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마법의 피리를 부는 사나이처럼… ‘색소폰 연주’로 환자들 마음 어루만져

  • 글·사진=황국향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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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27   |  발행일 2015-05-27 제11면   |  수정 2015-05-27
영남요양병원 최승호 원장
20150527
최승호 영남요양병원장이 병원 휴게실에서 환자들을 관객 삼아 색소폰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원장님 색소폰 한 번 안 불어 주능교?” 환자 한 명이 불편한 손으로 색소폰 연주를 흉내내면서 회진 중인 최승호 원장에게 연주 요청을 한다. “이번 석가탄신일에는 한 번 하도록 하지요.”

경산시 중방동 영남요양병원 원장이자 외과 전문의인 최승호 원장(59·대구시 수성구 황금동)의 취미는 병원 당직 때마다 색소폰 연주를 하는 것이다. 연주는 주로 병원 휴게실이나 병실 복도에서 한다. 즐겨하는 연주는 타악 연주곡이다. 환자 대부분이 어르신이어서 주로 흘러간 옛 노래와 트로트를 연주한다.

최 원장이 색소폰을 불면서 휴게실을 돌면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까지 관심을 보인다. 마치 마법의 피리를 부는 사나이의 뒤를 따르는 동화 속 사람들처럼 최 원장의 연주에 몰입한다.

흥에 겨운 환자들이 갑자기 노래를 부르면 즉흥적으로 간주곡을 넣어주기도 한다. 한바탕 놀다보면 무료한 시간도 금방 지나가고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얼굴표정도 밝아진다. 특히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하는 노인성 만성질환자의 경우 감정의 관리가 중요한데, 최 원장의 색소폰 연주에 감동받는 환자도 많다.

색소폰은 최 원장의 오래된 친구이자 애인 같은 존재다. 2007년부터 퇴근 후 동호회 연습실을 찾아 거의 매일 연습에 매진했다.

최 원장은 “색소폰만 불면 무념무상에 빠진다. 스트레스 해소에 더없이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 원장은 이어 “최근 요양병원에 대한 좋지 못한 일들이 연일 언론에 보도돼 안타깝게 생각한다. 전 직원들이 노력하는 병원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황국향 시민기자 jaeyenv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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