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영남일보 인성교육 수기 입상작 소개] (4) 이선영씨의 '저녁교육'

  • 백경열,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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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18 07:58  |  수정 2015-05-18 07:58  |  발행일 2015-05-18 제18면
저녁식사 매일 ‘2시간’…얘기하고 경청하면 인성 ‘쑥쑥’
20150518
지난해 영남일보 밥상머리교육 우수사례에서 입상한 이선영씨와 아이들이 책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사교육 안 받아 시간 구애 안 받아
학교생활 듣다 보면 성향도 파악
아이가 말 할땐 격하게 공감해야

일요일 저녁땐 한 주의 일정표 짜
스스로 결정하게 하면 책임감 ↑
“인성이 경쟁력 되도록 키워야죠”

‘인성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길러지는 것.’

이선영씨는 현재 초등학교 3학년과 6학년 아이를 기르고 있다. 그는 평소 밥상머리 교육 및 자녀 인성교육에 대한 소신을 갖고 생활하고 있다. 지난해 수기 공모전에 제출된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좋은 약보다는 건강한 밥상이 최고

우리집은 특별한 일이 없는한 저녁식사는 최대로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다. 좋은 약, 좋은 건강식품을 먹이기 전에 아이들이 저녁식사만큼은 즐겁게 천천히 먹는 것이 최고의 보약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밥먹는 것까지 빨리를 외친다면 아무리 좋은 식재료로 밥상을 차린다 한들 소화가 제대로 될까 싶다.

식사 시간은 오후6시부터이다. 식사시간을 정해 놓으니 오후6시쯤 되면 아이들이 주방으로 당연히 모여들고 수저도 놓고, 가끔은 큰아이가 간단한 요리도 거든다. 귀가 시간이 늦은 남편은 종종 저녁 식사를 같이 할 수는 없지만, 주말은 아빠와 늘 함께 저녁식사를 한다.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밥을 먹는다. 저녁식사 시간은 6시부터 8시까지이다. 식사가 일찍 끝나는 날도 있지만, 식탁에 앉아 오늘 하루의 일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에 가족간의 토론의 장이 된다. 우리 아이들은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 그래서 학원 숙제로 뒷시간이 쫓겨 식사시간 동안 빨리를 강요하지 않아도 된다. 학원보다 더 중요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경청해야 하기 때문에 가족간의 소통의 장이 되는 것 같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건강한 밥상을 아이들에게 먹이고자 하는 부모의 노력이다.

특히 식사를 하면서 자녀의 말에 부모가 공감해 주는 게 중요하다. 단, 제대로 ‘격’하게 해야 한다. 결정은 아이가 할 것이다.

저녁식사를 하다보면 아이들은 대부분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아이들의 학교 이야기는 매우 중요하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알아야지만, 우리아이의 학교생활이 어떤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혹시 힘든 점은 없는지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교육 없이도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것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기가 쉽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저녁 식사시간의 경청을 중요시한다.

◆가족의 사랑이 최고의 선물

학원을 다니지 않는 우리 아이들은 학교를 마친 후 자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그렇지만 시간을 아무렇게나 흘려 보내지는 않는다. 나는 각종 체험활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일요일 저녁식사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한주를 계획하는 일정표를 짜는 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무턱대고 결정하기보단 아이들에게 내용들을 제시하고 결정을 하게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책임감도 키우고, 본인이 하려고 하는 의지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수를 경험하면서 좀더 나은 방향을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결정이 있기까지는 부모의 적극적인 믿음과 사랑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오후6시부터 8시까지의 저녁식사 시간에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2시간 남짓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우리가족은 느끼고 있다.

매일 2시간씩 부모로서 자녀로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면, 이건 부모 또는 자녀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매일 저녁 서로에게 이러한 선물을 하면서 가정의 행복과 안정을 지키고 가꾸고 있다.

진정 아이와 내 가정이 행복하고 싶다면 서로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최고의 시간은 가족이 모두 둘러 앉아 얼굴을 맞대어 식사할 수 있는 저녁시간이고, 최고의 장소는 가정인 것이다.

활달한 아이, 내성적인 아이 등 아이들의 성격은 타고 난다고 하지만 좋은 인성 나쁜 인성은 자라면서 길러지는 듯하다. 그리고 좋은 인성으로 자라나도록 노력하고 키워줘야 하는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 공부만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성이 잘 자라 이 인성이 경쟁력이 되어 공부도 잘하는 행복한 아이로 키우는 것! 그것이 다같이 행복해지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백경열기자 bk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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