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네네치킨과 ‘유승민 사태’

  • 최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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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7-03   |  발행일 2015-07-03 제22면   |  수정 2015-07-03
[미디어 핫 토픽] 네네치킨과 ‘유승민 사태’

갈수록 사회가 경박해지고 있다고들 한다. ‘하루살이’ 같은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살이’가 늘수록 사회의 미래는 불안정하고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인간의 위대함 중 하나는 ‘내일을 생각하는 능력’이다. 오늘 당장 편안함을 줄지라도 내일 고통을 주는 일을 피하는 것도 이 같은 연유이다. 굳이 ‘지조’나 ‘신념’ 등의 무거운 단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내일을 고려하는 사고는 인간의 상식에 속한다.

‘네네치킨’이란 키워드가 온라인을 달궜다. 네네치킨이 1일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는 광고를 게재한 탓이다. 네네치킨이 올린 글에는 “닭 다리로 싸우지 마세요. 닭 다리는 사랑입니다. 그럼요. 당연하죠. 네네치킨”이라는 글이 적혀 있고, 고 노무현 대통령이 커다란 치킨을 안고 있는 모습이 합성되어 있다.

우리 사회엔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존경 유무를 떠나 고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지도자였고, 우리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었다. 한마디로 사적 이익을 위해 너무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닌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패러디하면 광고 효과는 엄청날 수 있다. 그러나 그 광고가 사회에 남긴 상처는 광고 효과가 거두는 수익의 수백 수천 배의 비용을 요구한다는 점은 망각하고 있다. 한 나라의 대통령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데, 하물며 일반인들은 얼마든지 ‘이용’해 먹어도 된다는 의식이 부지불식간 사회 곳곳에 스며들게 마련이다. 그 ‘이용’의 대가는 ‘불신’으로 침전되어 사회 곳곳에 쌓일 수밖에 없다. 쌓인 ‘불신’을 청소하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은 왜 생각하지 못할까?

‘유승민 사태’도 ‘경박한 사회’의 단면이 아닐까.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간 속사정을 정확히 알고 있는 국민은 드물다. 다만 ‘불편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만 알고 있을 뿐이다. ‘두 사람의 불편함’이 결국 국민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는 국민을 섬기는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은 섬겨야 할 대상인 국민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국민을 담보로 한 ‘이용 정치’이다. ‘이용 정치’의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국민들은 두 사람 모두 국민을 섬길 줄 모르는 사람으로 생각하게 될 지 모른다.
최영호기자 cy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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