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개국 네트워크 ‘월드 리포트’] 영국, 총선 후폭풍…민심 못 읽는 선거제도·여론조사 뭇매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5-05-21   |  발행일 2015-05-21 제14면   |  수정 2015-07-10
득표율 4.7% 정당은 56석, 12.6%는 1석…아리송한 선거제도
20150521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총선 후 다우닝가 자신의 관저에서 첫 각료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출처: www.ndtv.com>
20150521

다수당에 유리한 단순다수대표제
득표율과 의석수 비례 안돼 ‘논란’
90차례 틀린 여론조사도 체면구겨

지난 5월7일 영국에서는 차기 정부를 결정짓는 총선이 열렸다. 선거 직전까지 접전을 예상한 각종 여론조사에 각계 전문가들도 쉽사리 승패를 예측하지 못하면서 2010년에 이어 다시 한 번 연립정부가 구성될 것이라는 견해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결과는 이러한 예상을 뒤엎었다. 현 집권 여당인 보수당은 총 650석 중 과반이 넘는 331석을 확보하면서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개표 결과가 발표되고 보수당의 압도적인 승리가 확실해지면서 가장 체면을 구긴 단체는 정권 탈환에 실패한 노동당도 소수당으로 전락한 자유민주당도 아닌 바로 여론조사 기관이었다. 선거운동 기간 중 전국적으로 실시된 90여 차례의 여론조사에서 집권 여당의 압승을 예측한 조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보수당과 노동당의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내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번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어느 당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특정 당과는 연정을 하지 않겠다는 공약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영국에서 여론조사가 선거 결과를 제대로 예측하는 데 실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2년 총선에서도 여론조사와는 정반대의 선거 결과가 나오면서 여론조사기관은 한 차례 거센 폭풍을 맞았다. 당시에도 처음에는 부동층의 표심과 같은 외부적 요인을 탓하며 여론조사에는 문제가 없다고 발뺌하던 여론조사 기관들이 결국 여론조사에 사용됐던 기법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 및 검토를 진행하여 새로운 기법이나 요소를 도입했으며 그 방식이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 여론조사 방식의 예측 실패는 이번 총선에서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지난해 스코틀랜드 독립에 대한 국민투표는 찬반을 묻는 양자택일 투표였는데도 여론조사 결과는 실제 투표 결과와 4∼6% 정도의 차이를 나타냈다.

이번 선거의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현재 영국에서는 가장 많은 득표를 한 후보가 당선되는 단순다수대표제 또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 지역구 득표수 1위를 차지한 한 명만이 당선되는 제도의 특성상 각 정당의 득표수가 실제 의석 수에 반영되지 못한다는 단점이 생긴다. 이같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정당 명부식 비례대표제라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영국에서는 여전히 단순다수대표제만을 고수하고 있다.

그 결과 이번 총선에서도 전체 득표수 390만표, 득표율 12.6%를 기록한 영국 독립당은 전국적으로 고르게 선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1개 의석만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반면 전체 득표수 145만표, 전체 득표율 4.7%에 불과한 스코틀랜드 독립당은 무려 56개의 의석을 차지했다.

단순다수대표제 대신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면 선거의 결과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이번 총선 결과를 비례대표제를 적용해 도출해 보았을 때, 영국의 양대 정당인 보수당과 노동당 모두 의석수가 줄었으며 이번 선거에서 약진한 스코틀랜드 독립당 역시 실제로는 절반에 불과한 25석을 차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영국 독립당은 무려 83석을 차지해 의회내에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었으며, 자유민주당과 녹색당도 실제 선거 결과보다 더 나은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단순다수대표제를 채택했을 때보다 소수당에 유리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양대 정당인 보수당과 노동당이 의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과연 소수당에 유리한 비례대표제 도입이 실제 이루어 질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곽동욱(경북PRIDE상품 영국 시장조사원·영국 코벤트리 경영대 조교수)
영남일보-경북PRIDE상품지원센터 공동기획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