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쏙쏙 인성쑥쑥] 반드시 명분을 바로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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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27 07:59  |  수정 2015-04-27 07:59  |  발행일 2015-04-27 제18면
[고전쏙쏙 인성쑥쑥] 반드시 명분을 바로 세워라

공자의 10대 제자 중에는 나이가 아홉 살 아래이고 최연장이며 중심적 인물이었던 자로(이름은 중유)가 있었습니다. 자로가 처음 공자를 찾아갔을 때에는 수탉의 깃으로 장식한 모자를 쓰고, 수퇘지 가죽 장식의 칼집에 든 검을 찬 협객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용맹하였으나 천성이 거칠고 급하였으며 누구에게나 무뢰한이었고 사고뭉치였나 봅니다.

그러나 공자는 예를 베풀어 조금씩 자로를 감화시켜 나갔습니다. 공자를 우습게 여기고 난폭하게 굴며 사고뭉치였던 자로는 차츰 신의를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의리를 굳건히 지키는 제자가 되었습니다.

자로가 위나라에 가서 벼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위나라는 영공이 죽고 손자인 출공첩이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출공첩의 아버지인 괴외는 위나라에서 쫓겨나 이웃나라인 척 땅에 살다가 노나라로 도망 다니는 처지였습니다. 마침 공자가 초나라에서 위나라로 돌아갔습니다. 이 때 자로가 스승인 공자에게 묻습니다.

“위나라의 출공첩이 장차 스승님을 기다려 정치를 하려 한다면 스승님은 무엇을 먼저 착수하시렵니까?”

공자가 대답하기를 “필야정명호(必也正名乎)인저”라고 합니다. ‘반드시 명분을 바로 세우리라’고 하였습니다. ‘정명(正名)’은 명분을 바르게 하는 것입니다.

자로는 스승을 앞에 두고 무례하게 웃으면서 세상 사람들이 스승님을 세상 일에 밝지 못하다고 하는데 어찌 먼저 명분을 세워야 하느냐고 되묻습니다. 공자는 자로를 천하다고 나무랍니다. 그리고 군자는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하지 아니하는 법이라고 타이릅니다. 명분이 서지 않으면 말하는 것이 순탄하지 아니하고, 말이 순탄하지 아니하면 일을 이루지 못하고, 일을 이루지 못하면 도리와 차례에 맞지 않고, 도리와 차례에 맞지 않으면 형벌이 적중치 못하고, 형벌이 적중치 아니하면 백성은 수족을 둘 데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설명을 합니다.

그러므로 군자는 이름을 내세울 때는 바르게 말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말할 수 있을 때는 구차함이 없고 도리에 맞아야 한다고 자로에게 일러줍니다. 공자가 정명(正名)하겠다는 것은 당시의 나라 형편과도 많은 관계가 있었습니다. 출공첩이 아비인 괴외(나중에 장공이 됨) 대신에 할아버지인 영공을 아비로 대접하여 인륜이 문란하고 허와 실이 어그러져 엉망진창이 되어 있는 웃지 못할 상태였으니까요.

그래서 신분에 따라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인 군신, 부자, 부부 등 구별되는 사이에 서로가 지켜야 할 도덕상의 명분을 바로세운다고 한 것입니다.

지금 사회가 부조리로 혼란스럽고 여러모로 시끄럽습니다. 그럴수록 지도자는 말을 바르게 해야 합니다. 말이 바르지 않으면 만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예악(禮樂)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예는 행동의 질서이고, 악은 모든 일의 조화로움입니다. 말이 질서를 얻고 정확해지면 반듯하게 행동하는 것은 자명합니다.

‘반드시 명분을 바로 세우리라’던 성현의 말씀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박동규<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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