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대결] 소수의견·연평해전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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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26   |  발행일 2015-06-26 제42면   |  수정 2015-06-26

소수의견
빽도 줄도 없는 변호사, 공권력·법체계 민낯을 폭로하다

20150626

“너 국선이지? 네 월급 그거 법원에서 나오는 거야.” 국가를 상대로 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준비중인 후배 변호사 윤진원(윤계상)에게 선배인 대석(유해진)은 골치 아픈 일에 끼어들지 말라며 타이르듯 말한다. 국선변호사 윤진원은 강제철거 현장에서 열여섯 살 아들을 잃고, 아들을 지키려다 경찰을 죽여 현행범으로 체포된 철거민 박재호(이경영)의 변론을 맡았다. 단순한 폭행치사로 여겼던 사건, 하지만 구치소에서 만난 박재호는 “아들을 죽인 건 용역깡패가 아니라 경찰이었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박재호는 정당방위를 인정받아야 한다. 윤진원은 박재호의 눈에서 그 진심을 읽었다.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결국 사건을 은폐하려는 듯한 검찰의 미심쩍은 행동, 사건현장을 기록한 신문기자 수경(김옥빈)의 영상을 접하게 되면서 그는 결심한다. 사건을 둘러싼 진실을 끝까지 파헤치기로 말이다.


아들 지키려다 경찰 죽인 철거민 아버지
알고보니 정당방위
진실 밝히려는 국선변호인 고군분투기


과연 국가란 무엇이고, 정의란 무엇일까. ‘소수의견’은 이를 화두로 삼아 대한민국 공권력과 한국 법체계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다. 그 중심에 변호사 윤진원이 있다. 지방대 출신의 경력 2년차 국선변호사인 윤진원은 ‘빽’도 줄도 없는, 그야말로 법조계에선 족보도 없는 마이너에 불과하다. 그가 정부와 검찰을 상대로 불가능에 가까운 싸움을 벌인다. 일차적으로는 자신을 애송이 취급한 홍재덕(김의성) 검사의 불쾌한 태도에 자존심이 상한 이유도 있지만, 그에게는 소신이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명감과 정의감이 있다.

윤진원은 누가 죽였든 경찰 작전 중에 벌어진 사건인 만큼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100원짜리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다. 돈이 문제가 아닌, 피고인 대한민국이 잘못을 인정하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이 소송에 “이건 소설이 아닌 커다란 사건”이라며 기자로서의 촉을 발동한 수경과 이혼전문 변호사인 선배 대석이 합류한다.

‘소수의견’은 ‘말의 액션’으로 불리는 법정 드라마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국가가 은폐한 사회적 타살의 진실을 밝히려는 국선변호인의 고군분투를 따라가며 진득한 법정 공방을 펼친다. 일단 흥미로운 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연상시키는 대치구도다. 부장 검사 휘하 검찰청의 엘리트 검사들을 상대로 꾸려진 변호인단은 국선 변호사와 형사소송 경험도 없는 이혼 전문 변호사 2인조다. 검찰 측이 시종 오만하고 무례하고 당당할 수 있었던 건 그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소년과 청년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의 은폐가 결국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변호인단은 일방적으로 불리한 이 재판을 시범 시행 중인 국민참여재판으로 청구한다. 국민의 일부를 배심원으로 불러들이는 한편, 진실을 밝힐 수단으로 대한민국을 피고로 소환하는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건 재판 과정 그 이면이다.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이 사건을 홍보수단으로 삼으려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윤진원을 찾아온다. 이 사건에는 이처럼 한 남자의 비극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욕망이 집결되어 있다. 픽션을 표방한 영화지만 용산참사가 떠올려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더욱 공포스럽다. 우리 주변에서 언젠가 불쑥 일어날지도 모를 이야기라는 점에서다. 이 영화가 실화보다 더 공포스럽게 다가온 이유다.(장르:드라마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연평해전
뜨거웠던 2002월드컵의 여름,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청춘들

20150626

대한민국이 월드컵의 열기로 뜨거웠던 2002년 6월29일. 북방한계선(NLL) 남쪽의 연평도 인근에선 남북한의 군사적 충돌로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었다. 북한 경비정 2척이 대한민국 함정을 기습 공격해 남북한 간의 해상 교전이 발생한 것. 대한민국과 터키의 월드컵 3, 4위전이 열리던 바로 그날이다. 30여분간 이어진 이날의 교전으로 당시 참수리 357호 고속정에 타고 있던 윤영하 대위를 포함한 6명의 부대원이 목숨을 잃었다.

‘연평해전’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청춘을 바친 이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있었던 13년 전 그날을 떠올린다. 의무병 박동혁 상병(이현우)이 평택 해군 2함대 참수리 357호에 재배속을 받는다. 같은 날, 해군 출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촉망받는 해군 장교로 성장한 윤영하 대위(김무열)도 참수리 357호 정장으로 부임한다. 투철한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그는 조그만 빈틈도 허락하지 않는 단호한 성격을 지녔다. 반면, 조타장 한상국 하사(진구)는 대원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친형 같은 존재로 누구보다 막중한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대원들을 이끌어왔다.


터키와 3,4위전 날 남북한 서해 교전
고속정 참수리357호 6명의 대원 전사
그들의 이야기 130분 러닝 타임에 생생


때마침 한일월드컵이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은 태극전사들의 눈부신 활약으로 축제 분위기다. 참수리 357호 대원들 역시 들떠 있긴 마찬가지지만 윤영하 대위는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몇 번의 비상점검에도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준 대원들에게 만족한 윤 대위는 월드컵 경기 시청을 허락한다. 하지만 그날 오전, 중무장한 북한 경비정 2척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오고 있었다.

‘연평해전’은 7년이라는 지난한 제작 기간을 거쳤다. 정치적 상황을 우려한 투자와 배급사의 발빼기 탓이다. 제작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연평해전’에 힘을 실어준 건 그날의 실화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며 뜻을 같이한 국민들이다. 세대와 계층을 초월해 성원 속에 진행된 크라우드 펀딩은 4천500여 명의 개인 및 단체가 참여해 역대 최고 금액이 모였고, 그것은 총 6만여 명의 후원 및 투자로 이어지게 되는 물꼬를 터주었다. ‘연평해전’이 영화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다.

군인이기 전에 우리의 아들, 친구, 가족이었던 그들의 이야기는 130분의 러닝타임에 오롯이 담겨진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아버지를 존경하고(윤영하 대위), 사랑하는 아내와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한상국 하사), 홀로 계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박동혁 상병) 지극히 평범한 모습들이다. 영화는 이처럼 마지막 극적 클라이맥스를 향해 인물들의 서사와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역시나 압권은 30분간 긴박하게 펼쳐지는 마지막 해상 전투 신이다. 현장에 있는 듯 생생함을 더한 이 장면은 3D에 힘입어 박진감 넘치는 전투 신으로 완성됐고, 드라마적 부분에서도 인물들의 감정과 스토리 라인이 적절하게 녹아 있다. 덕분에 절체절명의 해전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끈끈한 전우애를 보여줬던 대원들의 이야기는 한층 더 뭉클한 감동으로 전해져온다. 자칫 잊힐 수도 있었던 역사의 한 페이지는 이렇게 성공적으로 되살아났다. 의무가 아닌, 진정성으로 마주해야 할 영화다.(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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