벌인 것은 2006년 6월12일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차량 운전자들은 물론 보행자도 이날 오후 시위로 인해 통행에 큰 불편을 겪었다.

주부 황모씨(51)는 “자전거를 타고 은행에 가야 하는데 민노총의 총파업 때문에 하마터면 은행 마감시간 전에 도착하지 못할 뻔했다. 물대포를 쏘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 해 무섭고 불안했다”며 “시민을 힘들게 하는 파업을 계속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런 파업은 그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이날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진행된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임시회도 차질을 빚었다. 서울시의회 의장과 부산시의회 의장이 도로가 막혀 40분가량 늦게 도착한 것.

경찰의 해산 명령에도 시위 참가자들은 도로점거를 풀지 않고 1시간여 동안 대치했다.

결국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액을 쏘며 강제해산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1명은 눈을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다.

일반 시민의 차량이 파손되는 일도 발생했다. 범어네거리에서 동대구 세무소로 가려던 황웅씨(40)는 경찰의 진입 안내를 받고 차량을 이동시켰다가 앞유리창이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차량 진행을 목격한 시위대가 황씨의 차량 위에 올라타 주먹으로 유리창을 깨뜨렸다는 게 황씨의 주장이다.

황씨는 “고객차량을 수리해 약속 장소에 가져가던 길이었다. 경찰 지시를 따라 진입했는데 이런 피해를 입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도로 점거시위는 노조원들이 이날 오후 4시30분쯤 자진 해산하면서 1시간여 만에 끝났다.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지역 본부장은 “평화롭게 시위를 진행하려 했는데 경찰이 조합원의 행진을 막아서는 바람에 다소 거친 시위가 됐다”고 주장했다. 

시위가 끝난 뒤 범어네거리는 각종 음료수병과 쓰레기 등이 그대로 방치돼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편, 정부는 전국에서 동시에 진행된 이번 총파업을 근로조건과 상관없는 불법파업으로 보고 핵심 주동자를 구속 수사하기로 하는 등 엄정대응 방침을 밝혀 노·정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구 경찰도 범어네거리 불법점거와 관련해 검거 전담반을 편성, 주최측과 주동자를 처벌할 방침이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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