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혜숙의 여행스케치]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부소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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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7-17   |  발행일 2015-07-17 제41면   |  수정 2015-07-17
‘물위에 떠 있는’ 바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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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소리 부소머리 마을 앞에 길게 뻗어나가 있는 부소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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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에 있는 장승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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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소담악으로 가는 데크로드. 정면이 고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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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소담악의 능선부에 서있는 전망대인 추소정.

대청댐 들어서며

마을 일부는 수몰
모래 반짝였다는
부소머리 마을 앞
소옥천변
병풍을 친 것처럼
700m나 뻗친 바위
예부터 옥천 최고의 명소


아흔아홉 봉우리를 가졌다는 산이 있다. 그 줄기가 길고 길게 뻗어나가 있고, 그 줄기를 휘돌아 하천이 흘렀다. 산 아래 천변에는 마을이 있었고, 사람들은 밭을 일구며 살았다. 하천이 호수가 되자 마을은 물에 잠기었다. 일구던 밭도 사라졌다. 사람들은 자리를 옮겨 새로이 터를 잡았다. 그러나 산은 높아 여전히 하늘에 있고, 그 옛날 물길이 휘돌던 풍경도 그 자리에 있다.

◆ 추소리 부소머리

산은 환산, 마을 사람들은 고리산이라 부른다. 천은 소옥천, 금강의 지류였고, 지금은 대청호다. 옥천 군북면 추소리는 산 아래 천변의 마을이었고, 절골과 부소머리, 서낭당, 추동이라 불린 자연마을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추소리는 추동과 부소머리에서 한 자씩 따온 이름이었다. 마을은 400년에 걸친 문화류씨들의 집성촌으로 마을 사람들 모두가 가족이나 다름없다. 1979년 대청댐이 만들어졌다. 추동은 사라졌고, 부소머리의 일부가 물에 잠겼다. 현재는 절골과 부소머리, 서낭당이 추소리를 이루고 있다.

부소머리는 부소무니, 부수머니, 부소부니 등 그 이름에 논란이 많다. ‘물 위에 뜬 아름다운 연꽃 모양의 명당’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옥천의 향지를 비롯해 많은 문서에는 ‘부수머리’라고 되어 있다. 마을 사람들 간의 의견도 분분했지만 부소머리로 일단락되었다고 한다. 추소리 버스 정류장을 지나 산길을 조금 내려가면 장승들이 와글와글 서 있는 고샅길이 나온다. 좁은 길을 조금 들어가면 옥천에서 이름나 있다는 식당과 별장같이 지어진 민가들이 있다. 마을을 관통해 나가면 옛 소옥천인 대청호다.

모래밭이 반짝였다는 천변은 푸른 초원이다. 백로 몇 마리가 얕은 물속을 거닌다. 좁은 물길 너머 머리가 무성한 바위산이 절경으로 펼쳐져 있다. 멀리 나룻배 두 척이 떠있다. 바라만 보는 것으로 마음이 안정되는 평화다. 가뭄에 대청호 수위가 낮아지면, 부소머리와 추동을 잇고 있었던 세월교가 수면 위로 드러난다고 한다. 물속에 잠긴 추동 마을이 철렁 내 속으로 들어온다.

◆ 부소머리의 부소담악

마을 앞으로는 고리산의 지맥이 길게 뻗어있다. 머리에 숲을 이고 밑동에 기암을 드러낸 좁고 긴긴 산. 옛날 율곡 선생과 우암 선생이 소금강이라 불렀다는 이곳, 부소담악(赴召潭岳)이다. 부소담악은 ‘부소머리 마을 앞 물 위에 뜬 바위산’이란 뜻으로 자그마치 700m나 되는 기다란 암벽이다. 일명 12폭 병풍바위라고도 하고, 마을에서는 부소머리 앞산 또는 안산이라고도 부른다. 부소담악은 옛날 소옥천 시절부터 옥천 최고의 명소였다 한다.

마을 앞 물가를 따라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꽃길이 가꾸어져 있고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산책로 끝에는 장승공원이 조그맣게 열려 있고, 그 끄트머리에 산으로 오르는 계단길이 있다. 계단을 오르면 전망대인 추소정이 있다. 멋진 풍경이다. 멈춰선 물돌이가 시퍼렇게 깊다. 물고기 헤엄치는 첨벙 소리 들릴 만큼 고요하고 솔바람 상쾌하다.

추소정에서부터 좁고 긴 부소담악의 숲길이 뻗어나가 있다. 높이는 40~90m, 너비는 약 20m인 긴 숲길은 나아갈수록 점점 좁아진다. 추소정보다 먼저 자리한 옛 정자도 만나고, 이끼로 덮인 벤치도 지난다. 멋있게 늙은 소나무가 뿌리내린 커다랗고 거친 바위가 가로막기도 한다. 길은 다소 위험한 구간도 있지만 기암의 절경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이들도 많다.

◆ 부소담악의 어미산, 고리산

부소담악의 어미산인 고리산은 옥천의 영산이라 불리는 산으로 배를 댈 고리가 있다는 뜻이다. 고리산은 군북면의 중심에서 아흔아홉 봉우리로 솟아있는데, 옛날 왕비의 태가 묻혔다는 태봉, 학자를 많이 배출한다는 문필봉 등이 있다. 그 산기슭에는 24개 마을이 자리한다.

추소리는 옛날 백제의 땅이었다. 성왕의 시절, 추소리와 고리산에는 백제군의 진영이 있었고, 그때 이곳에서 백제군과 신라군이 전투를 벌였다고 한다. 성왕이 신라군에 의해 최후를 맞은 곳이 부소담악에서 약 2㎞쯤 떨어진 군서면 월전리다.

부소담악의 ‘부소(赴召)’는 ‘임금의 부름을 쫓아 나아간다’는 뜻이다. 연꽃의 형국이어서 붙여졌다는 부소머리를 생각해 보면 연꽃 부(芙), 못 소(沼)일 것 같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쓴다. 그러나 옥천군의 표기는 부소(赴召)다. 그 연원은 알 수 없지만 다만 백제 성왕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 싶다. 가만 보면 길게 뻗은 부소담악이 열 지어 나아가는 병사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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