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천령산(天嶺山) 우척봉(牛脊峯·775m·포항 죽장면)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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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7-03   |  발행일 2015-07-03 제37면   |  수정 2015-07-03
소의 잔등(우척봉) 넘으면 구슬땀을 흘리며 가슴까지 시원한 관음폭포의 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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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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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수목원에서 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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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 250년인 보호수 외솔베기

경북수목원길로 오르면 대체로 완만
'우척봉 0.8㎞’이정표 선 삼거리에서
탐방로 따라가면 수목원으로 돌아가
정면으로 난 숲길이 정상 가는 길
가파르고 바윗길 돌아오르는 구간도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려 산행하기에 딱 좋은 계절인데 같이 산에 가자는 연락이 딱 끊겼다. 메르스의 영향으로 여행이나 행사는 취소되고 단체 산행이나 몇몇 지인들끼리 가벼운 산행을 떠나는 이도 현저히 줄었다. 주말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어서면 대형버스가 줄지어 서 있는 풍경에 익숙한 터라 한산한 휴게소의 풍경이 오히려 낯설다.

예전에 한번 소개한 천령산인데 이번에는 경북수목원에서 오르는 비교적 완만한 코스를 잡았다. 경북수목원은 해발 650m에 위치한 고산 식물원이다. 수목원까지 차로 오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목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관리사무소, 숲해설전시관 앞을 지나 넓은 길을 따르면 전망대로 오르는 데크 길에 이른다. 이 길을 따라 오르면 승용차가 오를 정도의 넓은 길이 왼쪽에서 전망대 방향으로 나있다. 중간중간 쉼터를 만들어 두어 산책하듯 15분을 오르면 2층 구조의 팔각정 전망대에 올라선다. 맑은 날이면 삿갓봉, 천령산, 내연산, 비학산 일대를 조망할 수 있지만 비가 온 뒤라 사방이 구름에 가렸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삿갓봉 방향의 숲길을 따른다. 평지와 같은 완만한 능선 길에다 임도와 같은 넓은 포장길을 만나 삿갓봉 직전 갈림길에 안내도가 세워진 곳에서 포장길을 버리고 다시 숲길을 오른다. 15분가량 오르면 헬기장으로 쓰였던 넓은 공간에 삿갓봉 표석이 세워져 있다. 오르던 길에서 정면으로 ‘우척봉’ 이정표를 따라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서 10분이면 다시 넓은 길을 만난다.

능선과 봉우리를 잇는 등산로가 있고, 산허리를 따라 수목원을 한 바퀴 돌도록 탐방로를 만들어 둔 것이다. 25분쯤 탐방로를 따라 산허리를 돌면 넓은 공간에 우람한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그 앞에 ‘외솔베기’라 적은 안내도에는 옛날 아랫마을 가래골 주민이 청하장을 보러 다니는 길목으로 술과 고기를 먹고 지나면 짐승들이 흙을 퍼붓고, 선한 사람이 지나면 두려움을 포근히 감싸주었다고 한다. 또 여인들이 이 소나무에 공을 들이면 효험이 있다고 하며 나무에 해를 가하면 목숨까지 잃는다는 유래가 있는 이 나무는 수령 250년이 넘어 보호수로 관리되고 있다. 외솔베기에서도 왼쪽으로 산허리를 돌아가는 길과 정면으로 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이 갈린다. 능선 길을 따라 작은 고개를 하나 넘어 약 30분 후면 역시나 넓은 탐방로와 만난다. 이 지점이 가래골 갈림길이다. 여기에서 능선 길을 택할 것인지 또 다시 만나게 될 탐방로를 따를 것인지 살짝 고민에 빠진다. 잠시 망설이는 동안 일행들이 먼저 편한 탐방로를 따라 앞장선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20분쯤 지나자 탐방로는 아래쪽으로 향하고 ‘천령산 우척봉 0.8㎞’라고 적힌 이정표가 세워진 삼거리다. 이 지점에서 편한 길이라고 탐방로를 따르면 다시 수목원으로 되돌아가는 길이다. 정면으로 난 숲길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가파르다. 정상이 가까워지자 바윗길을 돌아 오르는 구간도 만난다. 구름을 벗고 점점 밝아지지만 습도가 높아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30분쯤 오르니 갑자기 평평한 평지를 만나며 우척봉 정상 표석이 나타난다. 우척봉(牛脊峯). 소의 잔등에 올라탄 것이다.

