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억원대 분쟁…‘김영사’ 대체 무슨 일?

  • 김은경
  • |
  • 입력 2015-07-29 07:22  |  수정 2015-07-29 07:23  |  발행일 2015-07-29 제2면
박은주 前 대표, 現 회장 고소
20150729

20여년 사제관계 돈때문에 끝장
출판계 “또 다른 커넥션 있을 것”
표절 파문 이어 또 출판계 추문

신경숙 표절파문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출판계에 또 하나의 대형 악재가 터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출판사인 김영사의 박은주 전 대표(58)가 김강유 현 회장(68)을 배임과 횡령, 사기 혐의로 고소해 파장이 커지고 있는 것. 전·현직 대표의 싸움이 법정으로 비화되면서 수면 아래에 있던 소문까지 무차별 폭로되고 있다.

◆ 전·현직 대표의 진흙탕 싸움

박은주 전 대표는 출판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만드는 책마다 베스트셀러에 진입시키면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려왔다. 1983년 김영사 편집장으로 입사한 그녀는 32세였던 1989년 대표로 발탁돼 지난해 사직할 때까지 무려 25년간 승승장구했다.

그런 그녀는 지난해 돌연 사표를 내고 잠적했다가 최근 1년2개월 만에 나타나 김 회장을 검찰에 고소했다. 박 전 대표는 김 회장이 자신의 형이 대표인 회사에 35억원가량을 부당 지원하도록 했으며, 지난해 6월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전까지 회사에 근무하지 않으면서 급여 등의 명목으로 7억여 원의 급여를 받았다고 했다. 박 전 대표가 밝힌 김 회장의 횡령과 배임의 규모는 총 350억원에 이른다. 박 전 대표는 이와 함께 한 달에 용돈 20만원으로 생활하면서 김영사에서 받았던 수입 약 28억원을 모두 김 회장 소유의 법당에 헌금형식으로 냈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 두 사람은 무슨 관계?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가 1989년, 국내 최초의 단행본 밀리언셀러로 등극했다. 이 책을 출간한 김강유 창업자는 당시 30대의 박은주씨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당시 언론은 ‘아름다운 세대교체’로 이들을 조명했다. 하지만 훈훈한 이들의 관계는 법정다툼과 함께 폭로전과 진흙탕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김 회장은 박 전 대표가 자신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고소한 것과 관련해 27일 공식 입장문을 내 반박했다. 김 회장은 “박은주 전 사장은 불의한 방법으로 막대한 손해를 끼쳐 2014년 3월부터 감사를 받고 있었다”고 밝히고, “나는 어떤 방식으로도 회사에 손해를 입히지 않았음을 떳떳하게 밝힌다. 고소장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후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출판계도 향후 파장을 고려하며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 출판사 편집장은 “그동안 출판계에서 그들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교주, 스승 등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그동안 퍼진 소문을 종합하면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커넥션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 사건의 본질은 ‘돈’

김영사는 1983년 설립돼 현재까지 3천여 종의 책을 출간했다. 1989년부터 98년까지 10년간 김영사가 내놓은 베스트셀러는 139종이었다. ‘정의란 무엇인가’ ‘먼나라 이웃나라’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식객’ 등이 대표적이다.

김영사 전·현직 대표의 법적 분쟁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실망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 아이디 ‘kmk****’는 “사람들이 읽을 책을 만드는 곳에서 저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안타깝네요. 사람들에게 지식을 나눠주는 곳인 만큼 깨끗하고 청결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아이디 ‘ky39****’는 “출판 김영사 하면 어지간한 사람은 다 안다. 기사 읽으니 기절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문학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문무학 시인은 “굴지의 출판사가 추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담하다. 박 전 대표가 전문 경영인으로서 보여줬던 열정을 떠올리면 씁쓸할 뿐”이라며,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출판계의 싸움이 독자들에게 실망을 줄까봐 심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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