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서 냉철한 독립군 저격수로 돌아온 전지현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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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7-27   |  발행일 2015-07-27 제24면   |  수정 2015-07-27
“총들고 뛰다 발톱도 빠져…연기에 푹빠진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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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도 보기 전에 최동훈 감독을 믿고 영화 ‘암살’에 출연하기로 결심했다는 전지현은 “그 어느 때보다 캐릭터에 진실되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만주에서 활동하던 여성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은 팀원들에게 ‘대장’으로 통한다.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조진웅), 폭탄 전문가 황덕삼(최덕문)과 함께 조선주둔군 사령관 가와구치 마모루와 친일파 강인국(이경영)의 암살을 위해 경성에 왔다. 그들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한 번. “작전은 5분 안에 끝내고 우리는 살아 돌아간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작전 명령을 내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결기가 묻어난다.

‘암살’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의 시대적 비극을 온몸으로 떠안은 안옥윤을 중심으로 서사를 이끌어간다. 이름만으로도 신뢰감을 더하는 베테랑 남자배우들과의 조합, 흥행보증수표 최동훈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안옥윤은 누구나 탐낼 만한 캐릭터지만 그 자리는 일찌감치 예약돼 있었다. ‘도둑들’ 이후 “최동훈 감독의 페르소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밝힌 전지현이다. 그녀는 시나리오가 완성되기도 전에 출연을 결정했다. 최동훈 감독 역시 “‘암살’을 시작하며 처음 떠올린 인물의 이미지가 비로소 전지현으로 완성되었다”며 그녀의 캐스팅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 어느 때보다 캐릭터에 진실되게 접근했고, 스스로 안옥윤을 깊이 간직했다”는 말처럼 전지현은 모두의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는 특별한 존재감으로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 연기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전지현은 그렇게 진짜 배우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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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이후 최동훈 감독 신뢰
시나리오 안보고 출연 결정해

믿고보는 배우? 작품운 좋을뿐
결혼 후 주변 시선 부드러워져
‘암살’통해 한단계 성장한 느낌

 

-시나리오도 보기 전에 출연을 약속했다. 그만큼 최동훈 감독에 대한 신뢰감이 컸다는 얘기인데.

“일말의 의심도 없었다. 그리고 감독님이 강한 캐릭터를 좋아하는 편인데 그 점이 나와 잘 맞았다. 그만큼 자신감도 있었고 ‘도둑들’ 이후 느낌이 너무 좋았다. 무조건 다음 작품도 같이 하고 싶었다. ‘도둑들’ 해외 프로모션 때 감독님과 차기작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건 그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암살’ 시나리오를 봤는데 보고 나서 깜짝 놀랐다. 캐릭터도 다양하고 이야기도 굉장히 재밌었다. 게다가 여배우로서 캐릭터가 분명한 역할을 찾기가 힘든데 안옥윤은 충분히 감동을 받을 만한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결과물에도 만족하나.

“내가 놀란 게 두 번인데, 시나리오를 봤을 때와 영화를 본 후다. 솔직히 ‘암살’은 감독님의 전작들과 너무 다른 색깔이어서 ‘(관객이) 실망을 하면 어떡하지’라는 다소 건방진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 감독님이 전하고자 한 심오한 메시지와 장르적 재미, 적절한 유머까지 녹아있었다. 그래서 ‘역시 최동훈 감독님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또 한 번 놀랐다.”

-‘암살’을 통해 한 단계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연기처럼 내가 미쳐서 집중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얼마나 될까를 말이다. 연기를 하면 배가 고픈 줄, 아픈 줄 모르면서 집중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게 어느 순간부터 삶의 즐거움이 됐다. 그렇게 즐거움을 느끼면서 연기를 하다 보니 (연기적으로) 좀 더 디테일하고 표현력이 넓어진 건 있다. 특히 ‘도둑들’ 촬영하면서 감독님의 지적처럼 내 연기에 군더더기가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이번 ‘암살’ 촬영 때도 감독님에게 ‘연기 업그레이드하러 갈게요’라고 말씀드렸다.”(웃음)

-안옥윤 캐릭터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건 뭔가.

“안옥윤은 정말 끝도 없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만큼 막막한 인물이다. 표현하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그런데 감독님과 얘기를 나누면서 쉽게 풀렸다. 이제 남은 건 외양인데, 나는 헤어스타일의 변신보다도 총을 쏘는 연습을 중점적으로 많이 한 편이다. 저격수이기 때문에 그런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표현돼야겠다는 생각으로 연습을 많이 했다.”

-액션이 힘들지는 않았나.

“매일 운동을 해서인지 내 몸에 대한 적응력과 느낌은 잘 아는 편이다. 하지만 5㎏이나 되는 총을 들고 지붕을 넘고 뛰어다니는 건 다르다. 처음에는 몸살도 나고 발톱도 빠져서 고생을 좀 했다.”

-이제 대중은 전지현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질 것 같다.

“작품 운이 좋았다. 나는 대중이 좋아하는 것보다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캐릭터 위주로 작품을 선택한다. 다만 그렇게 선택한 작품들이 운 좋게 성공했다.”

-예상 밖의 결과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 작품은 뭔가.

“‘베를린’이다. 내가 연기한 련정희는 분량도 많지 않고 장치적이고 희생적인 역할이다. 그냥 좋은 감독, 배우들과 같이 호흡하고 배우려는 자세로 출연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련정희가 드라마를 끌고 가면서 관객층을 넓혀주는 역할을 했다. 덕분에 나도 배우로서 또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결혼 후 스스로 변화가 있다면.

“오히려 주변 시선이 부드러워졌다. 예전에는 ‘네가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라는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결혼 후 나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물론 그 과정에서 좋은 작품을 만난 것도 큰 작용을 했을 것이다.”

-집에서는 어떤 아내인가.

“똑같다. 밥 하고 빨래 하고. 부지런한 성격이라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한다. 내가 모든 걸 다 해야 직성이 풀리고, 생각과 동시에 행동하는 스타일이다.”

-당신의 또 다른 장기가 있다면.

“글쎄. 내가 재밌거나 웃기는 스타일은 아닌데 코믹 연기를 하면 사람들이 다 웃는다. 그럴 때마다 신기하다. 나도 몰랐던 나의 잠재적인 능력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웃음)

-해외활동 계획은 없나.

“하고 싶다. 요즘 한국의 콘텐츠가 인정을 받고 있지 않나. 우리가 좋아하는 건 아시아 사람들도 다 좋아하는 것 같다. 마치 공식처럼. 그래서 거꾸로 국내 작품을 통해 아시아를 반하게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다양한 작품과 역할을 통해 대중과 만나고 싶다.”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김현수 프리랜서 dada245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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