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샘의 밑줄 쫙] 대구, 포크에 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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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7-24   |  발행일 2015-07-24 제43면   |  수정 2015-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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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이라는 사람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모르긴 해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런 세계적 뮤지션은 될 수 없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대구가 낳은 음유시인 김광석이라는 사람도 대구가 아닌, 문화와 예술을 더욱 사랑하는 다른 도시에서 태어났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부각되고 그 도시를 상징하는 문화 콘텐츠가 되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의 노래나 국민적 관심에 비해 음식점이 더 부각되는 김광석 거리만으로는 많은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주 사흘 동안 펼쳐진 ‘대구 포크 페스티벌’을 진행하면서 대구시민과 관광객들의 폭발적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구가 포크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대구의 축제들과 함께 해봤지만 포크라는 음악적인 주제로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무대에 섰는데 반응은 대박 그 자체였습니다. 사흘이라는 축제 기간 동안 먹을거리나 화려한 볼거리는 없었지만 10만 이상의 관객이 찾았습니다. 포크 음악 하나만으로도 모두가 흠뻑 취하고 미칠 수 있는 그런 자리였습니다. 아이돌 중심의 화려한 음악이나 트로트 중심의 많은 축제 속에서 포크 음악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김광석이라는 훌륭한 문화 콘텐츠가 너무 상업적인 용도로만 이용되는 듯해서 대구 시민으로서 그리고 포크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씁쓸했는데 전국의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그의 음악을 노래하고 관객들이 함께하는 모습은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김광석 거리가 단지 관광객들에게 사진 찍는 배경을 제공하는 장소에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전국 어느 도시도 갖지 못한 대구만의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적어도 그곳에서만은 그의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고 그의 음악을 기리는 후배들이 버스킹 공연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초고층 빌딩으로 도시의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고, 진정으로 대구를 자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더위를 즐기고’ ‘포크에 미치고’ 대구에 빠지게 되길 기대합니다.

방송인·대경대 방송MC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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