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오미자 20년 기로에 서다] (3) 경쟁작목의 확산과 신기술 개발의 필요성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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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25   |  발행일 2015-06-25 제12면   |  수정 2015-06-25
기능성 제품 한 종류 개발때마다 ‘年 1천t이상’ 수요 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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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 주산지인 문경시 동로면의 오미자밭에 지난해 오미자 가격 파동을 겪으면서 불안을 느낀 농민이 사과나무를 심었다. 뒤로는 전부 오미자밭이다. 남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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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수의 대학과 제약회사들의 오미자 기능성 효과에 대한 연구와 기능성 제품 개발에 대한 노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동의대 항노화연구소 등과 노인성질환 개선제 개발 협약(위쪽)과 2010년 와이디생명과학과 맺은 천연물신약 원료표준화 등의 공동개발협약.


“지난해 오미자 가격 불안과 판매부진 등으로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올해는 비교적 안정적인 사과농사를 더 늘렸죠.” 오미자 주산지인 문경시 동로면에서 10년 넘게 오미자농사를 지어 온 김모씨는 지난해 오미자 수확을 끝낸 뒤 2천여㎡의 오미자밭을 정리해 사과나무를 심었다. 김씨처럼 오미자를 캐내고 사과나 다른 작목으로 전환한 농가가 올해 문경지역에서만 10여농가에 이른다. 전체적인 생산량이나 오미자 재배 확산분위기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으나 지금까지 성장일변도를 달려왔던 오미자산업이 주춤하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오미자 신규재배 지원면적 규모
2년전 140㏊→올해 10㏊로 ‘뚝’

작년 판매부진·가격하락 겪고
베리류 대체작물 재배농 증가

기능성 제품 연구·상품화 불구
시간·비용 소모 아직도 큰부담
정부 차원의 육성·지원책 절실


◆오미자 경쟁작목 재배면적 늘어

실제 신규로 오미자 농사를 시작하는 면적이 올해 크게 줄었다.

문경시에 따르면 오미자 신규재배 지원면적은 2011년 70㏊, 2012년 43㏊, 2013년 140㏊, 지난해 100㏊로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다 올해는 10㏊로 급속하게 둔화됐다.

신규재배 지원이란 문경시가 오미자 재배를 권장하기 위해 ㏊당 1천만원의 시설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새로 시작하는 규모가 줄었어도 전체적인 오미자 재배면적은 계속 늘어 올해 총 재배면적은 지난해 1천㏊보다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문경의 대표적 생산자단체인 황장산오미자작목회(회장 김학상)는 회원수가 작년 470농가에서 올해는 510농가로 불어났고 재배면적도 420만㎡에서 10만㎡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쟁품목이자 문경의 제1특작품목인 사과는 올해 50㏊ 늘어 2천여㏊에 육박할 전망이다.

오미자의 강세에도 여전히 사과농사를 선호하는 농가가 많다는 증거다.

또 다른 오미자 경쟁작목인 블루베리와 아로니아(초크베리)는 귀농인을 중심으로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48농가 20㏊이던 문경지역 아로니아 재배는 올해 3㏊가 늘어났고, 블루베리도 28농가 13㏊에서 2㏊가 증가했다.

반면 오디와 복분자는 지난해 35㏊와 23㏊에서 올해 각각 3㏊씩 줄었다.

이같은 현상은 문경뿐 아니라 전국적인 추세다.

2000년 초부터 국내 재배가 시작된 블루베리는 1천600㏊가 넘을 것으로 추산될 만큼 급속히 확산된 작목이다.

아로니아도 도입된 지 5~6년 정도에 불과하지만 30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로니아협회까지 창립되면서 단순한 생산을 넘어 가공산업까지 발전하고 있다.

30㏊의 아로니아를 재배하고 있는 강원도 정선군이나 강릉시 등은 새로운 소득원으로 아로니아를 선택하고 6차산업화에 나설 정도로 적극적이다.

충남 금산군도 아로니아를 특화사업 품목으로 꼽았다.

아로니아 같은 베리류와 오미자는 모두 기능성 과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어느 한 품목이 소비시장을 크게 차지하면 나머지 작목은 그만큼 입지가 줄어드는 경쟁관계인 것이다.

특히 오미자처럼 지난해 판매부진과 가격하락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쟁작목인 베리류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이다.

◆오미자 기능성 연구 및 상품화 박차

하지만 오미자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밝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예측이다.

다른 작목과 달리 오미자의 기능성에 대한 연구와 상품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경시농업기술센터가 지금까지 20여년간 오미자의 건강기능성에 대해 연구한 것은 10여종류가 넘는다.

2007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과 공동으로 ‘고혈압 및 심혈관질환 예방과 신물질탐색 및 신물질의 작용기전 규명’이라는 연구를 시작으로 ‘오미자추출물의 면역기능 제어효과 신물질개발 및 구조동정’(동아대 의과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및 병원성 미생물에 대한 항균 효능검색 탐색’(창원대 보건의과대), ‘알츠하이머병 예방 및 치료효과 규명’(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오미자의 신 혈관형성 억제 활성을 이용한 암치료제 개발’(호서대), ‘오미자의 성기능개선 효과 규명’(건국대), ‘오미자의 아토피 피부염 치료효능 연구’(동국대 한의대), ‘알코올성 간기능 개선 기능성식품 개별인정형 원료 허가 등록사업’(한국식품개발연구원·종근당) 등 성인병 치료제와 신물질 찾기에 힘을 쏟았다.

이 가운데 상당한 연구성과를 거둔 것도 있지만 아직 제품화된 것은 없다.

또 문경시는 지난해 말 농림축산식품부 고부가가치 식품개발사업의 하나로 동의대·부산대·한국의학연구원 등과 노인성질환 개선(근육강화) 기능성제품 개발에 나섰다.

국립농업과학원 주관으로 근골질환(골다공증) 개선 기능성제품 개발사업도 경희대 한의대와 오미자밸리영농조합 등이 공동으로 착수했다.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민간기업체도 오미자를 활용한 갱년기질환 완화제를 개발해 현재 식약청에 등록을 요청해 놓은 상태로 알려져 있다.

조만간 기능성 음료를 비롯한 다양한 오미자 기능성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오미자 미래, 신제품 개발에 달려

이처럼 오미자 제품개발에 많은 예산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소비시장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기능성 제품 개발이 성공했을 경우 한 제품이 연간 1천t 이상의 오미자를 필요로 할 만큼 수요가 대량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기능성제품 개발에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문경시나 문경지역의 오미자가공업체는 이러한 재정을 부담할 여력이 없다.

김미자 문경시농업기술센터 창조농업 담당은 “오미자 가공 분야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은 한계가 있다”며 “문경오미자도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처럼 정부 차원의 육성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공사를 시작한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는 국비 1천358억원 등 5천535억원을 들여 358만여㎡의 공단을 조성해 국내외 연구개발(R&D) 중심의 식품기업, 민간연구소, 연관 기업 등 100여개의 식품기업을 유치해 동북아 식품시장의 허브로 육성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활발한 기능성 제품 개발 연구와 가공산업의 발전은 결국 소비의 확대와 직결된다.

이경호 문경시 오미자특작 담당은 “오미자는 다른 기능성 작물과 달리 계절에 관계없이 소비되고 생산량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발전가능성이 높다”며 “판매난 등은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오미자산업의 성공은 가공산업의 꾸준한 성장과 신제품 개발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문경=남정현기자 nam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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