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덩굴 속 보물 ‘찔레버섯’ 찾아 18년째 낮은 포복

  • 글·사진=김점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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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20   |  발행일 2015-05-20 제12면   |  수정 2015-05-20
고령군 ‘찔레박사’ 김오중씨 발견해도 땅벌집·뱀 만나거나
추위엔 얼어붙어 채취 어려워 “꼭 필요한 사람에게 선물할 터”
가시덩굴 속 보물 ‘찔레버섯’ 찾아 18년째 낮은 포복
김오중씨가 자신이 채취한 찔레버섯으로 만든 각종 약재를 보여주고 있다.

찔레덩굴을 만나면 가시에 찔릴 염려에 돌아가거나 피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그런 찔레덩굴을 18년째 찾아다니는 자칭 찔레박사가 있다. 고령군에 살고 있는 김오중씨(68)가 그 주인공이다. 찔레나무에 관해서라면 국내에서도 다섯손가락 안에 들 만큼 전문가로 통한다.

김씨와 찔레나무의 인연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방치한 당뇨의 혈당수치가 500 이상이 됐다. 심각성을 알고부터 당뇨와의 긴 싸움이 시작됐다. 김씨는 산을 오르며 눈에 띄는 약초를 캤다. 그중 찔레나무 아래 자라고 있는 버섯이 일품이다. 덩굴로 퍼져 자라기 때문에 밑동에 붙어 자라는 버섯을 찾기란 마치 보물찾기 게임과도 같다. 버섯을 발견하더라도 채취하는 과정은 찾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찔레버섯은 나무 아래로 자라는데 가시를 피하고 버섯을 찾으려면 포복자세를 취하면서 최대한 낮게 기어서 뿌리 윗부분을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날카로운 가시와 땅벌집과 뱀을 만날 수 있다.

또 흙이나 이끼, 낙엽 등으로 덮여 있거나 추운 날씨에 얼어붙어 있을 때 등 여러 악조건 속에서 찔레버섯을 채취한다. 머리카락도 짧게 하고 장화와 장갑 등으로 중무장을 한 후 가시덤불 속에 들어갔다 나오면 맨살이 드러난 부위는 가시에 긁혀 상처투성이가 된다.

보통 버섯 종류와 달리 찔레버섯은 계단식으로 흙 가까이 자란다. 채취했을 땐 하나하나를 다 분리하고 사이사이의 흙과 이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특히 겹친 부분에 썩은 것을 제거하면 양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미생물까지도 살균되도록 전자레인지에 2분 정도 돌려 그늘에서 잘 말리면 비로소 찔레버섯은 보물로 다시 태어난다. 김씨만의 노하우다.

찔레버섯은 예로부터 아이들의 경기와 간질, 천식 등의 민간 약재로 널리 상용 돼 왔다.

당뇨, 지방간, 위, 폐에 효과가 좋으며 항암효과와 면역기능이 뛰어나 각종 암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취 과정이 힘들지만 김씨에게 찔레버섯은 생명과 같다. 그래서 누구보다 채취와 가공에 적극적이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 그런지 시간을 거듭할수록 즐겁다. 지금은 당뇨를 극복하고 정상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찔레버섯의 효능 덕분이다.

김씨는 “꼭 필요한 누군가에게 찔레버섯을 선물하고 싶다”면서 “내일 아침에도 찔레버섯을 찾아 길을 나설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고 말했다. 010-4125-9399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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