북쪽 방향으로 매봉과 향로봉이 엷게 퍼진 구름 사이로 가늠할 정도이고 조망은 시원치 않다. 정상 일대에는 참나무 종류가 주종인데 그 아래에 사초가 군락을 이루어 목초지를 보는 듯하다. 정상에서 동쪽 방향으로 길을 잡아 5분을 걸으면 천령산 안내판과 헬기장을 지난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10분쯤 지나니 ‘보경사계곡 2.0㎞’라고 쓰인 작은 삼거리를 만난다.

직진 방향은 보경사 주차장으로 곧장 내려가는 길이고, 왼쪽은 보경사계곡으로 불리는 청하골로 내려가는 길이다.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는 이 능선은 ‘음지밭등’으로 불리는데, 예전에 아래 골짜기에 화전민들이 살았다. 골이 깊어 음지라고 불렀으며, 음지에 있던 밭은 음지 밭, 음지 밭과 맞닿은 능선이 음지밭등이라고 한다. 능선은 왼쪽으로 휘어져 내려서다가 20분을 지나면 왼쪽에 바윗돌이 놓인 쉼터로 알맞은 곳을 지나면 계곡을 만나기 전까지는 가파른 내리막이다.

20분 정도를 조심스레 내려서니 ‘은폭포 1.2㎞, 보경사 3㎞’라고 적힌 이정표를 만난다.

오랜만에 계곡다운 계곡을 만난 기념으로 땀에 젖은 손수건을 물에 적시려고 손을 담근다. 작은 물고기들이 손등을 툭툭 건드리고 지나간다.

너덜지대를 따라 보경사로 향한다. 7분가량 지난 뒤 쇠 난간과 계단을 내려서면 두 줄기의 물줄기가 인상적인 관음폭포와 마주한다. 한두 차례 비가 내렸지만 수량이 그리 많지 않아 평소에는 건너지 못하는 관음폭포 아래로 건너 동굴처럼 뚫린 굴 속에 들어가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다.

청하골 12폭포 가운데 가장 웅장한 연산폭포는 관음폭포를 건너 맞은편 구름다리를 건너 상류로 조금 올라가야 한다. 높이 30m의 연산폭포는 주변 기암절벽들과 어우러져 청하골 최고의 풍광을 자랑한다. 관음폭포에서 하류로 내려오는 길은 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걷게 된다. 무풍폭포, 잠룡폭포, 상생폭포, 보현폭포 등 폭포와 소를 이루는 계곡의 청아한 물소리들 들으며 15분 정도 더 가면 산내 암자인 보현암을 지나고, 농수로를 따라 30분 정도면 보경사에 닿는다. 보경사를 둘러보고 주차장까지는 10분가량 소요된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 apelo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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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거리

◆보경사

602년 진나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신라 지명법사가 진평왕에게 ‘동해안 명산에서 명당을 찾아 진나라의 도인에게 받은 팔면보경을 묻고 그 위에 불당을 세우면 왜구의 침입을 막고, 이웃 나라의 침입도 받지 않으며 삼국을 통일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진평왕이 지명법사와 함께 내연산 아래에 있는 큰 못에 팔면보경을 묻고 못을 메워 금당을 건립하고 보경사를 세웠다고 하는데, 경내에는 보경사원진국사비(보물 252)와 보경사부도(보물 430)가 있으며, 조선 숙종의 친필 각판 및 5층 석탑 등이 있다.


☞ 산행 길잡이

경북수목원-(15분)-전망대-(25분)-삿갓봉-(25분)-외솔베기-(30분)-천령산-(60분)-관음폭포-(40분)-보경사-(10분)-주차장

경북수목원에서 출발해 수목원 탐방로를 따라 우척봉에 오른 후 되돌아 나와 수목원으로 갈 수도 있고, 우척봉에서 청하골을 따라 보경사로 향하는 코스가 최근 각광받는 코스다. 수목원에서 우척봉을 오르는 한 구간만 빼면 탐방로를 따르는 호방한 길이라 편하다. 청하골에 내려서면 폭포와 계곡을 끼고 하산하게 되므로 지루하지 않다. 전체 산행 거리는 약 13㎞. 산행시간은 5시간가량 소요된다.

☞ 교통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 서포항IC를 빠져나와 기계, 신광을 지나 68번 지방도로를 달리면 경북수목원에 닿을 수 있다.

☞ 내비게이션

포항시 북구 죽장면 수목원로 647(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옥리 1-1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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