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꽁꽁’ 수출‘뚝’ 내우외환…3%대 경제성장률 잡기 ‘긴급수혈’

  • 구경모
  • |
  • 입력 2015-07-06 07:27  |  수정 2015-07-06 09:31  |  발행일 2015-07-06 제6면
위기의 한국경제…‘추경카드’ 꺼낸 정부
20150706


정부는 지난 3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가뭄 극복을 겨냥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규모를 11조8천억원으로 잡았다. 여기에 각종 기금 지출과 공공기관 투자를 늘리는 한편, 기업에 대한 금융성 지원까지 추가해 총 22조원 규모의 재정 보강을 추진키로 했다. 이는 정부가 당초 예고했던 ‘15조원+α’를 훨씬 뛰어넘는 규모로, 최근 우리 경제가 심각한 위기 상태에 빠졌다는 방증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말 국내외 경제전망기관이 내놓은 한국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대략 3.6% 안팎이었지만, 최근엔 2%대 성장을 전망하는 기관들이 많아졌고 지난 5월까지만 해도 3.3% 성장을 자신했던 정부 역시 최근 3.1%로 하향 조정했다.

1분기 경제성장률 0.8% 그쳐
4대 부문 구조개혁도 지지부진

39개월째 ‘불황형 흑자’행진
中 경기 부진·엔화 약세 영향
수출증가율 6개월째 마이너스

메르스에 소비심리 크게 위축
가뭄 여파 농축수산물 물가 급등

집세·공공서비스요금까지 상승
서민가계 주름살 갈수록 깊어져


◆사면초가 한국경제

실제 상반기 한국경제 성적을 살펴보면 미래를 낙관하긴 힘들어 보인다. 올 1분기 한국경제는 전기보다 0.8% 성장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3분기 성장률도 전기 대비 0.8% 오르는 데 불과했고, 4분기엔 0.3% 성장에 그쳤다. 올 2분기 경제 성적 역시 메르스 타격으로 좋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은 최근 내놓은 ‘경제전망과 정책과제 2015년 2분기’ 보고서에서 “메르스가 7월 말까지 지속될 경우 올해 성장률은 2%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4%에서 2.7%로 0.7%포인트 낮췄다.

정부가 상반기에 역점을 둔 노동·금융 등 4대 부문 구조개혁도 물 건너갔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가 선거가 없는 해라는 점을 강조하며 ‘구조개혁 골든타임’을 외쳤지만, 노동 부문 구조개혁은 재계와 노동계 반발로 지지부진하고 최저임금 인상 카드도 철저히 외면받았다.

국회 역시 첫 임시국회가 열렸던 2월엔 연말정산 파동으로 여야 책임공방이 이어지면서 민생경제 관련 법안은 상정조차 하지 못했고, 4월엔 성완종 리스트, 6월엔 메르스로 인해 정부의 경제 살리기에 힘을 실어 주지 못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수출 부진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까지 어려워질 때마다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았지만 지금은 중국의 저성장, 엔화 약세, 세계 교역성장률 둔화 등으로 수출이란 ‘전가의 보도’를 쓰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최장기간 불황형 흑자

한국은행이 지난 2일 발표한 ‘2015년 5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5월 경상수지는 86억5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2012년 3월 이후 39개월째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1986년 6월부터 38개월간 이어졌던 종전의 최장 흑자기간을 넘어선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수출 감소분보다 수입 감소가 더 커서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라는 데 있다.

한은과 기재부에 따르면 5월 상품수지 흑자는 4월 125억6천만달러에서 91억9천만달러로 줄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015년 6월 및 상반기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상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감소한 2천690억달러, 수입은 15.6% 감소한 2천223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수출 감소폭보다 수입 감소폭이 훨씬 큰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를 나타냈다.

이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입가격이 하락한 데다 철강·석유제품 등의 수출가격도 함께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중국 경기 부진과 세계 교역량 감소, 엔저로 인한 일본 제품과의 경쟁심화 등이 요인으로 작용했다.

장기적으론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이른바 ‘중후장대’형 산업이라 불리는 전통 제조업의 쇠퇴와 함께 휴대폰·첨단가전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수출 전략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학자인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는 “이제 기업들은 기존 성장 공식을 버리는 자기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서민 생활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물가상승률 폭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2015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은 4월 0.4%, 5월 0.5% 등으로 오르면서 6월에는 5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적정 규모의 물가상승은 경제가 활기를 띠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5월까지 담뱃값 인상(주류포함 0.58%포인트) 요인을 감안한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넉 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저유가 등 공급 측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석유류 가격이 지난해 6월에 비해 17.0% 하락했고, 도시가스요금 역시 20.9% 떨어졌다.

반면 서민 살림살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집세나 농축수산물 가격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세를 포함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6월 대비 0.3% 상승했으며, 집세의 경우 전세가 3.5% 올랐고, 월세도 0.3% 상승했다. 또 가뭄으로 인해 식품 값은 3.4%, 농축수산물의 가격은 4.1% 올랐다. 특히 파와 배추는 각각 91.9%, 90.9% 상승해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뛰었으며 무(34.3%), 참외(23.2%), 마늘(21.0%), 고춧가루(11.1%), 돼지고기(8.0%) 등의 가격도 크게 올랐다. 특히 배춧값은 182.9% 급등한 2013년 2월 이후 2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공공서비스 요금도 0.5% 상승했다. 하수도료(8.0%), 요양시설이용료(6.5%), 외래진료비(1.9%)가 각각 상승했고 학교급식비(10.1%), 구내식당 식사비(5.5%), 공동주택관리비(3.7%), 중학생 학원비(3.3%) 역시 올라 서민들의 생활형편은 별로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부)는 “정부는 우선 단기적 경기 부양책에 힘을 쏟아 사람들의 형편이 나아지도록 해야 한다. 소득이 올라 생활에 여유가 있어야 구조 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에도 진척이 있을 것”이라며 “추경을 결정한 만큼 신속하게 집행하는 게 관건이다. 그래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기자 이미지

구경모 기자

정부세종청사 출입하고 있습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