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병원 권역센터와 함께하는 호흡기질환] (2) 간유리음영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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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19 07:53  |  수정 2015-05-19 07:59  |  발행일 2015-05-19 제20면
흉부에 희뿌연 음영…담배도 안피우는데 “폐암”

50대 초반의 여성이 대학병원을 찾았다. 다른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했는데 오른쪽 폐에 이상이 있어 병원을 찾은 것이다. 영상을 보니 오른쪽 폐 상부에 1㎝ 정도의 간유리(혹은 젖빛유리)음영의 작은 결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 환자는 크기나 여러가지 형태로 보았을 때 초기폐암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조직검사로 폐암이 정확하게 진단될 가능성이 낮아 정기적으로 컴퓨터 사진으로 추적하던 중 약 1년6개월 후 크기가 커지고 조직이 치밀해지는 등 폐암을 시사하는 소견이 있어 바로 수술해 1기 폐암으로 진단되어 지금까지 재발 없이 잘 지내고 있다.

◆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많아

20150519
간유리음영은 폐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기 때문에 충분한 기간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최초의 컴퓨터 사진(아래 왼쪽)과 18개월이 지난 후를 비교해 보면 간유리음영이 더 커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흡연않는 여성·한국인에 흔해
진행 느려 조기 발견 땐 완치돼
조직검사서 암세포 안나왔어도
가능성 열어두고 추적 관찰해야


간유리음영은 컴퓨터 사진에서 부옇게 보이는 부분을 이르는 표현인데, 마치 유리표면을 사포로 문질러 투명하지 않은 유리처럼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런 경우 초기폐암일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환자를 설득해 바로 수술을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폐암일 때 나타나는 증상이 전혀 없고 폐암의 원인이라는 담배를 피운 적도 없다면 환자 스스로 폐암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40대 이상에서 건강검진이 보편화되면서 폐에 간유리음영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물론 간유리음영이라고 해 모두 폐암인 것은 아니다. 폐렴이나 기생충 감염, 폐결핵, 약제 부작용 등 감염이나 일반적 염증반응의 결과에 의한 것이 더 많다. 일반적 염증반응에 의한 간유리음영은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호전되기도 하고 치료에 잘 반응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간유리음영의 원인으로 폐암이 있다는 사실이다. 남자보다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자에게 더 흔하며, 서양보다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더 많다. 조직형태는 샘암(선암이라고도 함)으로 담배를 피우는 남자의 편평상피암과는 다르다. 편평상피암은 비교적 큰 기관지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간유리음영을 띠는 샘암은 큰 기관지에서 멀리 떨어진 폐 가운데에서 주로 발생하고 암의 악화속도도 느리다. 초기폐암인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적절한 시기에 수술한다면 완치에 이를 수 있어 매우 중요한 소견이라 할 수 있다. 간혹 일부 전이가 있어 초기폐암이 아니라 하더라도 표적치료항암제에 반응이 좋다.

◆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간유리음영은 폐암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때까지 충분한 기간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이론적으로 폐암은 조직검사를 하면 쉽게 진단할 수 있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조직검사를 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는데 간유리음영이 여기에 속한다. 대부분 크기가 작고 조직이 연해 조직검사를 하여도 진단에 적합한 조직을 얻기 어려워 암세포를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폐암이 의심되는 간유리음영이라면 진단하기까지는 인내가 필요하다.

먼저 조직검사를 해 암세포가 확인됐다면 수술을 하면 되지만 조직검사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도 폐암이 아니라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된다.

폐암이 의심되는 간유리음영이라면 오랜 기간 컴퓨터 사진으로 관찰해야 한다. 6개월 혹은 1년 단위로 추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언제까지 추적해야 하는지에 대한 원칙은 아직 없다. 일반적으로 폐결절(작은 혹)이 있을 때 24개월 동안 모양과 크기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폐암의 가능성을 확인하지만 간유리음영은 이보다 더 오랫동안 관찰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길게는 5년이 지난 후에 커지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사진에서 간유리음영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어 폐암일 가능성이 높을 때는 조직검사를 하지 않고 바로 수술을 하여 진단 겸 치료를 동시에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성공적인 폐암치료는 조기진단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인내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폐암의 5년 생존율은 2012년 기준으로 21.9%인데, 병기에 따른 5년 생존율은 병기가 나빠질수록 급격히 낮아진다.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의 5년 생존율은 5%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정도 크기가 있는 경우 암 진단은 비교적 쉽지만 간유리음영이나 1㎝보다 작은 폐결절은 진단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이런 경우 너무 조급히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세심한 관찰로 폐암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인내가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필요하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도움말=신경철 영남대병원 대구경북권역 호흡기전문질환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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