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따라 그곳&-송소고택] 아녀자들 기거하는 안채 못보게 ‘헛담’ 만들어

  • 배운철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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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29   |  발행일 2015-06-29 제12면   |  수정 2015-06-29
사랑채 손님 수 헤아리는 ‘구멍담’도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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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소고택의 헛담. 아녀자들이 대문으로 들어서면 빤히 사랑채가 보이는데, 내외법이 엄격하던 시절에는 뭇 남정네가 앉아 있는 사랑채를 지나 안채로 가는 게 매우 곤혹스러워 쌓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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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채에 손님이 몇 명이나 왔는지 알아보기 위해 뚫은 구멍담. 구멍의 수는 사랑채에서 보면 6개지만 안채에서 보면 3개다.

송소고택은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에 위치해 있다. 강릉 선교장(江陵 船橋莊·강원도 강릉시 운정동), 보은 선병국 가옥(報恩 宣炳國家屋·충북 보은군 외속리면 하개리)과 함께 조선의 3대 99칸 집으로 꼽힌다. 이범석 장군을 비롯해 고종의 다섯째 아들 의친왕, 독립운동가 조병옥 박사 등이 묵고 간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2002년부터 고택 체험시설로 개방됐고, 2007년에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250호로 지정됐다. 2011년에는 대한민국 관광의 최고상인 ‘한국 관광의 별’로 선정되면서, 청송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독특한 구조도 눈길을 끈다. 여느 한옥과 달리 송소고택에 들어서면 먼저 ‘ㄱ’자형의 헛담을 만나게 된다. 큰 사랑채와 안채로 드나드는 중문 사이 마당에 있는데, 안채에 드나드는 사람을 사랑채에서 볼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 쌓았다고 한다. 특히 남자들이 대문이나 사랑채에서, 아녀자들이 있는 안채를 보지 못하도록 설치했다고 해서 ‘내외담’이라고도 한다. 여인들 역시 뭇 남정네가 있는 사랑채 앞을 지나 안채로 가는 게 매우 곤혹스러웠는데, 헛담을 쌓아 이를 해결할 수 있었다. 내외법이 엄격하던 시절의 구조물로 볼 수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헛담뿐이 아니다. 안채와 사랑채 사이 담장에는 어른 주먹만한 구멍이 뚫려 있다. ‘구멍담’이라고 한다. 구멍의 수는 사랑채에서 보면 6개지만 안채에서 보면 3개다. 안채 구멍 1개에 사랑채 구멍 2개를 45도 각도로 연결해 안채에서는 사랑채가 보이지만, 사랑채에서는 안채가 보이지 않는다. 안채에서 사랑채에 손님이 몇 명이나 왔는지 알아보기 위해 뚫었다고 한다. 청송=배운철기자 baeuc@yeongnam.com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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