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영의 포토 바이킹 .10] 금호강 자전거길 모니터라이딩 침산교∼사문진교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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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15   |  발행일 2015-05-15 제40면   |  수정 2015-05-15
낙동강이 깊어지자 새들은 금호강으로 피신했다
가까이서 다양한 새를 보니 탐조여행이 따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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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뒤 경대교 인근 금호강자전거길엔 빗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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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자전거길 터미널 구실을 하는 침산교 인근 북구자전거수리센터 앞 휴게공간. 시민은 땡볕에서 휴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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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달교 인근 둔치길에서 만난 물뱀. 뱀의 길을 자전거가 달리는 것인지 뱀이 자전거길을 무단횡단하고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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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횡단이 아니고는 접근불가능한 와룡교 인근 금호강자전거길 합류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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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길에 선 자전거교통표지. 금호강자전거길의 표지판은 금호강자전거길 홍보판으로 도배되어 있다. 표지판은 초행자에게 이정표가 되도록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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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불분명한 시설물들이 많다. 달서천이 금호강으로 합수하는 비산염색공단길 북부하수처리장 부근 무지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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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천교에서는 자전거길이 끊긴다. 강정보 쪽에서 신천 방향으로 가는 라이더들은 야간에는 길을 헤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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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모니터라이딩의 종착지점은 4차순환도로 공사중인 달성습지였다.



4대강 자전거길은 대부분 하천구역 내 제방, 둔치를 이용하여 조성된 관광레저용 길이라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길이라 할 수 있다. 친환경 대안교통 수단인 자전거도로를 확충하려 했다면 차로를 줄여 자전거길을 닦아야 했는데, 자전거를 아주 가끔 기념으로 타는 대통령은 자전거를 4대강으로 끌어들였다. 말하자면 4대강 자전거길은 4대강사업의 부정적 여론 무마용으로 기획되어 자전거전용도로도 아닌 기형적인 4대강 물길잇기 사업의 홍보적인 성격이 짙다.

자전거인들의 자전거길에 대한 이해와 욕구에 기반하지 않은 ‘전지적 각하 시점’의 4대강자전거길은 ‘한반도 물길 잇기 및 4대강 정비계획’의 뱃길 따라 열린 강변 콘크리트의 포장도로라, 자전거도로의 본류로부터 엇나간 샛길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MB표 국토종단 4대강자전거길은 자전거활성화에 이바지한 공로를 부정할 수 없다.

금호대교 구간부터
자전거길이 둔치 안쪽 침범
야생동물 위한 배려 아쉬워

15㎞마다 설치 화장실 부족
곳곳에 용도불명 파고라도

숨공원·무지개공원·서재억새공원
누구를 위해 만들었는지기능 의심

길 끊어지는 세천교 지점
진입로 찾아 헤매기 십상
초행 라이더 위해 야광표지판 설치


4대강자전거길 대구 구간은 신천과 낙동강을 잇는 금호강자전거길이다. 금호강자전거길은 낙동강 강정고령보에서 시작해 경산시 경계까지 총 41.3㎞에 이르는 주요 자전거 간선도로이다. 칭찬도 있고 탈도 많은 강으로 간 4대강자전거길.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쓰는 자전거인 몇이서 금호강자전거길을 주마간산 모드로 점검해 보기로 했다.

라이딩 가운데 가장 재미없을 모니터라이딩에 4명이 참석했다. 우리는 첫 모니터라이딩 노선을 금호강의 자전거터미널 구실을 하고 있는 침산교에서 달성군 화원의 사문진교까지로 정했다. 모니터라이딩을 위해 자료를 구해 보았으나 어디에도 손에 잡히는 참고물은 없었다. 자전거를 타면서 이용자의 편의성을 중심으로,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항목들을 떠오르는 대로 쭉 써내려가니 체크리스트가 만들어졌다.

자전거도로 폭과 도로상태 및 노면도색, 입출 도로의 연속·결성, 화장실, 야간 조명, 쉼터 의자배치 상태, (비·햇볕가림), 공기주입기 비치, 펑크 및 잔 고장을 즉각 조치할 수 있는 DIY 정비대 및 도구함, 식수·음료대, 안내표지판, 위치표지, 순찰함, GPS 구간표시, 자전거거치대, 자전거 교량 필요한 곳, 지역특성 포장재 사용 여부, 야영장, 경관 조성상태 등 즐겁고 안전하게 자전거 타고 싶은 사람들이 원초적으로 필요하다 싶은 항목들로 정했다.

4인의 라이더가 일요일 오전 9시30분 침산교 인근 북구 자전거수리센터 앞에서 만나, 통성명을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는 예정된 코스로 향했다. 금호강이 유채꽃을 활짝 피운 날, 우리는 제주도 올레길인 양 라이딩을 하며 매의 눈으로 도로 상태를 체크하며 전진했다. 앞뒤로 겨우내 움츠렸던 자전거들이 쏟아져 나와 금호강 물고기처럼 달린다. 자전거를 위한 이렇다 할 정책 없이 인프라를 대충 구축해도 자전거이용이 이렇게 활성화되다니! 한눈 팔면 사고 날 정도로 많은 자전거가 그 좁은 자전거길을 공유하며 달린다.

낙동강 자전거길은 대체로 단조롭고 위치는 다르지만 반복되는 구간이 많아 지루하다는 평을 듣는다. 그런데 금호강자전거길은 습지자원이 키워낸 동식물 생명체들이 풍부해서인지 이 길을 처음 달리는 라이더들은 하나 같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다만 경관자원은 훌륭한데 대외적으로 금호강을 표상할 그 어떤 것이 없다는 게, 내 눈 안에 내 품 안에, 금호강이어서 아쉬웠다.

