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동화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배우는 참된 삶의 가치

  • 최은지
  • |
  • 입력 2015-07-27 07:59  |  수정 2015-07-27 07:59  |  발행일 2015-07-27 제18면
다른 사람 따라하지 말고 자신만의 ‘목표의식’ 가져야
20150727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햇살이 싱그러운 여름날, 오늘은 자기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애벌레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동화 ‘꽃들에게 희망을’은 줄무늬 애벌레가 알을 깨고 나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줄무늬 애벌레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나뭇잎을 먹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애벌레 기둥을 보고 저곳을 올라가면 무언가 의미있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대기는 구름에 가리어져 있었지만 자신이 찾고 있는 것을 찾을 수 있다는 설렘으로 다른 애벌레들을 짓밟고 치열한 경쟁을 치르며 올라가다가 노랑 애벌레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둘은 기둥에서 내려와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았으나 시간이 흐르자 줄무늬 애벌레는 다시 노랑 애벌레를 떠나 죽기 살기로 기둥을 오릅니다. 한편 줄무늬 애벌레를 떠나보낸 노랑 애벌레는 번데기가 된 애벌레에게 나비로 변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여 노랑나비가 됩니다. 줄무늬 애벌레는 마침내 꼭대기에 오르지만 거기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허탈감에 빠졌습니다. 문득 하늘위로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물체가 노랑 애벌레라는 것을 깨닫고 기둥을 내려옵니다. 노랑나비의 도움으로 어둡고 캄캄한 고치를 뚫고 호랑나비가 된 줄무늬 애벌레, 두 마리의 아름다운 나비는 희망찬 비행을 시작합니다.


친구 따라가지 않은 노랑 애벌레처럼
타인의 행동 무조건 모방하지 말고
무엇을 위해 움직이는지 고민 해야


오래 전 일입니다. 학교에 6학년 학생 몇몇이 담배를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이에 흡연의 해로움과 학생으로서 지켜야 할 규칙 등에 대하여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열심히 지도했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 또 다시 소문이 들려서 관련된 학생들을 하교 후 교실에 남게 하였습니다. 차근차근 사실 여부를 물어보아도 학생들은 한사코 그런 적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하는 수 없이 미리 준비해 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같이 피워보자고 하였습니다. 콜록거리며 힘들어하는 선생님을 보자 학생들은 무릎을 꿇고 사실을 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한 학생이 아버지의 담배를 가지고 와서 호기심에 흉내를 내보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들이 한 행동에 대하여 따져보고 생각한 점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진심어린 반성과 다짐으로 스스로 용서의 기회를 주는 것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행동을 했느냐는 물음에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서로 “○○가 해서 따라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사람을 따라했다니 행동의 주인이 없었다는 것이지요.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은 학생들이 막연히 서로를 따라한 행동에 대하여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지침서가 되었지요. 물론 꼭대기를 향해 자신의 노력을 다하는 줄무늬 애벌레의 끈기와 인내심은 본받을 만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관심있어 하는 것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고 따라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다른 사람이 학원가니까 따라서 가고, 다른 사람이 스마트폰 게임을 하니까 같이 하고, 다른 사람이 친구를 놀리니 이유 없이 같이 놀리고…. 이렇게 다른 사람의 행동을 생각 없이 따라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 어렵겠지요. 요즘 사회적 문제가 되는 ‘왕따’같은 사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각없이 저지른 동조와 모방이 가져온 결과입니다. 작은 일 하나에도 자신만의 목표의식을 가지고 가치있는 행동을 할 때 참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생활 속에서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할 때는 무조건 다른 사람을 따라하려고 하지 말고 무엇을 위해 이 행동을 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잘못된 길에 들어서면 ‘친구를 잘못 사귀었다’는 말을 합니다. 올라가는 것만이 꼭 높은 곳에 이르는 길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친구를 따라가지 않은 노랑 애벌레의 과감한 행동을 봅시다. 나비가 되기 전 새로운 선택 앞에서 자신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고민하던 모습은 우리가 어떤 일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이겠지요. 그러나 노랑 애벌레는 해냈고 아래에서 볼 때는 굉장해 보이던 꼭대기에 올라가서 허탈감에 빠진 줄무늬 애벌레를 위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어둡고 무서운 고치 속의 생활이 어쩌면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것을 이겨내는 힘은 변화에 대한 희망과 친구의 사랑이 아닐까 합니다.

임기숙<대구용계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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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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