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없는 생태하천…대구 범어천 복원사업의 명과 암

  • 박종진,신인철,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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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7-03 07:32  |  수정 2015-07-03 09:02  |  발행일 2015-07-03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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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단계 생태하천복원사업이 완료된 대구시 수성구 범어천 두산오거리~어린이회관 구간. 수질 개선에는 성공했지만, 생태환경 조성에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다. 2단계 사업은 올 10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손동욱기자 dingdong@youngnam.com


수질개선은 합격
1·2구간 모두 용존산소량 풍부
BOD는 3ppm 전후로 크게 개선
배수도 잘 돼 홍수대비 효과적

생태복원은 낙제
좁은 수로·직선형호안 구축 등
친수공간·유지용수 중점 둔 탓
하천폭도 3분의 1로 줄어‘퇴색’


총 455억원이 투입돼 현재 5곳에서 실시되고 있는 대구지역 생태하천 사업이 수질 개선이나 홍수대비에는 효과적이지만, 생태복원 효과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 시내에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달 20일 오후. 평소 같으면 대구시 수성구 배신교 교량 슬래브까지 물이 차올랐겠지만, 신천 합류점인 2단계 범어천 구간에 설치된 2개의 하수박스 덕분에 물이 넘치지 않고 신천으로의 배수가 잘 이뤄졌다. 수성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 구역 하천폭을 최대 30m까지 확대한 덕분에 기존 집중호우 때와 비교해 3분의 1 정도의 유량을 보였다.

생태하천 사업 이후 수질개선 효과도 있었다. 대구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1단계 범어천 구간인 TBC사옥 앞 지점 DO(용존산소량)는 지난해 12월 11.66ppm을 기록했다. 2009년 9월1일 공사 전 측정에서는 8.5ppm을 나타냈다.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도 공사 전 6등급 이하(16.8ppm)에서 같은 기간 2등급(2.4ppm)으로 개선됐다. SS(부유물질)도 18.5ppm에서 0.1ppm으로 크게 나아졌다.

2단계 범어천 구간인 중앙고 앞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곳의 DO도 2009년 기준 8.9ppm에서 지난해 10.72ppm으로 높아져 용존산소가 풍부해졌다. BOD 역시 8.4ppm에서 3.2ppm으로 개선효과를 나타냈다.

하지만 생태 측면에서의 기능은 미미했다. 2009년 4월 환경부의 청계천+20프로젝트 선정 이후 공사가 속전속결로 이뤄진 데다 홍수 대비에 방점을 두다보니 생태 복원 효과는 저조하다는 지적이다.

범어천 1단계 구간의 경우 하상폭이 좁고 시멘트가 바닥에 깔려있는가 하면 좁은 수로와 직선형 호안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생태 복원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대명천·도원지·금호강 생태하천 등 3곳의 복원사업도 유지용수 공급·호안 정비·친수공간 확보 등에 중점을 둔, 범어천과 같은 목적과 형태로 진행 중이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생태하천 공사명에서 ‘생태’라는 두 글자를 ‘인공’으로 바꾸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한 “하천 폭이 좁으면 좁은 대로 물이 흐르는 공간을 온전히 넓혀야 하는데 무리하게 양안을 만들면서 하천공간이 3분의 1로 줄어 생태복원의 효과가 그만큼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박종진·신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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