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철의 오딧세이아] 건강기능식품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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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19   |  발행일 2015-05-19 제31면   |  수정 2015-05-19
[박경철의 오딧세이아] 건강기능식품의 진실
외과전문의

백수오를 원료로 한 건강기능식품에 이엽우피소라는 엉뚱한 재료가 포함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갱년기증상의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백수오 시장이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던 만큼 소비자들의 충격도 만만치 않은 듯하다. 거기다 국가기관인 소비자원이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식약처가 혼입된 이엽우피소가 무해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혼란이 극에 달했다. 이로 인해 코스닥 상장 기업인 네추럴엔도텍의 시가총액이 1/10로 폭락하고 주요 판매처인 홈쇼핑은 환불대책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본질은 세가지다. 첫째 백수오가 실제 갱년기증상에 효과가 있느냐는 사실관계가 중요하고, 둘째는 실제 내용물이 백수오가 맞는가라는 진실문제이며, 셋째는 혼입된 이엽우피소에 독성이 있는가에 대한 확인문제다. 즉 건강기능식품의 실제 효능, 표기사항의 진실, 대체물질의 유해성 등 세가지 관점에서 함께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언론은 문제가 된 이엽우피소에만 관심을 둘 뿐, 가장 중요한 백수오의 효능이라는 기본적 사실관계에는 무관심하다.

사실 일반소비자는 건강기능식품과 의약외품 혹은 의약품의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다. 실제 홈쇼핑에 보면 ‘의약외품 등록’이라는 사실을 앞세워 마치 의약품에 준하는 효과가 있는듯 선전하는게 다반사이다.

이를 구분하면 이렇다. 예를 들어 쑥이 면역에 좋다는 인식이 있을 때, 이를 가공해 쉽게 섭취할 수 있게 제품화하면 이를 건강기능식품이라 하고, 식약청에 등록한다. 이것은 쑥의 약리적 기능에 대한 검증이 됐다는 의미가 아니라, 건강증진목적으로 쑥을 가공 할 때 적절한 기준에 맞춰 관리하기 위해서다. 건강기능식품으로 등록됐다고 해 그것이 가진 약리적 효과가 검증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백수오 역시 그렇다. 백수오가 갱년기 증상의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속설일 뿐 과학적 검증을 거치거나 부작용이 제대로 추적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것을 먹으면 마치 갱년기 증상이 나을 것 같은 믿음을 가진다. 식약처에 등록된 건강기능식품이라는 효과 때문이다.

의약외품은 더더욱 그렇다. 의약외품이란 보건복지부 고시 ‘의약외품범위지정’에 의하여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경미한 위생상의 용도로 제공되는 지면류(생리대, 거즈 등), 구취 또는 액취 방지제(구중청량제, 치약제 등), 모발의 염색·제모제, 인간에게 질병을 전염시킬 우려가 있는 곤충이나 동물의 구제를 위한 살충·살서제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의약외품라는 말과 효능효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

하지만 실제 광고를 보면 이런 구분이 도리어 효과를 보증하는 것처럼 오용된다. 따라서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외품이 의약품과 같은 효능을 가질 것이라는 기대는 근거가 없을뿐더러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의약품은 효능 효과뿐 아니라 부작용이 검증되어 있다. 다시 말해 의약품은 기대하는 효과와 기대하지 않는 부작용이 명확히 검증된 것이며, 의사의 전문적 처방을 통해 섭취가 관리된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은 기대효과도 불투명하지만 기대외의 부작용이 어떤 것인지도 알지 못한다는 의미도 있다. 물론 식품의 부작용이란 약품과 달리 치명적이지는 않다 하더라도 장기복용, 과다복용 혹은 특이체질에 의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도 정확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러니 이참에 단지 한 부도덕한 기업이 표시된 제품 이외에 다른 제품을 대신 혼입하여 팔았다는 상도덕의 문제만이 아니라, 범람하는 건강 기능식품이 실제 효능이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 의미 있는 효과가 있는지, 또 부작용 여부와 정도는 어떤지를 점검하고 체계적 관리 기준을 세워 건강기능식품의 안전성과 신뢰를 확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제2, 제3의 백수오 사태는 예고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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