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작의 충격’ 뮤지컬 공식을 파괴하다…DIMF ‘포비든 플래닛’ 리뷰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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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29   |  발행일 2015-06-29 제23면   |  수정 2015-06-29
손마이크 주고받으며 노래·대화…장면전환 없이 ‘단일공간’서 전개
B급영화 같은 촌스러움 되레 신선…로큰롤·재즈·컨트리 등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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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감동을 골고루 선사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개막작인 ‘포비든 플래닛’의 한 장면. <딤프 제공>


26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선보인 제9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딤프) 개막작 ‘포비든 플래닛’은 현학적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었다. 그러면서도 재미와 감동, 은유와 패러디가 있는 실험적 작품이었다. 배반과 음모, 유배와 절망이라는 다소 무겁고 어려운 내용을 오히려 조악한 무대와 세련되지 못한 연출로 극복하는 ‘B급 무비’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SF코믹뮤지컬을 표방한 ‘포비든 플래닛’은 뮤지컬의 공식을 파괴하는 실험과 도전으로 첫 문을 열었다. 뮤지컬에서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핀마이크조차 사용하지 않고 손마이크를 고집했다.

배우들이 일일이 마이크를 주고받으며 노래를 부르고 대화를 나눴다. 총과 같은 소품은 헤어드라이기로 대신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차례의 장면 전환도 없이 우주선 내부라는 단일한 공간을 배경으로 전개됐다.

세련되기는커녕 약간 촌스러움마저 주는 이와 같은 의도된 연출은 자칫 수준 낮은 작품이라는 인상도 줄 수 있었지만 이것이 오히려 신선함으로 다가온다는데 숨은 매력이 있다.

이 작품이 가진 단조로운 연출을 보완한 것은 ‘음악’이었다. 안정적인 가창력을 갖춘 배우들은 완성도 있는 음악으로 뮤지컬의 듣는 재미를 선사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올슉업’과 같은 잘 알려진 로큰롤이 흥을 돋웠는가 하면, 시종일관 재즈와 록, 컨트리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음악의 향연을 펼쳐나갔다. 얼터너티브 록밴드 너바나와 하드록밴드 딥 퍼플이 되살아났으며, 기타와 베이스, 드럼과 신시사이저 등 악기들의 매력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150분의 공연을 마치고 극장문을 나서는 관객들의 얼굴에는 흡족한 미소가 머물러 있었다.

50대 주부인 이은자씨는 “주크박스 뮤지컬이라고 해서 재미만 생각하고 왔는데, 단순한 재미를 넘어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었다”고 평했다.

박길녀 주부 역시 “후반으로 갈수록 뭔가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삶의 의미와 가치, 소중한 것들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개막 공연 ‘포비든 플래닛’으로 출발한 딤프는 27일 개막 축하공연을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성황리에 마치는 등 후속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축제는 한국과 대만, 체코와 독일 등 총 6개국에서 19개 작품이 참여해 다음달 13일까지 대구지역 주요 공연장에서 펼쳐진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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