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특집 ‘길’ 위의 두 스님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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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22 |   |  발행일 2015-05-22 제33면   |  수정 2015-05-22
‘밥’과 ‘법’사이…불교의 길을 찾다
20150522
앞보다 뒷면의 실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게 불법의 요체인지도 알 수 없다. 팔공산 묘향사 혜민 주지 스님이 해지는 서녘 하늘을 염주처럼 바라보고 있다. 어둑한 스님의 등 실루엣이 환한 등불보다 더 환해보이는 것 같다.

부처도 마음만 먹으면 세상의 모든 부를 독점할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부를 차지한 부자도 작정만 하면 부처가 될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수 없다면 도(聖·탈속)와 돈(俗·속세)은 타협하고 ‘편리공생’을 해야 할 것이다.

‘스님, 아무 걱정하지 말고 도만 닦으세요. 먹고 사는 문제는 저희들이 해결하겠습니다. 돈 버는 일은 저희들이 도사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스님이 도는 물론 생계까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면. 생계에서 완전 자유로운 승려는 몇이나 될까. 모든 것을 가진 세도가가 어느 날 문득 심산유곡에 은거한 고승(高僧)을 찾아가는 이유는 삶보다 죽음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삶이 두려워 사회를 만들었고 죽음이 무서워 종교를 만들었다.’ 사회학자 허버트 스펜스의 말이다. 누구나 뭘 믿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꼭 종교가 아니라도. 아무것도 믿지 않고 살 수 없다. 무신론자(無神論者)? 안 믿는다는 것도 하나의 믿음이다.

성직자는 삶보다 죽음 앞에서 더 빛을 발한다. 삶에서 죽음으로 이어주는 ‘변속기어’를 성직자만큼 잘 다룰 줄 아는 이가 또 있을까. 불기 2559년 부처님오신날이 사흘 앞으로 다가섰다. 새로운 불교를 향해 무소의 뿔처럼 가고 있는 팔공산 묘향사 혜민 스님과 영천 은해사 근처 인오선원 대연 스님을 만나러 1박2일 길을 떠났다. 두 스님은 서로 달랐다. 혜민은 형식과 규제를 없애자는 편이고 대연 스님은 계율지상주의자이다. 하지만 기존 불교를 실험적이고 비판적으로 해석한다는 측면에서는 입장이 같다. 공양도 함께하며 두 스님에게서 한국불교의 미래를 들어봤다. W2면에 계속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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