4대강사업의 여파인지 새들이 금호강으로 이사를 많이 왔다. 낙동강 수위가 너무 깊어서 얕은 금호강으로 피신을 온 것이란다. 불안해하는 새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가까이서 다양한 조류를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은 탐조여행을 방불케 했다. 낙동강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사무처장은 “강변둔치는 야생동식물의 보금자리이자 서식처다. 가급적이면 생태계를 침범하지 않도록 자전거길을 닦아야 한다. 둔치를 침범하더라도 가능하면 제방 쪽으로 붙여서 길을 내어야 하는데, 금호대교 구간부터 둔치 안쪽으로 침범됐다”며 자전거길의 둑방길 활용론을 폈다.

국가자전거계획상의 자전거전용도로 폭은 도시지역 일 방향 1.5m 싱글길이다. 둘이서 다정하게 대화하는 토크라이딩은 불가능하게 설계되어 있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생리를 모르면 견실시공을 해도 부실이라는 딱지가 붙을 수 있다. 이젠 건설도 인문학을 바탕으로 닦아야 한다. 이에 비하면 덴마크 자전거도로의 폭은 2.5~2.8m로 세 명이 함께 달릴 수 있는 너비를 자랑한다. 자전거선진국과 후진국의 길 씀씀이에 격차가 드러난다. 자전거도로 노면 도색 상태는 색깔로 자전거 전용도로, 보행자 겸용도로, 자동차 겸용도로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컬러풀대구’였다.

다음으로 화장실과 휴게공간 관련. 쉼터의 의자들이 땡볕에 노출되어 있거나 그 방향도 아무렇게나 설치되어 있어 성의 부족을 느꼈다. 4대강 자전거도로 내에는 자전거로 평균 1시간에 15㎞를 주파하는 것을 감안하여, 15㎞ 간격으로 화장실과 쉼터를 설치했다고 한다. 이 원칙을 금호강자전거길에 적용하면 화장실 3개로 땡이다. 5㎞든 10㎞든 대구의 원칙을 세워 화장실은 약속된 거리에 설치하면 찾기 쉬워 좋겠다. 조야교~금호대교 구간에는 화장실 추가 설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건설환경연구원 백남철 책임연구원은 ‘강변 자전거도로 조성방안’이라는 발표문에서, “일정간격(1㎞)마다 자전거 안내표지판 및 이정표가 필요하고, 30㎞마다 휴게소 설치. 60㎞마다 야영장 설치. 일정구간마다 휴게시설·정비센터 등을 설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나무나 철로 지붕 없는 구조물만 만들어 정원 같은 기능을 하는 ‘파고라’들은 휴게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건축물 아닌 시설물로 설치했으나, 용도가 불분명한 곳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햇볕 가리개용으론 충분하나 비를 피할 수 있는 대피 기능이 없다. 호우대피 시설 용도를 추가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조야교 인근에 있는 숨공원, 대명천이 금호강으로 합수하는 북부하수처리장 부근에 있는 무지개공원, 서재억새공원 등은 누구를 위해 만들었는지 비용 대비 편익 분석을 하자면 그 기능이 미심쩍었다. 억지 공원들의 안내판은 인쇄물 표면이 너덜너덜 일어나 상태가 불량했고,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 변별력이 없어 유감이었다.

자전거도로 교통표지판들은 금호강자전거길 홍보판으로 도배되어 있으며, 길이 끊어지는 세천교 지점은 야광 표지판 설치를 해야 초행길 라이더들이 진입로를 찾아 헤매는 불편을 덜어 줄 것이다. 안전사고나 응급상황 발생 시 사고위치의 신속한 식별과 긴급연락을 위한 ‘위치표지’의 경우 도로표지판에 작게 병기해 놓아 구색은 갖춘 것으로 보였으나, 제 기능을 하려면 좀 더 으슥하거나 인지하기 어려운 곳에 정위치시켜야 할 것이다.

특히 자전거인들을 위한 복지센터 같은 북구자전거수리센터 운영 실태를 보면 공무원 배꼽시계에 맞춰 일자리 나눔사업을 하는 것 같아 대폭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여기서 일하는 분은 6명이라는데, 인력 운영이 매우 비효율적이었다. 자전거를 많이 타는 일요일은 휴무다. 근무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토요일은 한 시간 연장근무)다. 자전거길에 설치되어 있는 몇 안 되는 식수대의 경우 어르신들 퇴근과 함께 정비소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북구수리센터의 기능을 활성화하려면 3인조 주야교대 근무를 하게 하면 자전거 이용자들의 편의성이 증대될 것으로 사료된다.

올해 대학진학을 위해 창원에서 대구로 온 계명대 도시계획학과 이수형씨의 라이딩 소감을 전하며 글을 맺는다.

“이번 기회를 통해 모니터링 나온 분들과 친목도 쌓고, 제 안목을 넓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대구의 신천과 금호강을 따라 생겨난 시민들을 위한 멋진 자전거도로를 즐겁게 달렸습니다. 시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힘써 나가야 할 부분이 아직 많이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모니터 요원들과 정기적으로 라이딩하면서 더욱더 아름다운 강변 자전거도로를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인물 갤러리 ‘이끔빛’ 대표 newspd@empas.com

▲ 금호강자전거길 동촌 안심습지 쪽 모니터라이딩은 5월23일(토) 오전 9시30분 북부자전거수리센터 앞에서 출발한다. 뜻있는 분들의 참가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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