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잘나가는 ‘국산 대형車’ 국내선 맥 못춘다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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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25 07:59  |  수정 2015-04-25 09:38  |  발행일 2015-04-25 제12면
SUV·수입차 강세에 1분기 판매 급감
현대자동차 에쿠스 작년比 23% ↓
기아 K7은 새모델 예고로 악영향
쌍용 체어맨W도 30% 줄어들어
미국선 같은기간 두배 이상 증가
연식변경·풀체인지 등 차별화해야
201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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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올해 대형차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대형차들은 수입차와 SUV 차량의 인기에 밀려 판매량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 20% 이상 판매가 급감한 현대자동차의 에쿠스(위)와 기아자동차의 K7.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제공>

최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대형차 시장에서는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 기아,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 모두 올해 1분기(1~3월)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늘어났지만 대형차는 대부분 감소세를 기록한 것이다.

2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기아차 등 대부분 업계의 대형 차종 판매 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급감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제네시스가 올해 1분기(1∼3월) 9천205대가 판매돼 지난해 1분기보다 16.9% 줄었으며, 에쿠스 역시 1분기에 2천71대가 판매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2%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9만3천여 대가 판매되며 베스트셀링카(5위)에 이름을 올린 그랜저의 판매량도 1분기 1만9천919대로 지난해 대비 15.7% 줄어들었다.

지난해 하반기 수입차 대항마로 새롭게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아슬란도 올 들어 3개월간 2천990대가 판매됐다. 이 차량은 연간 판매 목표가 2만2천대로 월 1천800대를 판매해야 하지만 목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기아자동차 역시 대형차 판매가 부진한 것은 마찬가지다. K7은 올 1분기 4천589대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23.5% 줄었으며, K9 역시 지난해에 비해 18.0% 줄어든 1천226대가 팔렸다.

특히 K9의 경우 지난해 11월 판매량 증대를 위해 세 번째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더 뉴 K9’·‘K9 퀀텀’ 모델을 출시했는데도 좀처럼 신차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K7은 2009년 출시 이후 모델 노후화로 올 연말 완전변경 모델이 출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판매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쌍용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 ‘체어맨W’는 최근 극심한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총 1천580대가 판매되며 2013년에 비해 16.2%나 판매가 줄어든 체어맨W는 올해 1~2월에도 206대 판매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4%나 줄어든 것이다.

반면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내수 판매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산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늘어난 총 12만7천216대가 팔렸다. 2월에 비해서는 23.3% 늘어난 실적이다. 업체별로는 르노삼성의 성장세가 압도적이었다.

르노삼성은 국내외 시장에서 지난달 2만1천347대를 판매해 지난해 3월보다 판매량이 98% 늘었다. 이에 대해 업계 측은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봄을 앞두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레저용 차량(RV)의 판매가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내수 시장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대형차 판매가 줄고 있는 것은 해외 시장과도 상반된다.

국내와 달리 미국에서는 에쿠스, 제네시스, K9 등 현대·기아차 3종의 판매량이 올해 1분기에 두 배 이상 늘어나면서 미국 중대형 럭셔리 차급에서 점유율 10%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는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전체 점유율 7.9%를 크게 웃도는 실적이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신모델 출시가 앞두고 있는 데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나 수입차가 강세를 보이면서 국산 대형차 수요가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대형차는 대부분 판매가격이 높아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량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또한 수입차 업체들이 최근 할인판매 등 공격적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수입차 등록대수는 올 1분기 5만8천969대로 지난해 1분기(4만4천434대)보다 32.7%나 늘었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고급 차량 수요가 대형차보다는 SUV에 쏠리고 있으며, 수입차 업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국산 대형차 수요가 크게 줄고 있다”며 “K7이나 K9, 아슬란 등 기존 차종에 비해 차별화가 부족한 차량들은 하루빨리 연식변경이나 풀체인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업체들은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해법 찾기에 나섰다. 현대차는 자사 차량 보유고객이 아슬란을 구매하면 100만원을 할인해 주며 수입차 보유자가 에쿠스, 제네시스, 아슬란 등을 구매하면 차종별로 최대 50만원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현대차는 이달 들어 아슬란의 TV 광고를 변경하기도 했다.

기아차도 K7 50만원, K7 하이브리드 100만원을 할인하며 현대카드 세이브오토를 이용해 K9을 구매 시 유류비 50만원과 쇼핑 30만원 등 총 80만원 상당을 지원한다.

쌍용차는 체어맨 보유 및 출고 경험이 있으면 체어맨W 구매 시 300만원을, 쌍용차 RV 차량을 보유하고 있으면 200만원을 할인하며 수입차와 중형 승용차 이상을 보유했을 때도 100만원을 할인한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 2015년 1분기(1∼3월) 주요 대형차 판매실적
 (전년동기대비)
  제네시스 아슬란 그랜저 K7 K9
판매량(대) 9,205 2,071 19,919 4,589 1,226
변동 폭 -16.9% -23.2% -15.7% -23.5% -18%
 <자료: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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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기자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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