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화의 패션스토리] 슈트보다는 캐주얼 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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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22   |  발행일 2015-05-22 제40면   |  수정 2015-05-22
화이트 컬러 슬립 온 스니커즈 ‘필수 아이템’…어떤 옷과도 잘 어울려
[정미화의 패션스토리] 슈트보다는 캐주얼 룩

한때 맞춤복 전문 양복점에서 갓 나온 듯한 몸에 딱 피트되는 슈트가 유행하던 적이 있었다. 런웨이에서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은 듯한 완벽하게 딱 맞는 슈트를 입은 모델이, 길거리에서 또한 완벽한 슈트 스타일링의 남성들이 거리를 활보하였다. 깔끔하고 진지해 보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담담한 슈트 스타일링이 진부하게 느껴질 무렵, 디자이너들은 아주 새로운 방식의 경쾌한 슈트 룩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몇 시즌 전부터 패션계를 강타해온 놈코어 무드와 1980~90년대에 유행했던 스트리트 문화에 심취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영향도 있겠지만, 실용성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며 너도나도 캐주얼한 아이템을 내놓은 것이다.


매 시즌, 완벽한 테일러링 슈트와 턱시도 등으로 남성미를 강조하는 디자이너 톰 포드는 스웨트 셔츠와 데님 팬츠, 그리고 캐주얼 재킷 등을 메인 아이템으로 내놓았다. 그의 이전 컬렉션과는 확연히 다른 이미지로 어색해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가 이번 시즌 선보인 헨리넥 티셔츠의 단추 사이로 스카프를 두르거나 스웨트 셔츠 안에 셔츠를 받쳐 입고 화이트 티셔츠에 라이더 재킷, 그리고 첼시 부츠를 매치하는 등 긴장과 격식 또한 놓치지 않았다. 계다가 여성복에서 트렌드 키워드로 떠오르는 레트로 무드의 영향을 받아, 데님 재킷에 데님 팬츠를 더한 ‘청청 패션’ 도 선보였는데, 이와 같이 이번 시즌 그가 선보인 아이템들은 평소 톰 포드 특유의 화려한 테일러링을 다소 부담스럽게 느끼던 이들도 포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매 시즌 진중한 남성의 이미지를 그려내는 보테가 베네타의 컬렉션도 이번 시즌 눈에 띄게 달라졌다. 편안함과 캐주얼을 강조하는 듯한 룩이 런웨이의 분위기를 메웠다. 가슴 깊이 파인 티셔츠와 트레이닝 팬츠, 그리고 루즈한 느낌의 카디건과 고무신을 떠올리게 하는 슈즈까지, 기존의 보테가 베네타가 가지고 있었던 브랜드의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모습의 캐주얼한 의상들로 컬렉션을 메웠다. 넉넉함이 물씬 느껴지는 팬츠와 둘둘 걷어올린 바지는 복잡한 일상을 뒤로한 채 야외로 놀러 나온 남자의 일상을 그려내는 듯 가볍고 경쾌한 느낌이었다. 여기에 핑크, 그린 등 은은한 파스텔 컬러를 더해 브랜드 특유의 우아함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에르메네질도 제냐 쿠튀르 컬렉션에서는 루즈한 실루엣의 코트와 팬츠, 피케 티셔츠와 니트를 매치해 딱딱함과 타이트함보다는 여유로움이 물씬 풍기는 룩을 제안했다. 에르메스도 블루종 점퍼와 편안한 실루엣의 쇼츠 등을 선보임으로써 캐주얼함을 어필하였고 두 디자이너 모두 그들의 전체적 의상의 분위기와 맞게, 광이 나는 구두보다는 샌들이나 스니커즈로 스타일링의 마침표를 찍었다. 특히 화이트 컬러의 슬립 온 스니커즈는 이번 시즌 필수 아이템으로 어떤 옷과도 자연스레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루이뷔통 또한 쇼트한 기장의 블루종과 경쾌한 느낌의 보색 컬러가 대비된 반소매 셔츠, 그리고 흰색 스니커즈로 캐주얼 여세를 이어갔다. 프라다는 이번 시즌, 데님을 주 아이템으로 내세운 듯했다. 다소 촌스럽게만 느껴지던 데님의 노란색 스티치를 살려 스타일리시한 데님 룩을 완성했다.

어리고 어설프게 느껴짐과 동시에 철없는 20대 청년만 입는 것이라 여겨졌던 ‘캐주얼 룩’이 이처럼 패션계에 강한 열풍을 몰고 오는 계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지난해에 이어 지속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놈코어 룩의 열풍, 그리고 몸에 피트되는 슈트와 타이를 하지 않아도 되는 근무 환경과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달라졌다. 어디서든 격식보다는 실용성을 중요시하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발맞춰 옷을 제작한 것이 지금의 캐주얼 열풍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던 가장 큰 계기가 아닐까.

패션저널리스트 mihwac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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