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모은 돈에 선산까지…폐지 줍는 노인 등친 사기범

  • 입력 2015-05-26 00:00  |  수정 2015-05-26 10:27

 서울 강서구 화곡동 반지하에 사는 A(69)씨는 30여년간 폐지와 병 등을 주워 근근이 생계를 이어왔다.


 10년 전 암으로 아내를 잃고 자신도 암 투병 중인 그가 손수레를 끌고 동네를 하루종일 돌면서 손에 쥐는 돈은 하루 몇천 원이 전부다.
 그래도 자녀가 보내주는 용돈과 젊은 시절 모아 둔 목돈 덕분에 A씨는 넉넉지는 않아도 소소한 즐거움을 찾으며 살아왔다고 한다.

 그런 그의 삶에 암운이 드리운 것은 작년 봄 집 근처 지하철역에서 폐지를 줍다가 우연히 B(64·여)씨를 만나면서부터였다.


 B씨는 A씨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호감을 샀고, 이후 급속히 가까워진 두 사람은 불과 2개월 만에 혼인신고를 하고 동거에 들어갔다.
 칠순의 나이에 인생 2막을 맞은 A씨에게 행복한 날은 오래가지 못했다.


 부동산 개발업자라는 이모(61)씨에게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며 수차례 돈을 받아간 B씨가 더 큰 금액을 투자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불안해하는 A씨에게 B씨는 "이씨가 정부의 휴면자금을 끌어모으는 일을 하는데 2억원을 투자하면 30억원을 벌 수 있다"고 꼬드겼다.


 A씨는 작년 10월 예금이 바닥나자 선산을 담보로 대출받은 2억2천만원을 이씨에게 넘겼다.

 

 하지만 이씨는 그 돈을 받자 연락을 끊고 잠적했고, B씨도 모습을 감췄다.


 A씨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달 21일 경기도 성남에서 잠복 끝에 이씨를 붙잡았다.


 이씨는 사기 혐의를 인정했지만 B씨와 무관한 단독 범행이고, 가로챈 돈을 모두생활비와 사업 경비로 써버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B씨가 사기를 목적으로 A씨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B씨가 처음 만난 A씨에게 이유 없이 밥을 사 준 것은 재산 상태 등을 살피려는 목적이었을 수 있다"며 "B씨의 소재가 파악되는 대로 불러 공범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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