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행복한 대구 - Ⅰ부, 문화공간과 축제] (6)풀뿌리형 생활문화 동호회

  • 박종진 이연정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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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7-23   |  발행일 2015-07-23 제7면   |  수정 2015-07-30
시민들 곁에서 문화 접근성·감수성 높이는 ‘문화생태계의 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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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동호회인 ‘복나눔예술단’ 단원들이 대구시 북구 산격동의 한국문화공동체BOK 연습실에서 꽹과리 리듬에 맞춰 흥겹게 장구와 북을 치고 있다. 최근 풀뿌리형 생활문화 동호회들이 늘어나면서, 척박한 지역 문화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꽃은 화려하진 않지만 나름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특히 인위적으로 키운 꽃보다 강한 자생력을 자랑한다. 문화생태계에서도 들꽃 같은 존재가 있다. 바로 생활문화동호회다. 자발적으로 형성된 이들은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의 중요한 토대가 된다. 시민의 문화 접근성과 감수성을 높이고, 문화를 매개로 지역사회 공동체성 회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문화생태계의 기저에서 자생하는 풀뿌리 모임에 대한 정부·지자체 지원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市, 작년부터 생활문화제 개최
아마추어 동호회 110여개 참여
생활 속 문화예술활동 ‘공감대’

지역 동호회, 자체 회비로 운영
연습공간 마련 등 지원책 절실
동호회·예술가 연계도 필요해

◆풀뿌리 모임, 문화·사회 생태계 살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부터 생활 속 문화 체감도를 높이고 동호회 교류 지원을 위한 ‘생활문화동호회 활성화 지원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이 사업의 주요 내용은 △지역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에 기초한 생활밀착형 문화프로그램 지원 △동호회간 네트워크 기반 마련을 위한 지역별 생활문화제 개최 지원 △전국 생활문화제 개최 등이다. 문체부의 ‘문화가 있는 날 사업’과 맥을 같이한다.

대구시도 생활문화 활성화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생활문화제 개최다. 지난해 7월 처음 열린 ‘생활문화예술동호회 페스티벌’은 큰 호응을 얻었다. 110여개의 아마추어 예술동호회가 다채로운 공연을 펼쳐 시민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은 것. 올해는 ‘생활문화제’로 이름을 바꾸고 대구핫페스티벌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이 같은 생활문화 활성화 정책은 세계적인 추세다. 생활 속 문화활동이 문화·예술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 생태계에 있어 생활문화 예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영국은 최근 아마추어 예술 활동에 대한 전국적인 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자발적인 예술 참여 활동이 개인의 자기 계발과 건강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스웨덴은 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크로쿠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근로자들이 여가 시간에 문화예술 활동을 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충희 대구문화재단 문화기획부장은 “지난해부터 지역민이 문화예술 향유를 넘어 직접 참여·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을 늘리고 있다. 이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기반한 프로그램·축제 지원을 통해 생활문화 활동에 동기를 부여하고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도 자발적 문화활동 증가세

‘칼퇴근 밴드’는 직장인 밴드 동호회로, 구성원이 칼퇴근해야만 연습할 수 있다고 붙인 이름이다. 소규모 밴드이기에 드럼, 베이스, 기타, 보컬 등의 구성원이 한 명이라도 빠지면 합주가 불가능하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평일 저녁 시간에 연습을 하고 있다. 처음엔 회원 모집도 쉽지 않았으나, 음악에 굶주렸던 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면서 어엿한 밴드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자연스럽게 실력도 향상됐고 행사 참여 기회도 늘어났다. 특히 2007년에는 ‘KBS 근로자가요제’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밴드를 창립한 배수주 팀장은 “다른 직장인밴드나 동호회와 교류하면서 회비를 걷어 연습 공간을 마련하고 돌아가면서 연습한다. 자생적으로 운영하는 과정조차도 즐겁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30대에서 60대 중반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복나눔예술단’은 <사>한국문화공동체(BOK)에서 함께 국악을 배우던 이들이 2005년 결성한 동호회다. 국악에 대한 열정만으로 연습실을 마련해 동호회를 꾸리게 된 것. 사물놀이와 민요는 물론 가야금·대금 등 기악까지 연주할 정도로 회원의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이들은 봄·가을마다 발표회를 열거나 지역 풍물단체 행사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열린 ‘대구 생활문화예술동호회 페스티벌’에도 참가해 그간 쌓은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결성 5년차를 맞은 ‘어울림오카리나’팀원도 처음에는 주민자치센터 오카리나반에 혼자 쭈뼛쭈뼛 들어선 수강생들이었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끼리 모이다보니 ‘지속적으로 모여 연습해보자’는 열정이 생겼고, 자발적으로 팀을 구성하게 됐다. 정미화 어울림오카리나 회장은 “오카리나는 비교적 쉽게 배울 수 있어 다양한 주민이 어울릴 수 있는 소통의 매개체 역할도 한다”며 “도시철도 역사 등지에서 공연하다보면 어떻게 참여할 수 있냐고 묻는 사람도 상당수다. 생활문화 확대에 일조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지원시스템 개선 필요

생활문화동호인이 피부로 느끼는 지원 정책의 효과는 어떨까. 보다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자발적인 민간 활동이 크게 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단기적이고 사업 중심적인 차원에서만 이뤄지고 있다는 것.

김생환 복나눔예술단 회장(61)은 “자체 회비로 운영되고 별다른 지원이 없다보니 강사 초청이나 연습실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동호회가 많다. 특히 음악 분야의 경우 독학이 어려워 더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 동호회는 같은 장르의 동호회 7개팀과 꾸준히 교류하고 합동 공연을 펼치기도 하지만 교류가 없는 동호회도 많아 지자체나 기관에서 이들을 연결해주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어울림오카리나 정 회장은 “연습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교회·성당 등을 겨우 빌려 사용한다. 공공기관 등이 생활문화동호회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전문가 역시 생활문화동호회에 대한 학습 지원, 지역사회 공헌활동 지원, 공간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공감했다. 동호회가 가장 부담을 느끼는 공간적인 지원은 물론 학습 수요에 따른 교육과 지역사회와의 연결고리를 맺어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동욱 대구경북연구원 박사는 “현황 분석을 통해 지역 문화동호회의 토양 상태를 확인하고 동호회와 동호회, 동호회와 예술가 간 네트워크를 확대해 보다 광범위하게 지역 문화공동체를 형성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대구문화재단은 연말까지 생활예술동호회 기반 조사사업을 실시한다. 수요 지표조사를 통해 기초 인프라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 도움말=대구경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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