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남의 차마고도 기행 .28] 다 자란 거친 잎으로 만든 황편은 순한 풍미와 온화한 성분으로 노인이 즐겨 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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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22   |  발행일 2015-05-22 제35면   |  수정 201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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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에 말린 찻잎을 선별하는 모습. 선별된 황편. 황편이 많이 들어간 만살다산(구이무산)황금엽숙병05년.(왼쪽부터)

황편(黃片)은 새싹이나 어린 찻잎을 채취했을 때 함께 채취되는 노엽(老葉:다자란 거친 잎)이나 줄기부분을 말한다. 이 노엽은 황색을 띠면서 섬유질이 딱딱하기 때문에 유념(捻)을 해도 찻잎이 비벼지거나 비틀어지지 않은 채로 외형이 거친 형태를 하고 있으며, 압연 가공을 하려고 해도 점착력이 약하기 때문에 단단하게 굳어지지 않는다. 제다(製茶) 후에 햇볕에 말려서 건조시킨 후, 수작업으로 찻잎의 선별 작업을 하여 황편을 가려낸다. 이 황편은 소량이기 때문에 차 농민들이 스스로 마시거나 차 상인들이 개인적으로 확보하거나 한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고차수(古茶樹) 찻잎의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에 저렴한 황편을 모아서 제품으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

황편의 특징은 순한 풍미와 다취(茶醉)가 적은 온화한 성분을 가지고 있다. 봄철의 새싹이나 어린 찻잎에는 차의 기운(茶醉)이 강하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자극이 강한 성분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 자극적인 성분이 차의 존재감이나, 신록에 새싹이 싹트는 인상이나, 다취를 느끼게 하므로 고급차에는 필요하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마시는 차로서는 너무 강한 작용을 가져오기 때문에, 많이 마시면 밤에 잠을 잘 수 없게 되거나 뇌가 흥분해서 피로감을 느끼게 하거나 한다. 그래서 장기간 숙성을 시켜 자극적인 성분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황편은 본래부터 성질이 온화하고, 풍미도 순해서, 제다를 하는 시점부터 마셔도 그렇게 자극적이지 않다. 차 농가에서는 노인들이 이것을 즐겨 마시므로 ‘노인차(老人茶)’라고도 부른다. 나이가 들게 되면 카페인 등의 자극적인 성분이 신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무산 지역에서 생산되는 황편은 숙차의 원료로 사용된다. 숙차는 미생물 발효의 차, 흑차를 말한다. 1973년부터 양산되기 시작한 숙차제다법은 퇴적된 찻잎에 물을 뿌려 미생물에 의한 발효를 재촉한다. 이 제다법을 시행한 초기의 차에는 황편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1973년 이전에도 숙차는 있었다. 73년도 이전의 숙차들은 대부분이 이무산의 무수발효(無水發酵)의 숙차이다. 황편의 산차나 황편을 브랜드해서 압연한 병차를 보존 숙성시키면 자연발효되어 숙차가 된다. 물을 뿌리지 않아도 이무산의 온난 습윤한 환경 속에서,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누룩 곰팡이류의 포자가 착생하여 번식을 한다. 수분이 적기 때문에 천천히 발효가 된다. 미생물에 있어서도 황편은 순하고 부드러운 성분을 가지는 것 같다. 특히 여름철 우기에 채취한 황편은 자극적인 성분이 보다 적기 때문에, 보통 1년이나 2년만 숙성시키는 것으로 금화(金花)라 부르는 누룩 곰팡이류의 일종이 발생한다.

그런데 봄철의 새싹이나 어린잎으로만 된 찻잎에는 자극 성분이 많아서 미생물이 싫어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무수발효는 간단하게 진행이 되지 않는다. 이무산에 보존된 모든 차가 숙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을 분류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분류를 할 필요가 없던 시대에 만들어진 차라 할 수 있다. 병차에는 황편뿐만 아니라, 1아3엽의 찻잎도 채취하여 찻잎에 섞는다. 그렇기 때문에 찻잎의 성장단계에 따라 발효도도 다 다르다 할 것이다.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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