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시리즈 통·나·무] ‘대구 21번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주천수 <주>삼우무역 대표

  • 최미애,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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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7-04 08:17  |  수정 2015-07-04 08:17  |  발행일 2015-07-04 제5면
자신에겐 짠돌이지만 출소자 자녀의 어려운 사연엔 통 큰 기부
20150704
지난 1일 대구 달서구 상인동에 위치한 개인 사무실에서 주천수 <주>삼우무역 대표가 자신의 나눔 철학을 말하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내가 평소 기부하는 금액에서 조금만 더 보태면 된다고 생각했다.”

대구의 21호 아너소사이어티(1억원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 회원인 주천수 <주>삼우무역 대표이사(67)는 1억원을 기부하게 된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주 대표는 기부에 있어선 거침없지만, 소문난 ‘짠돌이’다. 지난 1일 대구 달서구 상인동에 있는 개인 사무실에서 만난 주 대표가 찬 시곗줄의 너덜너덜한 박음질이 그의 알뜰함을 짐작하게 했다. 주 대표는 식당에 가서도 일행에게 무엇을 먹을 건지 꼭 물어보고, 먹다가 남은 음식이 있으면 싸 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매일 배달 오는 신문과 신문 사이에 끼워진 광고지도 허투루 버리지 않는다.

주 대표는 “자수성가한 사람이 다들 그렇겠지만 나도 나 자신에게 매우 인색하다. 지금도 백화점에서 옷을 못 사고 시장에서 옷을 사 입는다”고 말했다.


무기수자녀·영세재소자에게
20년간 장학금·영치금 지원…
출소자 취업상담 프로그램인
1기업1출소자 채용운동 전개

화재·기름유출 등 재난현장
직접 찾아가 밤새우며 봉사도

“내가 한 일 안 알리고 싶지만
아너소사이어티 가입 주춤해
기부 독려하고자 인터뷰 응해
평소 나눔에 조금 더 보태길”

주 대표는 1978년부터 섬유업을 시작했다. 1980년대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수출 전선에 뛰어들었다. 야간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익힌 기술을 바탕으로 1970년대 초·중반 전기기술자로 일했다. 한때 600명의 직원이 일하던 큰 회사였지만 지금은 당시보다는 규모가 줄어 30명 정도다. 수출만 100% 했기 때문에 당시 국가 경제를 먹여살린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이 때문에 주 대표는 외제차 등 외국에서 온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의 집에 있는 유일한 외국산 제품은 네덜란드 브랜드인 필립스 면도기뿐이다.

한 회사의 대표지만 주 대표는 직원들이 일하는 것만 지켜보는 성격이 못 된다. 공장에 수리할 곳이 있으면 직접 나서서 고친다. 은행에서도 그의 성실함만 보고 2억원을 보증 서 줄 정도였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여러 차례 고비도 있었다. 섬유 생산공장은 불황이라도 가동되는 것이 원칙인데, 재고는 쌓이고 물건은 안 나갔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처럼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대구에서 기업을 창업해 30년이 지나고 종업원 수가 30인 이상인 우수 향토 기업에 수여하는 ‘3030기업’으로 2010년 지정되기도 했다. 같은 해 선정된 90여 개의 기업은 절반이 대표이사가 바뀌고, 창업 초기와 다른 업종으로 바뀌었다.

주 대표는 본인이 어렵게 살아왔기 때문에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외면할 순 없었다.

1994년부터 20여 년 동안 대구교도소 교정협의회 자문위원, 취업알선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무기수 자녀에 대해선 장학금을, 영세 재소자에게는 영치금도 지원했다. 2013년 4월에는 대구교도소 교정 정화를 위해 500만원을 기탁했다. 2010년에는 달서구청이 설립한 달서인재육성재단에 4회에 걸쳐 후원금 1천200만원을 기부하고, 10년 동안 후원을 이어가기로 약속했다.

그는 2005년부터 3년간 달서소방서 의용소방대장과 2009년부터 달서소방서 행정자문위원장을 맡으면서 지역사회 재난현장에도 뛰어들었다. 동구 목욕탕 폭발사건, 중구 서문시장 화재 등에서 밤새워 봉사활동을 했고, 2007년 태안 기름 유출현장에 찾아가 기름을 제거하는 봉사활동에도 동참했다. 하나하나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기부와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대구교도소 교정협의회 회장으로 있으면서 출소자들의 취업을 돕기 위한 상담인 ‘1기업체 1출소자 채용운동’도 펼쳤다.

왕성한 나눔활동을 했던 주 대표는 2013년 12월24일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했다. 1억원을 기부하기로 해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된 것. 교도소 출소자들과의 취업 상담 과정에서 듣게 된 어려운 가정의 자녀들 사연이 그의 통 큰 기부로 이어졌다. 어려운 형편의 청소년들이 유해환경에 노출되면서 결국 범죄자의 길로 들어서는 사례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달서구의 인구가 대구 전체 인구의 24%나 되는 데 비해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하는 사람은 적다며 가입을 권유한 곽대훈 달서구청장의 영향도 있었다.

주 대표는 “처음엔 1억원을 기부해야 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지만, 몇 년간 나눠서 기부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해 지금 기부하는 것보다 조금만 더 보태면 되겠다 싶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주 대표의 기부에는 하나의 원칙이 있다. 사비를 들여 자신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것. 달서구청의 한 공무원은 “보통 기부자들이 기부 영수증도 꼭 챙기고, 회사 이름으로 기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 대표는 기부 영수증도 구청에서 얘기하기 전까지는 챙기지도 않을 정도니까 정말 순수한 목적으로 기부를 한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그가 인터뷰에 응하게 된 것은 대구에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앞으로도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주 대표는 “나는 내가 한 일을 여기저기에 알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최근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이 주춤하고 있어 기부를 독려해야겠다는 생각에 인터뷰에 응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주 대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모인 기부금들이 적절한 곳에 쓰이길 당부했다. 그는 “사람들이 보통 세금 내는 것도 아까워하면서 낼지 말지 고민하는데, 아너소사이어티 회원도 앞으로 더 늘어나고 이로 인해 모인 기부금은 꼭 필요한 곳에 쓰였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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