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부호 놔두고 유커 올인…대구시 의료관광정책 ‘오진’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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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26 07:30  |  수정 2015-05-26 09:28  |  발행일 2015-05-26 제8면

무슬림 1인당 진료비 1771만원
수도권, 유치 위해 총력전 펼쳐
市선 3만원짜리 中관광객 급급
지역 의료계, 국가 다변화 요구

대구시의 해외 환자 유치 정책이 역주행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중동지역 무슬림 유치는 외면한 채 특정 국가의 저가 환자 유치에만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의료계는 대구시가 당장의 실적에 급급한 정책보다는 의료관광 국가 다변화와 함께 미래의 먹을거리 창출 차원에서 무슬림 환자 유치를 위한 기반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가 의료상품 올인

25일 대구시에 따르면 2013년 대구를 찾은 해외 환자는 7천298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미국(3천271명), 중국(1천250명), 베트남(569명), 필리핀(324명), 러시아권(218명) 등 5개국 환자(5천632명)가 전체의 77.1%를 차지했다.

미국 환자는 주한 미군과 그 가족이 대부분으로, 실질적인 해외 환자 유치와는 거리가 멀다. 해외 환자 유치는 사실상 중국에 집중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 무슬림 환자가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능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VIP라는 점.

2013년 한국을 찾은 무슬림 해외 환자는 3천511명. 이들이 국내에서 사용한 진료비는 다른 해외 환자 대비 무려 9.5배나 많은 1인당 1천771만원에 이른다. 결국 제대로 된 무슬림 환자 1명만 초청해도 대구시가 최근 유치한 3만원짜리 중국 의료관광객 590명과 맞먹는 셈이다.

더욱이 이들 무슬림 환자의 상당수는 왕족·부호이고, 이들을 따라오는 수행원이나 가족의 수도 적지 않다. 부가적인 진료나 관광, 쇼핑도 가능하다.

하지만 대구시의 무대책으로 지금까지 단 한 명의 무슬림 환자 유치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설사 무슬림 환자를 대구에 유치해도 현재로서는 장기 체류가 불가능하다. 무슬림 환자가 머무를 수 있는 기본적 인프라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대구지역 병원 가운데 무슬림을 위한 기도실이나 통역, 할랄식품(무슬림이 먹고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 식품)을 갖춘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대구 의료관광 통역사 67명 중 아랍권 언어 통역사는 한 명에 불과하다.

◆무슬림 모시기, 대구만 먼산

반면 다른 지자체들은 무슬림 환자 모시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경기도는 2013년부터 병원이나 관광지에 무슬림 기도실 등을 설치하는 예산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강원도는 2017년 평창올림픽 준비사업의 하나로 강릉, 평창, 양양에 무슬림 관광객을 위한 병원과 관광지, 숙박시설 등을 조성하기로 했다.

창원 한마음병원은 이슬람권 환자유치를 위해 2017년말 1천200병상 규모의 제2 한마음병원(가칭)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창원시 역시 병원 등에 이슬람권 환자 유치에 필요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수도권은 이미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무슬림 유치에 전념하는 분위기다.

서울성모병원에서는 중동 환자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가 실시되고 있다. 환자식으로 무슬림에게 허용된 음식인 할랄음식을 제공하고, 병동 내 아랍TV방송과 이슬람 기도실을 별도로 운영하는 등의 서비스를 강화했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상당수 대형병원은 무슬림 환자를 위한 기도실과 할랄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홍석준 대구시 첨단의료산업국장은 “국내를 찾는 무슬림 환자 수는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라며 “팸투어를 제외하면 대구시가 무슬림 환자 유치를 위해 직접적으로 노력한 것은 없다. 앞으로 무슬림 환자 유치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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