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농수산 FTA 성공시대, 우리가 연다 .4] 한류스타 유망주가 자라는 예비수출단지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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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29   |  발행일 2015-06-29 제5면   |  수정 2015-06-29
“국내 넘어 세계인 오감 만족시켜라”…농가 수출의지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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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초 경북도로부터 예비수출단지로 지정된 상주 선인장수출단지(평천농원)에서 선인장이 자라고 있다. 원내는 선인장을 심고 있는 서동태 대표.


“무엇보다도 농가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이번 시리즈를 진행하며 만난 각계 농산물 수출 전문가들은 ‘지역 농산물 수출 성공의 핵심요인’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목소리로 이 같이 답했다. 우리 농산물이 해외시장에서 선택받으려면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포장기술과 완벽한 운송시스템보다는 농가가 주체가 돼 이룬 품질 향상이 절실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이 같은 대답 속에는 사실 지역 농업인들이 갖고 있는 인식에 대한 아쉬움도 묻어난다.

세계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속속 체결되고 있는 마당에, 지역 농업인들은 아직까지도 내수시장만 생각하며 내국인들의 입맛만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이 같은 기조에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의 몇몇 농가에서 세계인의 오감을 만족시키기 위해 작물의 크기에서부터 맛, 생장조건까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북도는 이처럼 수출 의지가 크고, 나름의 잠재력까지 갖춘 농가를 선별해 올해 초부터 ‘예비 수출단지 육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삼 등 지역 농산물 원조 한류스타의 뒤를 이을 만한 유망주를 키우는 것이 주목적이다.

‘경북 농수산 FTA 성공시대, 우리가 연다’시리즈 네 번째 편에서는 예비 수출단지 사업과 주요 수출단지인 ‘상주 선인장수출단지’를 소개한다.


올해초부터 추진 3곳 선정
수출 의지·품목 유망성 등 평가
3년간 매년 5천만∼2억원 지원
2020년까지 19개 단지로 확대

상주 선인장수출단지는?
내수시장 한계 일찌감치 인식
5개 농가 해외공략 의기투합
생산 전량 미국·호주 등 수출
지난해 매출액 28만달러 기록


◆경북도 예비 수출단지 육성사업

지난해 말 한·중FTA와 한·베트남 FTA 등이 체결되면서 지역 농어가에는 긴장감이 한껏 고조됐다.

위기를 느낀 것은 행정당국도 마찬가지였고, 경북도 역시 다양한 FTA 대응 방안을 내놨다.

특히 먼 미래를 내다본 경북도는 장래 농산물 수출에 앞장 설 농가를 육성하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고민했는데, 이렇게 나온 것이 올해 초부터 추진하고 있는 ‘예비 수출단지 육성사업’이다.

도는 예비 수출단지로 선정하기 위해서 ‘농가의 의지’를 근간으로 한 엄격한 기준을 세웠다. 단순한 전시행정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농업인 인식 개선’을 꾀한 것이다. 도는 우선 수출 실적이 1만달러 이상인 농가를 한정해 현지 평가를 통해 참여 농가의 수출 의지와 품목의 유망성, 단지의 집약도 등을 평가하기로 했다.

이 같은 기준을 앞세운 도는 지난해 말부터 도내 23개 시·군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평가를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김천의 ‘새김천농협 거봉 수출단지’와 영천 ‘금호농협 수출배 공선회’, 상주 ‘상주 선인장 수출단지’ 등 3곳을 예비 수출단지로 선정했다.

경북도는 올해부터 2017년까지 이들 단지에 매년 5천만~2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김천의 새김천농협 거봉 수출단지는 43개 농가로 이뤄져 있으며, 여기서 생산된 거봉은 주로 홍콩과 싱가포르 등 동남아국가로 수출하고 있다. 이 단지는 농가가 직접 해외시장에 맞는 별도의 포장재를 제작하는 등 도로부터 ‘농가로서 보일 수 있는 수출 의지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 예비 수출단지로 선정됐다.

영천의 금호농협 수출배 공선회는 소속 농가들이 의기투합해 안정적인 수출이 가능한 점을 보여 높은 점수를 받았고, 상주 선인장 수출단지는 생산한 선인장을 전량 외국으로 수출해 예비 수출단지로 선정됐다. 도는 이들 3곳 지정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19개 단지를 지정, 단계적으로 육성시킨다는 계획이다.

최영숙 경북도 FTA농식품유통대책단장은 “농가의 의지를 가장 큰 평가 척도로 여긴 만큼, 지정 농가는 성장 가능성이 아주 높은 곳들이다. 이들과 같은 농가를 계속해서 육성한다면 FTA 대응이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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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선인장,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다

올해 지정된 예비 수출단지 가운데, 평가과정에서 만점(100점)에 가까운 90점을 받아 1순위로 선정된 곳은 ‘상주 선인장 수출단지’다. 이 단지는 생산물량 100%를 네덜란드와 미국, 호주 등에 수출하고 있어 농가의 수출 의지 평가항목에서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선인장하면 사막부터 떠올리는 것이 익숙해서 였을까, 지난 26일 찾아간 상주 선인장 수출단지(상주시 공성면)는 상상과는 다른 모습으로 기자를 맞았다. 열대성 식물인 선인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하우스 시설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0시쯤 찾은 평천농원에서는 수출용 선인장(관상용) 포장작업이 한창이었다. 다 자란 선인장을 상자에 담아내면, 이 단지의 선인장을 수매하는 무역업체가 깔끔히 포장하는 방식이다. 이 선인장단지에는 평천농원을 비롯한 5개 농장이 모여 예비 수출단지를 이루고 있다.

이날 평천농원에서 만난 최동헌 선진농원 대표(37)는 수 년 전 직장생활을 관두고 돌연 선인장 농사를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최 대표는 “창업도 답이 없는 세상에, 100%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작물을 키우는 것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요즘 들어서 선인장 농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도시권 친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내수시장의 한계를 일찌감치 깨닫고, 전량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작물을 선택한 이들은 지난해 28만달러의 수출고를 기록했다. 국내시장과는 비교도 안되는 크기의 해외시장을 주목표로 삼았기에, 작농기술만 조금 더 향상된다면 돈벌어들이는 일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이곳 농장주들의 생각이다.

글·사진=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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