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병관의 야유] 대구는 싸구려?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5-07-31   |  발행일 2015-07-31 제22면   |  수정 2015-07-31
20150731

야구뿐인 삼성에 자부심…
서울 입성하는 자식 자랑…
특정 보수당 묻지마 투표…
시대정신 不在와 패거리…
갑갑한 현실 계속 될건가


윤상현이란 국회의원이 있다. 대통령의 사위였다가 이혼하고 재벌가의 사위가 된 사람이다. TV에 출연해 자신이 인천 남구에서 낙선하였을 때, 한나라당 인사가 그에게 대구 출마를 권유하자 “아무리 당선이 중요하다지만 대구에서 금배지를 달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습니다” 하고는 다음 선거에서 당당하게 인천에서 당선되었다고 했다.

유승민 사태 때 종편에서 그를 소신의 정치인이라 말하는 앵커에게 정치평론가란 사람이 “대구에서 국회의원을 세 번이나 한 사람이 어떻게 소신과 철학 있는 정치인이라 할 수 있느냐”란 말을 듣고 친구 변호사에게 대구 시민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고발이 가능한지 물어보니 명예훼손이 안된단다. 발언의 내용이 공공성과 알 권리이기에 위법성이 없다는 것이다.

‘공공성과 알 권리’란 말에 화가 났다. “대구에 새누리당 깃발만 꽂으면 누구나 당선되는 걸 모르는 국민이 어디 있냐. 그 뻔한 걸 알 권리라니” 소리를 지르고 나니 얼굴이 붉어졌다.

전경련 소속 기업가의 말이다. “대구 사람들은 뭔가 착각에 빠진 사람들 같아요. 자기들이 특정보수당을 지지하면 우리 대기업들이 대구를 좋아하는 줄 알아요.” 서울 기업들이 가장 가기 싫어 하는 도시가 대구라는 것이다. 합리적인 해결보다 연고에 의지하고 정치권에 기대어 끼리끼리 어울리는 패거리 도시가 대구라는 설명이다.

20년 동안 30대 재벌 1천200개 계열사 중 단 한 개도 유치하지 못한 16개 광역시·도 중 유일한 지역이 대구라며 한국사회에서의 위치가 볼품없이 초라하다는 것을 전 국민은 알고 있는데, 대구 시민만 모른다는 말도 덧붙였다.

2014년 광주의 수출액이 160억달러, 대구의 수출액이 78억달러이며 세종시를 뺀 16개 지자체에서 수출액 순위 13위다. 한마디로 돈 없는, 또 돈이 안 되는 도시다. 돈벌이로 싸구려란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시대정신을 이끄는 건 고사하고 따라가지도 못한다는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구근대역사관에서 대구란 지명을 설명하는데 대구의 구 자가 원래 ‘언덕 丘’ 자였는데 공자 이름의 丘 자와 같아 한자 족보에도 없는 邱 자로 바꾸었다고 자랑한다. 영조 시절에 대구부의 유학자 이양채가 공자의 제사를 올릴 때 “대구의 ‘구(丘)’ 자가 공자의 이름과 같아 망령된다”는 상소를 올렸다. 영조는 혀를 차며 “지명 가운데 구(丘) 자가 들어간 곳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소리를 하느냐”며 물려친 것을 정조·순조 시대를 지나며 슬그머니 ‘大邱’로 둔갑시켜 고유의 이름과 뜻을 잃어버렸다.

대구시는 ‘다크투어’란 이름으로 일본의 괴뢰황제에 불과한 순종의 남쪽 방문기 ‘순종황제 어가길’을 만든다 한다. 순종은 1907년 헤이그 밀사 사건을 계기로 일본이 고종을 강제 퇴위시키며 즉위했고, 3년 후 합방에 이르기까지 임금 노릇을 한 가지도 제대로 못했던 ‘괴뢰 황제’로 인식되는 존재다. ‘황제’란 호칭도 조선을 청나라 속국에서 일본이 독립국으로 만들었다는 걸 열강에 알리기 위한 일본의 술책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때 함께 방문한 마산과 부산에선 대구 같은 사업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짜 대구의 민얼굴은 방관하는 대구의 비겁함에 있다. 최근 화제의 영화인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6인의 태극 전사’ 4주기 추모식을 2006년 노무현정부가 외면하자 뉴라이트 대구연합이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주최했다. 주변 상인들은 좌파 정권을 비난하면서도 행사에 필요한 전기를 빌려주지 않았다. 주최 측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BBS구두점 청년들이 “형님들, 우린 노사모지만 동생 같은 군인들의 죽음이 애통해 빌려드립니다”라던 소리가 아직도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야구만 하는 삼성에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의 자식들이 서울에 입성한 것을 자랑하고, 새누리당 공천자에게 묻지마 투표를 하는 한 대구의 갑갑한 현실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분명 시대적 요구는 아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