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석의 電影雜感 (전영잡감)] 데이트 폭력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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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26   |  발행일 2015-06-26 제42면   |  수정 201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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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드라마가 서구 여성들이 보기엔 극히 불편하고 실망스러울 수 있다’는, 작년 여름 무렵 나온 기사를 한 지인이 페이스북에 올려준 덕에 뒤늦게 읽을 수 있었다.


한류의 선두에 섰던 드라마 ‘겨울 연가’로 시작된 한국드라마 열풍이 아시아를 넘어 서구에서도 유통되면서 드라마 속에 들어있는 ‘여성에 대한 신체적 폭력’ 장면이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었다.


여성의 손목을 잡아채거나 벽에 밀어붙이는, 한국드라마 애시청자에겐 제법 낭만적으로 그려지는 모습을 서구인은 성폭력을 행사하려는 장면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해외 누리꾼들은 “이런 장면에서 남성은 여성을 전혀 존중하지 않으며 오직 야만인처럼 행동해 자신의 남성성을 증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아프게 꼬집는다.


또 “한국에서 성폭력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이런 드라마가 용인되는 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이도 있었다. 이런 장면들은 한국드라마뿐 아니라 한국영화에서도 드물지 않게 묘사되는 상황들이라 게으른 각본가와 연출가들의 자성을 촉구한다.


최근 ‘청년 논객’ 한윤형(안티조선 운동사 저자)에 이어 박가분(본명 박원익·일베의 사상 저자)까지 모두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임이 피해 여성들의 폭로로 잇따라 SNS를 통해 공개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한윤형 같은 경우에는 지난 제1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오픈토크에 패널로 참석한 바 있어 충격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dating abuse)’이란 교제하는 미혼의 동반자 사이에서 둘 중 한 명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폭력의 위협 또는 실행이다. 성폭행, 성희롱, 협박, 물리적 폭력, 언어폭력, 정신적 폭력, 사회적 매장, 스토킹 등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며 모든 인종, 연령, 경제 수준, 사회 계층을 막론하고 발생한다.


비교적 진보적 삶을 살아온 것으로 볼 수 있을 이들이 왜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일까. 그 원인을 ‘남성우월주의’로 꼽은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지적은 자못 섬뜩하다.


남자: 나 같은 페미니스트가 여자를 때린다면 문제는 내 논리가 아니라 그 여자의 특별한 성향에 놓여있음에 틀림없다.

여자: 저렇게 논리적인 사람이 나를 때린다는 것은 그가 아니라 바로 내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나를 고쳐야 한다.

자신의 말과 글이 자신의 삶과 일치되게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시대인지. 아프고 슬픈 일 투성이다.


독립영화감독/물레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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