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우리의 답(答)은 실크로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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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20   |  발행일 2015-05-20 제31면   |  수정 2015-05-20
[영남시론] 우리의 답(答)은 실크로드에 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은 역사의 텍스트에서 미래의 트렌드를 발견할 것을 요구한다. 비단길이라고 부르는 실크로드(Silk Road)는 단절된 유라시아대륙을 잇는 온고지신의 세계적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고대 중국과 중앙아시아, 그리고 유럽은 실크로드를 통해서 비단, 보석, 직물 등 특산물을 교역하고 불교와 이슬람교를 전파하였다. 이 길은 신라의 경주에까지 이르렀다. 신라의 흥덕왕은 목수건을 짤 때 캄보디아의 비취새 털을 사용할 수 없고, 머리빗과 모자에 타슈켄트의 푸른 보석을 금하며, 수레의 깔개로 페르시아 양탄자를 쓰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신라왕경 서라벌에서 시작되어 당나라 수도 장안, 인도와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의 지중해까지 이어지는 역사적 물류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다.

마침 한국을 방문한 인도의 모디 총리는 고대 실크로드 구성국가인 중국과 몽골을 거치는 여정을 선택했다. 중국에서는 과거 당나라의 수도였던 시안에서 시진핑 주석과 ‘꿈의 장안(夢長安)’이라는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에는 중국과 인도를 넘어 유럽으로 이어졌던 고대 실크로드의 모습이 펼쳐졌다. 실크로드를 통한 요가와 태극권의 역사적 교류를 담았다. 2013년 이래 중국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은 당나라 시대 실크로드의 새로운 해석이다. 세계 60개국 30억명의 인구가 이 대규모 프로젝트의 영향권 안에 들어있다.

한국 정부 또한 2013년 이래 유럽과 아시아대륙을 하나로 묶고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과 북한,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가 포함되어 있다. 경북도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를 통해 ‘실크로드 경주 2015’를 개최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3년이 되도록 종잇장의 그림에 머물고 있다. 경북도의 실크로드는 대륙을 관통하는 초원의 길이나 오아시스의 길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 중국의 신(新)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출발점으로 한국의 경주가 아닌 중국의 시안을 설정해 놓고 있다.

우리 정부와 경북도가 추진하는 실크로드는 ‘실패’로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대륙으로 길이 이어지려면 북한과 손을 잡아야 한다. 북한에 대한 고립과 압박을 목적으로 우리 정부가 유지하고 있는 5·24 정책은 결과적으로 우리를 실크로드에서 단절시키고 있다. 국가적 자해행위다.

중국의 신 실크로드 건설 사업은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 정부는 중국이 추진한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뒤늦게 참여하면서 많은 실리를 놓친 바 있다. 경험을 통해 배운 뼈아픈 후회를 다시 하지 않으려면 결단이 필요하다.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는 동독의 고립을 목표로 하는 할슈타인정책을 폐기하고 동방정책을 추진해서 독일의 통일을 이루었다. 그의 철학과 용기를 배워야 한다.

경북도가 ‘실크로드 경주 2015’ 행사에 통일과 관련한 문화이미지 구축을 위해 북한관을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비단길은 이음의 길이다. 북한이 실크로드 경주 행사에 참여한다면 실크로드가 신라의 경주에서 출발하여 고구려의 평양을 거쳐 당나라의 장안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인미답(前人未踏), 아무도 밟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인간의 위대한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경북도의 실크로드 경주행사가 우리의 분단 역사에서 전인미답의 길을 열어가는 첫 걸음이기를 기대한다.
최철영 대구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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