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의 별난집 별난맛] 대구 지산동 ‘정이채소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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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26   |  발행일 2015-06-26 제41면   |  수정 2015-06-26
제철 채소 가득, 조미료는 일절 쓰지 않아…집밥 같은 보리밥 먹고 나면 편안
[박진환의 별난집 별난맛] 대구 지산동 ‘정이채소밥상’

제철 채소가 가득한 집이다.

고추장 한 숟가락에 촌된장찌개 끼얹고, 참기름 두어 방울 떨어뜨려 쓱쓱 비벼 먹는다. 푹 퍼지게 삶은 보리쌀 위에 불린 쌀을 안쳐 지은 보리밥 한 그릇을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하다. 익숙한 맛이기도 하지만 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는 집밥이라는 증거다. 먹는 내내 밥알이 깨지지 않는다. 탱글탱글 씹히는 보리쌀은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고등어·조기 구이 한 마리에 네 가지 나물, 시원한 콩나물국과 채반에 무생채 무침, 콩자반, 열무김치, 명태껍질 무침 등 푸짐한 반찬이 가지런히 담겨 나온다.

6천원짜리 밥상이지만 귀한 대접 받는 기분이다. 화려하고 기교를 부린 것은 아니지만 양도 넉넉하고 정성스러워 ‘엄마밥상’ 같다. 삼겹코다리찜(3만8천원)은 내장을 뺀 생태를 반건조시켜 꾸덕꾸덕한 채로 매콤하게 양념했다. 양념을 넉넉하게 잡아 맛에 깊이가 있다. 큼지막한 무와 통감자가 들어간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수육이 매콤한 양념과 어울려 쫀득하면서 보들보들 씹힌다.

청국장 정식(7천500원)은 특유의 냄새가 그리 심하지 않다. 밋밋하지 않으면서 깔끔하고 얌전한 맛이다. 곤드레 돌솥밥정식(9천원)은 유달리 곤드레가 연하고 부드럽다. 짜지 않고 매콤 고소한 양념장을 아직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에 올려 비벼 먹는다. 입안에 고소함이 가득 찬다. 매콤한 양념을 쓰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입안에서 착 달라붙는다.

유독 밥이 맛있다. 투명한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쌀알이 그대로 살아 있다. 갓 찧은 햅쌀로만 밥을 한다. 밥이 맛있으면 다 맛있다. 이 집은 밥맛만으로도 꿀맛이다. 모든 볶음요리와 무침, 조림에는 작년 초여름에 직접 담은 매실진액을 쓴다. 그래서인지 설탕만 넣은 단맛과는 격이 다른 달콤한 맛이 있다. 항상 여섯 가지 나물과 10여 가지의 반찬이 곁들여 진다. 무엇 하나 허투루 내는 게 없다. 각종 양념으로 덧칠해 차려내는 집도 아니다. 어느 하나 젓가락이 가지 않는 게 없을 정도로 맛깔스럽다.

식사 전에 도토리가루를 반죽해서 참나물을 넣고 동글납작하게 지진 전(6천원)으로 동동주 한 잔을 해도 좋다. 도토리가루가 많이 들어가서인지 밀가루 반죽 맛은 거의 안 느껴진다. 고소함과 참나물의 아삭함이 살아있다.

억지로 무슨 맛을 내려고 하는 집이 아니다. 착한가격에 햇살이 키운 제철재료로 집에서 먹는 듯한, 자연의 숨결이 느껴지는 힐링밥상을 내는 곳이다.

음식칼럼니스트

▶예약전화:(053)782-5552▶위치:대구 수성구 지산동1288-10▶영업시간:오전 11시 ~ 밤 10시▶휴무:없음▶주차시설:발레파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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