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가난한 아이들 위한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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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27 07:44  |  수정 2015-04-27 07:44  |  발행일 2015-04-27 제15면
[행복한 교육] 가난한 아이들 위한 학교
임성무<대구 신당초등 교사>

“공부를 왜 하니?”에 대한 답을 한두 줄로 써서 게시판에 붙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훌륭한 사람이 되려고, 나중에 잘 살려고, 좋은 직업을 가지려고, 공부니까, 부모님이 시키니까, 모르는 것을 알려고 등의 답이 나왔다. 그런데 유독 며칠째 마음에 걸리는 것이 ‘아빠가 아빠처럼 되지 말라고 해서’라는 말이다. 어느 날 왜 그런지 물었더니 “아빠가 너무 힘들게 일하고, 월급도 잘 못 받을 때가 많아요. 그래서 아빠가 만날 ‘너는 공부 열심히 해서 아빠처럼 되지 마라’고 한다”는 것이다. 자기도 아빠 같은 사람이 되기 싫다고 했다.

“그럼 아빠가 열심히 일은 하시지?” 하고 물었더니 “네, 밤늦게까지 일해요” 한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잘하는 거라고 생각해?” 하고 물으니 “네” 한다. “그럼 열심히 일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해?” 하고 묻자 아리송한 표정을 하고는 “그래도 돈을 잘 못 벌잖아요” 한다. “그럼 그건 아빠 탓일까?” 하고 물었더니 “잘 모르겠어요” 하고 대답한다.

1학년들이 입학을 하는 날, 아직 새잎이 나지 않은 나무에 색지로 접은 비행기에 꿈을 적어 매달아 두었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제 꿈은 정비공입니다’였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직업에다가 이렇게 적은 것을 처음 보았다. 우리 학교는 14학급이고 우리 반 아이들은 17명이다. 교육선진국 수준의 꿈의 학교이다. 그 가운데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가 4명이고 학원을 두 곳 다니는 아이가 4명이다. 다른 학교에서는 제발 학원 적게 다니라고 말했는데 여기서는 그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무상 우유급식을 하고, 점심은 식당급식을 한다. 아이들은 학교급식을 기다린다. 그런데 유독 식판에 코를 대고 급하게 먹는 아이들이 보였다. 며칠 동안 왜 그럴까 생각하면서 교사들에게 물어도 보고 특별히 급히 먹는 것을 관찰하면서 발견한 이유는 빨리 먹고 남은 음식을 더 먹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래서인지 급식실에서는 음식을 여유 있게 해두고, 조리종사원들이 아이들이 몰려들까봐 다니면서 음식을 나누어 준다.

얼마 전 경남도지사가 학생들이 학교에 밥 먹으러 가는 게 아니라는 말을 남기면서 무상급식 예산을 0원으로 만들어버렸다. 대구·경북은 선별급식을 하고, 400명 이하의 작은 학교는 전교생 무상급식을 한다. 밥은 하늘이다. 밥이 보약이다. 밥으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만약 우리 학교가 무상급식이 아니라면 점심을 기다리는 이 친구들은 어떨까?

가난한 아이들은 참 착하다. 이렇게 착한 아이들에게 학교는, 교사인 나는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우리 학교는 올해 행복학교로 지정되었다. 어떻게 하면 진짜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교사들이 행복한 학교가 될 수 있을까? 교장도, 교감도 아니지만 학기 내내 틈만 나면 이 궁리, 저 궁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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