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서 웃음 치료사로 변신

  • 김호순 시민
  • |
  • 입력 2015-04-29   |  발행일 2015-04-29 제14면   |  수정 2015-04-29
웃음디자인연구소 김종옥 교수
치매·요양시설 찾아 재능기부
우울증 환자서 웃음 치료사로 변신
웃음전도사 김종옥씨가 지난해 경북 순환테마 관광열차에서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김종옥씨 제공>

“종옥아! 웃어봐.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지는 거래. 오늘 하루도 정말 수고했어. 넌 참 대단해. 넌 할 수 있다.”

말 한마디가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기도 한다. 어차피 하는 말, 상대방을 기쁘게 하는 말로 웃음의 씨앗을 뿌리고 행복의 열매를 맺게 할 일이다. 하루에 열두 번 ‘잘했다’ ‘수고했다’며 스스로에게 칭찬을 퍼붓는 이가 있다.

웃음디자인연구소 김종옥 교수(50·구미시 검성로)의 명함에는 ‘천연 자연산 호박꽃 웃음’이라고 또렷이 적혀 있다. 그녀는 웃음 치료, 레크리에이션, 율동 노래 전문 강사, 실버대학 노래 레크리에이션 댄스 강사, 한국 심리상담치료학회 전임 교수, 한국 웃음심리교육원 전임 교수, 미래전략인재개발원 전임 교수 등 이력이 수두룩하다.

불과 4년 전만 하더라도 그녀의 삶은 전혀 달랐다. 청송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직장을 구했다. 가방끈은 짧았지만 그녀 특유의 성실함과 부지런함으로 빈 구석을 메워 나갔다. 직장에서 천상배필 남편을 만나 결혼식을 올렸지만 핑크빛 무드는 잠시였다. 세상이 항상 그녀 손을 들어주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죽을 만큼 힘들었고, 믿었던 지인의 배신으로 우울증도 심하게 앓았다. 1년을 꼬박 우울증 약에 의지했다. 그로 인해 어려워진 집안 살림은 말이 아니었다. 삶은 물론 육아의 재미도 느낄 수 없었고, 얼굴에선 윤기와 웃음이 사라져 버렸다.

그녀가 아픔과 상처로 인해 세상과 단절하고 살던 때 TV시청은 유일한 낙이었다. 그러던 중 한 TV프로그램에서 웃음치료사의 삶이 눈에 들어왔다. 웃음! 그녀가 송두리째 잃어버린 것은 돈과 친구가 아니라 웃음이었다.

그녀는 낙엽처럼 바싹 메말라가는 어르신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행복해 하는 웃음치료사로 삶의 해답을 찾아 나섰다. 2012년 3월, 구미 미래전략인재개발 강사협회 웃음치료사 자격과정을 성공리에 마쳤다. 삶의 변화와 도전, 용기와 꿈을 심어준 멘토 최윤덕 교수(중부대)가 이끌어주는 대로 열심히 따라했다. 장롱 속에 잠자는 자격증이 되지 않도록 봉사의 길로 나섰다. 1년간 꾸준히 구미 금오복지관을 비롯해 10여곳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만난 할머니의 주름진 손은 어린 시절의 할머니와 친정 엄마를 생각나게 했고 또 다른 내 모습이기도 했다.

웃다보니 우울증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즐거운 인생이 시작됐다. 재능기부로 이력이 쌓이다 보니 불러주는 곳이 생기고 열성 팬도 생겼다. 지난해 대구~포항 간 경북 순환테마 관광열차에서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2시간 동안 레크리에이션을 담당했다. 밤 기차여행의 묘미를 더해주는 감초 역할을 맛있게 해냈다. 여행객들이 열정적인 그녀의 모습을 SNS를 통해 이곳저곳 퍼날랐다.

구미 금오복지관, 구미 간호사의 집 치매·요양 어르신 봉사에 이어 그녀는 또 한 벌의 새로운 옷을 입었다. 28일 구미 경찰서 자율 방범 연합회 소속 여성자율방범대장으로서 교통 캠페인도 벌였다.

김호순 시민기자 hosoo0312@gmail.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